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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htengilsh@etomato.com

전진만 염두에 두려합니다
내 집에도 편의시설 필요해

2024-10-16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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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보통 장애인에 대한 인권, 편의시설을 이야기할 때 많이 나오는 사례 중 하나는 완만한 경사로입니다. 건물 입구에 계단뿐 아니라 완만한 경사로까지 만들어놓으면 휠체어가 다닐 수 있습니다. 그러면 장애인뿐 아니라 노인과 임산부 등 계단을 이용하기 힘든 사람도 지나다닐 수 있습니다. 장애인을 위한 정책이 비장애인에게도 좋다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경사로에 대해서 안전하지만은 않다며 문제제기도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소아마비에 걸려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우창윤 유니버설디자인협회장(전 서울시의원)이 이같이 이야기했습니다.
 
우 협회장은 "공동주택 1층 주출입구 현관 쪽은 드나드는데 문제없이 마감 자재, 미끄럽지 않은 자재 쓰는 걸 같이 고민하면 좋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경사로 만으로 안전한 게 아니냐는 취지로 물었더니 우창윤 협회장은 다시 이렇게 말했습니다.
 
"눈이나 비가 오면 아파트에 극단적으로 말하면 박스 깔아놓고 그렇잖아요."
 
듣고 보니 일리가 있는 말이었습니다. 경사로라고 해서 언제나 안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바닥 자재를 미끄럽지 않은 거 써야 하는데. 뭔가 하나를 취하면 하나를 버려야 한다. 깨끗하고 편리한 걸 할 건지, 미끄러지지 않는 안전한 걸 택할 건지. 특히 1층은 우천시, 눈 내릴 때 미끄러지지 않는 걸 해야 한다. 보기 좋은 게 뭐가 그리 중요해요."
 
여기에다 우 협회장은 "공동주택 화재 나면 대피하는 게 별로 없다. 베란다에 대피소 만들어놓는다든지."라고 했습니다. 이것도 생각해 보면 불났을 때 장애인이 미처 움직이지 못해 죽는 경우도 벌어지는데, 최소한 가까운 곳에라도 대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놓으면 좀더 살 확률이 높아지겠다 싶습니다.
 
아울러 장애인이 주택을 이용하는데 힘든 '지리적 환경'을 언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서인환 장애인인권센터 대표는 "이미 있는 주택을 매입해서 장애인 주택으로 변경할 때 그 집 자체가 언덕에 있다거나, 진입에 턱이나 어려움 있으면 지원주택으로 만들었는데 이용하기 어려운 게 있겠다"며 "매입할 수 있도록 나온 집들이 대부분 변두리라든가 경사가 있다거나 한 게 많다"고 했습니다.
 
장애인 편의시설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이동권인 사람들도 상당할 겁니다. 장애인들의 투쟁이 그 쪽으로 집중돼 보이는 경향도 있습니다. 하지만 의식주라는 말에서 보듯, 주에서의 편의시설 중요성도 빠뜨릴 수 없을 겁니다.
 
8월27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휠체어를 탄 환자가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사로든, 화재 대피든, 언덕이든 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집이 돼야 할 것입니다. 그럴 수 있는 집이 비장애인에게도 더 편한 집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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