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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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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범종입니다.
손톱부터 깎자

2024-03-2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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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최근 기타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1월 출시된 게임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II 리마스터'의 여운 때문입니다. 이 게임 이야긴 조만간 '뉴게임+' 기사로 풀기로 하고, 오늘은 첫 수업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수업 첫날 선생님은 "목표하는 노래가 있느냐"고 물으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생각해 둔 노래 대신 "기타 잡는 법 먼저 알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선생님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으시더군요.
 
기타 연주의 기본은 코드 잡기입니다. 주변에 물으니, 이게 어려워서 얼마 안 가 그만두는 수강생이 태반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즐겨듣는 음악을 금방 연주하겠다는 생각은 일찌감치 접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며 코드 잡는 법을 배웠습니다. 보기보다 힘들더군요. 그러다 아차 싶었습니다. 선생님이 "손톱부터 깎으셔야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기타 학원 연습실에서 코드 연습을 하는 모습. (사진=이범종 기자)
 
코드를 잡을 땐 손가락 끝으로 줄을 꾹 눌러야 합니다. 그래서 손톱이 길면 줄을 누르기 어렵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기본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기본을 몰랐던 겁니다. 손톱 깎고 줄 조절하기. 이게 기타 연주의 시작이었습니다.
 
저는 요즘 경직된 날들을 보냈습니다. 적당히 풀어도 되는 마음의 줄을 팽팽히 당기느라, 제대로 된 연주를 하지 못했습니다. 단단해진 긴장의 끈이 내 손에 눌리지 않으니 코드가 잡히질 않았고, 제대로 된 소리가 나질 않았습니다. 조급해질수록 판단력은 흐려지고, 악보는 눈에 들어오질 않았습니다. 연주자도 창피하고 듣는 사람도 괴로운 순간들이었습니다. 지난 공연을 만회하려는 초조함은 또 다른 실수들을 낳더군요.
 
하지만 기타를 배우면서, 이런 조급함을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기타를 내 안의 작은 불씨처럼 안고서 미지근하게 천천히, 그렇게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손에 익은 코드를 무심히 잡을 수 있는 때가 오면, 그때부턴 뜨겁게 연주할 수 있겠지요.
 
그 전에 손톱처럼 자라는 불안과 잡념을 깎아야겠습니다. 나를 깎아낸다는 건, 스스로 작아지는 것만을 뜻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맑고 큰 소리를 낼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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