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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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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 오브 갑, 의사

2024-02-14 16:24

조회수 :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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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어지럼증이 심해 대학병원에 다녀오신 적이 있습니다. 병원에서 여러 가지 검사를 하느라 입원도 했지요. 우리나라 대학병원 외래 진료를 일컬어 ‘3분 컷’이라고 합니다. 의사 만나는 시간이 짧다는 의미인데요. 입원 환자라고 해서 다를 게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입원 도중 퇴원하기에 이르렀는데요. 모시고 다녀온 동생 말에 의하면 아무리 병원에 환자가 넘쳐나 의사가 바쁘더라도 환자를 대하는 태도가 심하게 기분 나빴다고 해요. 진료 상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뿐더러 뭘 물어보면 의사가 귀찮다는 듯 짜증을 내기 바빴다는 거죠. 검사 뺑뺑이만 하다 지쳐서 집으로 돌아온 겁니다.  
 
병원에서 경험한 의사와의 기분 나쁜 기억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저의 경우 예전에 한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당시 교수가 시계를 보며 다그치듯 호전 상태를 물은 적도 있습니다. 치료 결과에 대한 질문을 하자 나중에 가봐야 안다고만 하길래, 기사에서 읽은 내용을 토대로 질문하니 "그러면 인터넷에서 치료받지 왜 병원에 오느냐"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정말 갑질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의사들의 이러한 불손한(?) 태도는 우리나라 의사 부족에서 기인합니다. 한국의 보건의료 인력 공급이 열악하다는 연구는 이미 많이 나와 있습니다. 연세대 대학원 보건학과 연구진이 지난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 환자가 의사에게 질문할 수 있는 확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의사와의 짧은 대면 시간이 환자의 질문을 어렵게 하고, 처방에 대한 부족한 이해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의사가 이렇게 부족한데도 의사단체는 의대 정원 확대를 필사적으로 막아 왔습니다. 의사 수가 증가할수록 의사 1인당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인데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동네 이비인후과 의사가 한 달 동안 8억원을 벌었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의사가 부족할수록 누릴 수 있는 기득권이 커지기 때문에 국민 건강은 뒷전으로 하고 있는 셈입니다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체계가 잘 갖춰져 있어 의사는 평생 수입이 꾸준히 보장되는 직업입니다. 세상에는 영원한 갑도, 영원한 을도 없다지만 의사는 한마디로 평생 갑으로 살 수 있는 직업입니다. 돈을 내는 사람이 갑인데 환자가 내는 비용의 일부를 정부가 부담해 주고 있는 거죠. 의대에 가기 위해 3수, 4수를 하는 청춘들이 늘고 있는 이유입니다. 덕분에 이공계 기피 현상은 심해지고, 우리나라는 매년 노벨상을 수상할 과학자 양성을 외치지만 제자리걸음인 이유도 이와 맞닿아 있습니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하는 의사들이 총파업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전공의들은 국민 건강을 볼모로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는데요. 2000년 이후 툭하면 반복된 의사들의 파업 협박. 의사단체의 직능 이기주의에 더 이상 정부가 휘둘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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