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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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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잘 보겠습니다.
아수라와 트럼프

2024-07-16 16:16

조회수 :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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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피습 소식을 접하면 항상 떠오르는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김성수 감독의 '아수라'입니다. 신도시 개발을 둘러싼 갈등에 봉착한 안남시장 박성배는 여론을 돌리기 위해 측근들과 결탁해 흉기 피습 사건을 조작하는데요. 설명회 현장에 갑자기 깡패들이 들이닥치고 커터 칼을 든 인물이 머뭇하자, 박성배는 오히려 커터칼을 껴안는 식으로 피습을 시현(?)합니다. 머리에서 피가 흐르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닦지 않고, 피를 흘리며 왼 손주먹을 불끈 쥐며 반대파에 의한 피습으로 단정, 언론 인터뷰를 합니다.
 
올해 초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보던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 남성에게 기습적인 목 공격을 당했어요. 이 대표는 피를 흘리며 쓰러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총격 사건도 비슷합니다. 그에게 날아오는 총알 사진과 함께 귀를 관통하며 피가 흐르는 모습까지. 그리고 오른손 주먹을 불끈 쥐어 올리며 성조기와 함께 퓰리처 수상자가 포착한 사진은 프랑스 7월 혁명을 기념하는 '들라크루아'의 작품마저 연상시킨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입니다. 하늘은 왜 그리도 파랗고, 성조기는 또 그와 어찌나 대비되던지요. 이번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이 사진이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기념비적인 작품이 될 것이며, 올해 퓰리쳐상은 이미 예약해놓았다는 얘기까지 나와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각)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대선 유세 도중 암살시도 총격을 당한 직후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연단을 내려오면서 오른쪽 귀에 피를 흘리는 상태로 주먹을 흔들며 "싸우자"고 외치고 있다.(사진=AP/뉴시스)
 
정치인은 굳은 의지와 소신을 거침없이 표현해야 하며, 어떠한 굴욕과 시련에도 이를 관철시켜내야 하는 투사의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피는 어떻습니까? 희생, 생명, 피해, 고난, 역경 등을 뜻하지요. 여러 역사적 사례를 볼 때 정치인이 '피'와 만날 때, 국면 전환 효과와 함께 지지율 상승 등을 동반했습니다. 트럼프는 이번 피습 다음날 바로 정당대회 일정을 소화하며 바이든 대통령 후보와는 다르게 대내외에 '건재함'을 과시했어요. 정치인 피습이 주는 효과는 강렬하고도 효과적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비록 '귀'라고 하지만 신체 일부의 관통상에도 불구하고, 주먹을 불끈 쥐고 강렬한 멘트를 쏟아 놓은 트럼프는 '피습 정치인의 롤 모델'이 될지도 모르겠어요. 이러한 순발력과 기지를 두고 미국 내에서도 '동물적인 감각'은 타고났다는 평이 나온다니, 정치인이라면, 혹은 정치인을 꿈꾸는 자라면 반드시 트럼프의 자세를 공부해둘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정황과 사건들이 트럼프의 당선으로 향하고 있다는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개인적으로 그를 좋아하지 않는데요. 피를 흘리며 주먹을 굳게 쥐어 올린 트럼프의 모습은 너무나도 강렬하고, 패기 있습니다. 이 기세를 몰아 다시한번 대통령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 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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