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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키코 상고심', 기업 "재앙적 피해"vs은행 "손실 없다" 격돌

2013-07-18 17:19

조회수 : 3,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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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공적 책무를 수행하는 은행이 독점적 정보와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수많은 중소기업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중소기업들이 키코로 재앙적 손실을 보게 하고 은행들은 거액의 이익을 챙겼다."(원고 수산중공업측 대리인)
 
"계약 당시 환율이 올라갈수록 좋다던 기업이 이제 와서 무제한 손실을 보았다고 주장하는가. 수산중공업측 주장은 달러를 보유하고 있어 아무런 손실이 없음에도 환율 상승으로 인한 환차익까지 보게 해달라는 것이다."(피고 씨티은행측 대리인)
 
2008년 784개의 중소기업들이 3조2247억원의 피해를 입었던 이른바 '키코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이 18일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렸다.
 
이날 수산중공업과 세신정밀, 모나미가 원고석에 섰으며, 이들에게 키코상품을 판매한 우리은행과 씨티은행,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옛 제일은행) 등이 피고석에 섰다.
 
현재 대법원에는 40여개의 키코관련 상고심이 계류 중이나 대법원은 쟁점이 같은 세 개 기업의 사건을 묶어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연 것이다.
 
◇'키코사건'의 상고심이 18일 오후 2시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으로 열렸다. 변론에 앞서 양승태 대법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양승태 대법원장은 변론에 앞선 모두발언에서 "사안의 중대성과 국민적 관심이 지대하므로 공개변론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또 통상 15분에 불과한 소송대리인 변론 시간을 30분으로 늘려 허용했다.
 
이날 중소기업측 대리인으로는 법무법인 KCL과 대륙아주, 로고스가 나섰으며 은행측 대리인으로는 김앤장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광장, 율촌 변호사들이 나섰다.
 
이날 소송의 쟁점은 ▲키코계약이 불공정거래행위로 무효인지 ▲기망-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하거나 사정변경을 이유로 해지할 수 있는지 ▲계약체결 과정에서 은행이 설명의무 등을 위반했는지 ▲계약시 은행이 콜옵션 행사통지를 안한 것이 위법인지 여부였다.
 
양 대법원장의 모두발언이 끝난 뒤 양측 대리인간 치열한 변론 공방이 오갔다.
 
수산중공업측 대리인으로 먼저 변론에 나선 KCL의 김용직 변호사는 "키코는 구조적으로 환율이 급등할수록 절대적으로 기업에 불리한 것"이라며 "외환시장이 외부충격에 취약한 우리나라는 환율 급등 가능성이 매우 커 키코에 가입한 기업의 재앙적 손실은 시간문제였다"고 포문을 열었다.
 
또 "은행측은 중소기업들이 통화옵션의 가치나 가격을 평가할 능력이 없는 무지상태를 이용해 기업들이 취득하는 풋옵션과 은행이 취하는 콜옵션 간 현저한 불균형이 있는 키코상품을 판매한 것으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씨티은행은 중소기업이 옵션 가치 평가능력이 없음을 확인한 후 키코 상품을 판매했고 일부 은행에서는 은행원들끼리 '은행이 키코로 돈을 많이 번다는 것을 중소기업 담당자들이 알게 되면 절대로 안 된다'고 모의한 증거까지 있다"며 "설령 무효가 아니더라도 은행들이 중소기업을 기망해 체결한 계약인 만큼 취소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키코계약 구조를 전체적으로 볼 때, 마이너스 평가가치 상태에서 출발해 기업의 환 위험이 가중됐으므로 본래목적인 기업들의 환 위험 회피에 부적합하고 오히려 키코계약 당시인 2007년은 은행의 단기 외화차입금이 급증하는 시기였으므로 은행들의 환 위험 회피에 적합한 상품이었다"며 "은행들은 이러한 키코계약의 기본구조와 위험 가능성 등 평가손실 상태에 대해 설명할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키코사건'의 상고심이 18일 오후 2시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으로 열렸다. 변론에 앞서 양승태 대법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이에 대해 씨티은행측 대리인으로 나선 김앤장의 백창훈 변호사는 "키코계약 체결로 기업이 손실을 입은 것은 기대이익의 상실로, 은행이 얻은 마진이익이라기 보다 환율이 예상 범위를 훨씬 초과해 급등했기 때문"이라고 맞받았다.
 
또 "기업들은 당시 은행이 제시하는 행사환율, 녹인환율, 녹아웃환율 등의 조건을 비교해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데 관심이 있었고, 설령 은행들이 옵션의 이론가나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사항을 알려줬더라도 그같은 정보가 키코계약 체결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없어 취소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백 변호사는 "기업측은 키코 계약 체결로 '구조화된 파생상품', '내재된 위험성', '예측 불가능한 위험성', '증폭된 위험성' 등을 갖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막상 그러한 위험성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반박했다.
 
백 변호사는 이어 "키코 계약의 위험성은 키코 계약만 놓고 보면 환율이 상승하면 그에 따라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환 헤지 목적으로 키코 계약에 가입한 기업은 외화자산도 함께 보유하고 있었으므로, 환율이 상승할 때 그 외화자산에서 발생하는 환차익을 함께 고려하면 실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1, 2심은 수산중공업이 씨티은행과 우리은행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키코상품은 불공정거래 상품이 아니며, 은행측이 설명의무를 위반한 점도 인정되지 않는다”며 모두 원고패소 판결했다.
 
반면, 세신정밀이 같은 취지로 신한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는 1, 2심 재판부 모두 "은행들이 당시 경제적 상황에 비춰 투기적 목적으로 키코상품을 권한 점이 인정된다"며 은행측에게 30%의 책임을 인정했다.
 
모나미도 지난 2월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당시 서울고법 민사합의12부(재판장 박형남)는 "원고의 달러유입액의 규모 등에 비춰 적절하지 않은 키코계약을 권유함으로써 적합성의 원칙 및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며 원고패소 판결한 1심을 깨고 은행에게 20%의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한편, 이날 공개변론에는 소송당사들인 중소기업 관계자들과 ‘키코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과 법조인, 학자 등도 대거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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