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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 동계 절전 규제 '부글부글'

2013-01-0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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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지난해에 이어 정부의 산업계에 대한 동계 절전 규제에 대해 철강업계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기본적으로 정부 방침에는 동의하지만 상황에 따라 유연하면서도 합리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4일 정부의 '동계 전력수급 및 에너지 절약 대책'에 따르면 오는 7일부터 22일까지 기존 7주간 전기사용량이 3000㎾이상의 기업은 12월 전력사용량 대비 10%를 줄여야 한다. 시간은 10시부터 12시, 15시부터 17시까지 총 4시간이다. 이를 어기면 1회당 최고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동계 절전 규제는 지난 2011년 말부터 2012년 초까지 처음으로 시행된 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2011년 12월15일부터 2012년 2월29일까지 총 12주간 정부는 계약 전력 1000㎾이상의 기업에 10% 일률 감축 조치를 시행했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지난해 처음 실시한 동계 절전 규제의 효과가 매우 좋았지만 실무적인 측면에서 시행착오를 겪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 "다음주부터 실시되는 규제는 지난해 문제점을 개선·보완했고 11월부터 예고해 준비기간을 뒀다"고 말했다.
 
철강산업은 대표적인 전기 다소비 산업이다. 국내에서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기업 10곳 중 철강업체 3곳이나 이름을 올렸다. 국내 1위 철강업체인 포스코(005490)는 자가발전 비중이 70%가 넘는데도 불구하고 5000억원대(2011년 기준)의 요금을 납부했다. 현대제철(004020)동국제강(001230)의 전기요금은 각각 약 7000억원, 1700억원 수준이다.
 
◇"동참은 하지만 정밀한 제도 설계 필요"
 
철강업계는 전기사용량 감축에 따른 생산량 감소 등 수익성 악화가 불보듯 뻔한데도 정부 계획을 따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남정임 한국철강협회 환경에너지팀 차장은 "철강업계는 생산량을 줄이지 않고서는 절전하기 어렵다"면서 "전기사용량 10%를 줄이면 결국 생산량이 줄어 고정비 상승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철강산업은 대표적인 전기다소비업종이다.
 
이를 두고 한편에서는 일방적으로 기간을 정해 전력 감축을 진행할 것이 아니라 기온과 날씨, 전력 상황 등을 고려해 2~3일 전에 미리 안내하는 식 등으로 진행해 수급을 조절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지 않겠느냐는 주장을 내놓았다. 이렇게 하면 생산량 감축으로 인한 손실을 지금 방식보다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3일만 해도 기록적인 한파로 전력 사용량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따라 영광 원전 5, 6호기가 재가동에 들어가는 등 전력 공급을 늘리기도 했다. 정작 산업계의 의무절전 기간은 오는 7일부터다. 때문에 일률적으로 기간을 정하는 것보다 좀 더 정밀한 제도 설계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도를 상황에 맞게 정밀하고 합리적으로 설계해야 하는데 역사적으로 수급에 문제가 있었던 기간을 정해놓고 무조건 그 기간에 해당량을 감축하라는 것은 무리"라면서 "이는 행정 편의주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이번 규제 기간 산정의 근거로, 지난 2009년부터 4년간 전력피크는 1월 둘째주부터 2월 첫 주에 주로 발생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12월 말과 1월 초 역시 기온은 낮은 편이지만 연말과 연초 휴무로 전력 수요가 낮다는 것이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일률적인 의무로 생산량을 감소시키는 것은 철강업계로서는 분명한 부담"이라고 전했다.
 
올해 의무절전 기간이 지난해(12주)보다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해당기간에 예비전력이 남아돈다면 이는 곧 국가적인 손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도 나온다.
 
한전 관계자는 이같은 주장에 대해 "이상적이긴 하다"면서도 "국가 차원의 일이고, 대상 업체가 한두군데도 아닌데 상황에 맞춰 공지하는 식으로는 제도 운영이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요금에 의한 수급 조절이 합리적"
 
과태료에 대한 실효성도 지적되고 있다. 절전규제 기간 규제를 한 번도 지키지 않을 경우 부과되는 과태료는 최고 1억3000만원 정도다.
 
기업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4시간 절전의무로 인해 최고 억단위 손실을 보는 기업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기업에게는 딱히 이 제도를 지킬 만한 유인도 없다. 조업손실에 비해 과태료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이다.
 
과태료가 부과된 사례도 전무했다. 지난해 역시 규제를 지키지 않는 기업에 대해 하루 최고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밝혔지만 부과는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에는 1000㎾이상 기업에 대해 일률적으로 적용돼 기업 규모가 각기 달랐다는 이유다.
 
정한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정책연구실장은 "동계 절전 규제는 날이 추워 전력피크가 예상되는 시점에 저비용으로 전력수요를 통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상황에 따라 다르게 대처해야 하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시간대별 한계비용을 고려한 요금제를 채택해 수용가가 각자 사정에 맞게 요금제를 선택하게 하고, 이러한 요금에 의해 전력 수급을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올해 말부터는 700만㎾의 전력이 신규 공급돼 내년부터는 전력수급 상황이 호전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관련업계 관계자들은 전력수급 계획에 따라 상황이 나아진다면 절전 규제는 없어질 것이라고 보지만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력수급 계획에 따라 내년 겨울이 되면 수급상황은 개선된다니 믿는 수밖에 없다"고 한숨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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