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지난해 침대업계 실적이 크게 양분화됐습니다. 경기 여파를 직격타로 맞은 곳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고가 제품 덕에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한 업체도 있습니다. 경기 영향을 받지 않는 고소득층을 타깃으로 한 제품이 침대업계 실적을 갈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지난해 시몬스 침대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9.8% 상승한 3138억원으로, 역대 최대 매출액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은 319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70.3%나 뛰었습니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보다 6%p 오른 10%였는데요. 이에 따라 만년 2위였던 시몬스가 처음으로 국내 침대업계 매출 1위로 올라섰습니다.
시몬스 매출은 '프리미엄' 제품이 이끌었습니다. 300만원대 이상 프리미엄 매트리스와 프리미엄 비건 매트리스 컬렉션 'N32'이 매출을 견인했습니다. 특히 객단가 1000만원 이상에 달하는 '뷰티레스트 블랙'은 지난해 1월 처음으로 월 판매량 300개를 돌파한 뒤 매달 평균 300개 이상이 팔렸습니다. 시몬스는 뷰티레스트 블랙으로만 한 달에 30억원 이상의 매출을 챙기고 있습니다.
경기도 이천 시몬스 테라스 스토어 모습. (사진=시몬스)
매출 규모에 차이는 있지만 씰리코리아 역시 프리미엄 제품의 활약으로 역대 최대 매출액을 달성했습니다. 지난해 씰리코리아의 매출은 676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가량 늘었습니다. 회계기준 변경에 따라 2022년 12월 매출 45억원이 별도 집계된 것은 제외한 수치입니다. 영업이익은 104억원을 기록하며 회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100억원을 넘었습니다.
씰리코리아의 최상급 라인인 '엑스퀴짓 II'의 판매량이 실적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지난해 엑스퀴짓 II은 월 평균 100개 이상 판매되며 전년 대비 30%의 매출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엑스퀴짓 II만으로 월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발생시키는 셈입니다. 엑스퀴짓 시리즈의 가능성을 본 씰리코리아는 올해 2월 후속작인 '엑스퀴짓 H'을 선보였습니다. 출시 직후부터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으면서 순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씰리코리아는 올해 엑스퀴짓 H 판매량을 월 200개로 늘려 매출 비중을 전체 매출액의 1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세웠습니다.
반면 국내 침대업계 큰 형님격인 에이스침대는 2년 연속 역성장하며 뒷걸음질 쳤습니다. 지난해 에이스침대는 매출 3064억원, 영업이익 57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대비 각각 11.5%, 12.7% 빠졌습니다. 템퍼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은 70억원으로 전년 61억원보다 소폭 늘었지만, 매출이 1186억원으로 전년 1219억원 대비 역성장했습니다.
글로벌 시장 타깃으로 영업을 영위하고 있는 지누스는 미국 등 글로벌 침실가구시장 침체의 영향으로 침대 프레임 등 가구제품군 매출이 40% 줄어들며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지누스의 매출은 9522억원, 영업이익은 18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대비 각각 19.7%, 72% 하락한 수치입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의 제품이 오히려 경기 영향을 더 많이 받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고물가까지 겹치면서 중산층 이하는 매트리스를 교체할 여유가 없어졌다. 현재 제품으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며 "고소득층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고소득층이나 좋은 제품을 선호하는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고가 매트리스 판매량이 늘거나 유지됐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코로나19 유행 이후 주거공간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기 때문에 고소득층은 라이프스타일에 고가 제품을 많이 소비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