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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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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 매직은 없다

2024-08-3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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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처서가 지난 지 일주일이 넘었습니다.
 
처서는 24절기 중 열네 번째 절기로 더위가 한풀 꺾인다는 시기입니다.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입추 후의 절기입니다. 따라서 처서는 더위가 가시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한낮은 여전히 온도와 습도가 높아, 한여름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 느낌을 줍니다. 낮 최고기온이 아직도 33~34도에 육박하니까요. 기상청에 따르면 9월 초까지 무더위와 열대야가 이어질 것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이번 처서는 마법처럼 시원해진다는 '처서 매직'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조상님들의 지혜도 이젠 후대의 지구온난화 앞에서 업데이트가 필요한 상황이 됐습니다.
 
추분, 그러니까 추석이 지난 이후에야 비로소 가을 날씨에 접어들 것이라는 예측도 있네요. 사람도, 짐승도 모두 헥헥하는 날이 길어집니다.
 
무더위가 길어지면서 집밖에 내몰린 어르신들을 많이 봅니다. 진짜로 집밖으로 내몰린건지, 그냥 밖에 나오고 싶었던 건지, 일이 있어 밖으로 나온 김에 쉬는 건지 속사정은 알 수 없지만 지하철 계단 자리를 깔고 앉아 부채질하고 있는 모습은 분명 즐거워보이진 않았습니다.
 
경로당, 도서관, 박물관, 주민센터는 물론 은행에서도 무더위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표면적으로 인기가 있는 것 같진 않습니다. 경로당은 폭넓은 연령이 가기엔 좀 꺼려질테고, 도서관은 말을 하기가 어려우며 박물관은 앉아있을 장소가 부족하다고 하네요. 주민센터나 은행은 워낙 직원들도 바쁜 곳이고 내방객들도 많으니 선뜻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기가 꺼려질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좋은 취지로 마련한 무더위 쉼터를 부족환 환경으로 치부하기는 어렵습니다. 문은 개방했으니, 이용하는건 개인의 선택이니까요.
 
문제는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집 근처에는 유명한 냉면집이 있는데요. 사계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밖에서 주차관리를 하는 분이 있습니다. 혹한과 폭염에는 제가 다 걱정이 될 지경.
 
온열질환으로 사망하는 경우는 주로 야외에서 일하는 어르신들이라고 하니, 새삼 시원한 곳만 찾아 일하러 다니는 제 환경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서가 사흘 지났음에도 폭염 날씨가 계속되는 25일 서울 영등포구 마포대교 밑에서 시민들이 더위를 피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은 온도가 높을수록 붉은색, 낮을수록 푸른색을 나타낸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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