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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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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하루

2024-05-2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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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5시 30분쯤 주차장에 도착합니다. 빙 돌아서 정문으로 갑니다. 7시 30분까지는 정문만 열려있습니다. 출입증을 찍고 들어갑니다. 제일 먼저 출근합니다. 불을 켜고 냉장고에서 캔 커피를 꺼내 자리로 갑니다. 6시가 되면 여사님이 청소하러 들어옵니다. 자리를 비켜줍니다. 커피 한 캔 더 입에 털어 넣고 흡연부스로 갑니다. 8시쯤 아침 일과가 일단 끝납니다. 주차장에 차가 슬슬 들어옵니다. 주차 공간이 협소해서 이중주차는 기본입니다. 주차하려면 일찍 오는 게 좋습니다. 8시55분, 영 안 어울리는 대중가요가 흘러나오고 법원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여느 때와 같은 날이었습니다. 구내식당을 처음 이용했다는 게 다른 점이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구내식당은 현금으로만 결제할 수 있습니다. 현금 챙기긴 번거로워서 간단하게 빵과 딸기우유를 사 먹곤 했는데 이날은 누가 사준다고 해서 갔습니다. 닭백숙이 나왔는데 소문에 비해 맛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오후에 의료계 측 소송대리인이 한덕수 국무총리와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한다는 이야기, 다음 주 화요일에 헌법재판소 기후소송 2차 변론이 있다는 이야기 등을 나눴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법원 내 카페에 갔습니다. 점심시간에는 한참 기다려야 합니다. 기다리는 동안 운전면허 얘길 했습니다. 저는 빨리 학원 등록하라고 권했습니다. 직장인은 교육·시험 일정 잡기가 어렵습니다.
 
여느 때처럼 제일 먼저 출근했습니다. 여느 때처럼 의대 증원 문제는 시끄러웠습니다. 여느 때처럼 전화를 몇 군데 돌렸습니다. 여느 때처럼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웠습니다. 2024년 5월 14일 화요일, 서울중앙지법 동문에서 바라본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앞으로도 익숙하게 볼 풍경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람 일은 알 수 없습니다. 사흘 뒤에 짐 싸서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호송차와 포승줄에 묶인 사람들이 오갑니다. 유명인이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라도 받으러 오면 카메라 기자가 진을 치고 대기합니다. 로비에선 소란이 예삿일로 일어납니다. 변호인들은 재판을 마치고 나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재판 출석하는 날엔 지지자들이 서관 앞에 모여 이름을 연호합니다. 법원의 풍경은 그렇습니다. 오늘도 그랬을 겁니다.
 
오후 5시 55분, 영 안 어울리는 대중가요가 흘러나오고 법원은 하루를 마감할 채비를 합니다. 3월 20일부터 5월 17일, 두 달이 안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인사를 돌리고 출입증을 반납했습니다. 발밑에 놔뒀던 우산 두 개를 챙겨 나왔습니다.
 
(사진=서울중앙지법)
 
박대형 기자 april2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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