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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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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산유국론, 하필 지금 왜?

2024-06-07 18:32

조회수 : 2,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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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첫 국정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영일만 일대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 깜짝 발표 이후 왜 하필 이 시점에 뜬금없이 산유국론이 불거졌는지 의문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국정 브리핑을 통해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했습니다. 탐사 컨설팅 업체 액트지오에 정부가 의뢰한 자원매장 가능성 평가에 근거해 영일만 일대에 최대 140억 배럴 규모의 석유 및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죠.
 
직접 시추해서 매장 여부를 확인한 것도 아니고, 단순히 물리탐사의 가능성을 근거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석유 개발을 발표하는 것은 부적절합니다. 
 
경북 포항 영일만 심해에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됐을 수 있으니 수천억에 달하는 국민 혈세를 들여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탐사 시추에 나선다는 정부의 계획에 불신과 의혹이 커지고 있습니다.
 
집권 3년 차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20~30% 박스권에 갇혀 있고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과 부인의 명품백 수수, 주가조작 의혹 등 대통령 본인과 가족을 둘러싼 비위 의혹을 무마시키기 위해 거부권을 남용하고 있다는 비판에 민심이 흉흉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면 전환을 위해 무리수를 던지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매서운데요.
 
대통령이 석유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라고 지목한 곳은 2007년부터 15년 동안 동해 울릉분지 근방 심해 탐사를 해왔던 오스트레일리아의 에너지기업 우드사이드가 이미 2023년에 미래가치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곳이기도 합니다.
 
난데없는 대통령발 대한민국 산유국 '가능성'을 두고 공방도 치열합니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과 정부가 주장하는 산유국론이 대한민국의 현실과 추구해야 할 가치와는 동떨어진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야당의 주장과 석유개발 정책의 발목을 잡아 산유국 희망을 짓밟는 비판을 자제해야 한다는 여당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붙고 있죠.
 
산유국은 희망만으로 되는 일이 아닙니다. 에너지 빈국인 우리나라에서 탐사 시추에 성공하면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큰 힘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발언 역시 탐사 시추에 성공하고 난 이후에야 최소한의 설득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설사 탐사 시추에 성공해 매장 가능성을 확인했다더라도 심해에 매장된 석유를 상업적으로 생산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변수가 있습니다. 시추에 성공하더라도 본격 생산까지 10년 이상이 걸리고 성공 확률은 20%에도 못 미칠 수 있습니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2천미터에 달하는 심해에 매장된 석유를 시추하는 과정에서 소실되는 양이 얼마나 될 지, 최종 결과물이 국가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정도의 경제적 가치를 가졌는지 담보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정부의 석유개발 정책은 오로지 가능성 하나만 믿고 신기루를 좇는 모양새입니다.
 
70년대 오일쇼크로 국가가 휘청이며 산유국의 꿈을 좇던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한민국 경제 규모는 성장했고, 한때 세계 10대 경제 대국 반열에 오른 적도 있었죠.
 
반도체, AI, IT, 문화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를 고민해야 할 때 상업화 가능성과 경제적 이익을 장담할 수도 없는 설익은 근거에 의거해 해묵은 산유국론을 추진하기 위해 조 단위의 세금을 쏟아붓는 석유개발 정책 결정은 참으로 어리석고 한심하기 짝이 없어 보입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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