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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bora11@etomato.com

정확히, 잘 보겠습니다.
다이어리의 효과

2024-03-07 16:11

조회수 :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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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를 쓰고 있습니다. 지난 10여년간 핸드폰에 개인일정, 계획 등을 비롯한 신상과 관련된 거의 모든 사항을 입력해왔는데요. 어느 순간 머리 속에 남는 것도 없고, 회사생활과 개인생활 등 모두 하나도 정리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휴대폰 내 달력은 빡빡하게 채워져 있지만요. 핸드폰을 보지 않으면 내 일정과 계획 등을 전혀 확인할 수 없고, 행여 핸드폰을 잃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공포감이 생기더군요. 무계획적으로 막 사는 것 같다는 위기감도 있었고요. 
 
'무겁기는 하지만 다이어리 쓰는 것을 고집하고 있다, 손으로 써야 안심이 된다'는 지인의 말에 용기를 냈습니다. 연초에 서점으로 가서 내 손에 잘 맞고, 무겁지 않은, 또 월별 달력이 1월부터 12월까지 몰려 있는 것이 아닌 주간 스케줄 사이사이에 달력이 들어있는 다이어리를 하나 샀습니다. 어색하긴 하지만 하나씩 적어보기 시작했어요. 연습장처럼 낙서장처럼요. 형태는 다이어리이지만 용도는 크게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어요. 
 
출근 후 가장 먼저 해당 날짜(위클리 플랜)에 그날 해야할 일을 순서대로 적습니다. 그리고 할 일이 생각나거나 아이디어가 생기면 써놓습니다. 해당 일을 마치면 '미션 컴플릿'을 외치며 지웁니다. 하나씩 지워나가다보면 어느새 하루가 지나있더라고요. 위클리 플랜 오른쪽면의 빈칸에는 각종 메모와 일기, 공부내용을 적습니다. 
 
오찬이나 저녁약속, 취재 일정 등은 간단하게 핸드폰 스케줄러를 이용하지만요. 좀 더 디테일하고 생각이 필요한 사안들은 다이어리를 이용합니다. 한글자 한글자 꾹꾹 눌러쓰면서 생각이 정리되거나 사안이 명확히 보일 때도 있습니다. 펜을 들고 가만히 생각하면서 적다보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묘한 안정감을 느낍니다. 별표를 치거나 동그라미 밑줄 등으로 강조하면서 머리에 각인시킵니다.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하루와 주간, 월간 일정을 세우고, 플랜을 실현하는 데 용이했습니다. 고작 수첩을 쓰는 것 뿐인데, 삶이 체계적으로 정리되는 기분입니다. 
 
다이어리를 쓰면서 삶이 달라졌다. 식구들이 이번에 마련한 다이어리(수첩).
 
반면 핸드폰 스케줄러에는 가장 간단하고 효율적으로, 짧게 써놓다보니 사고가 짧아지고, 생각의 깊이 역시 얕아지는 것 같았어요. 핸드폰 키판은 별 다른 감흥도 없었습니다. 아이디어와 과업을 공간에 흩뿌려놓는 느낌이었지요. 실제로 메모가 기억력을 향상시키고,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삶을 사는 데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도 적지 않더라고요. 
 
아이들을 대상으로 '다이어리의 효과'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문구점에서 들고다니기 쉬운 수첩을 하나씩 사주었습니다. 맨 앞과 뒤에 학교 시간표 구성과, 학원 시간표를 적어주었어요. 또 밤마다 익일 스케줄과 잊지 말아야할 것, 숙제와 도서목록, 학원 스케줄을 ①, ② 등의 숫자를 매겨 적어주고 있습니다. 언제든 무엇이든 써도 좋다고 일러두었어요. 물론 하루 중 가장 인상적인 일을 적는 일기장은 별도입니다. 
 
지금은 부모가 써주는 스케줄표에 의지하고 확인하지만 머지않아 보인이 다음날 스케줄과 해야할 일을 적고, 하나씩 밑줄 그으며 완성해나가지 않을까요. 어릴 때부터 자신의 일정과 과업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중요도 순으로 처리해 나가는 일을 몸에 익혀두면 훌륭한 사람까지는 아니더라도 자기가 맡은 일만큼은 잘 해내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드네요. 
 
  • 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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