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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은

보험 규제는 모두를 향해야

2023-03-22 00:56

조회수 : 4,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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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천차만별일 겁니다. 보험업에 종사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 차이가 있을 것이고, 경제 분야 지식이 많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으니까요. 일반적인 금융소비자이지만 보험 가입 경력이 많은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죠.
 
그러니 보험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는 모든 소비자가 누구나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보험금을 받는 것처럼 돈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그런데 일반 금융소비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금융당국 관계자에게서 최근 들은 한 마디가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종신보험 가입기를 취재하면서 궁금했던 것들을 당국 관계자에게 문의하던 상황이었습니다. 기자가 직접 종신보험에 가입하면서 '고지의무'에 대해서 전혀 듣지 못했는데 이처럼 설명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관행을 막을 수 있는 제도 개선 사항을 물었던 것인데요. 설명의무라는 것은 보험금 산정, 지급과 같이 아주 중요한 보험계약 사항을 보험판매인이 소비자에게 충분히 설명해 이해시켜야 한다는 것으로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명시돼 있습니다. 설명의무 대상이 되는 사항 중 하나가 고지의무인데요.
 
고지의무라는 것은 보험 소비자(피보험자 또는 보험계약자)가 보험사에 지켜야 하는 의무입니다. 과거 병력이나 직업 변화, 건강 상태의 변화 등에 대해 보험사에 말해야 하는 것이죠. 오토바이를 타는지 안 타는지, 탄다면 일상용으로 타는지 영업용으로 타는지 등도 반드시 알려야 합니다. 이에 따라 보험료, 보험금 모두 달라지기 때문이죠. 만약 이것을 지키지 않으면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고지의무에 대해 소비자가 설명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를 두고 법정 다툼이 벌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금융당국 관계자, 이 이야기를 듣더니 "우리나라 사람들 보험 가입률이 얼마나 높은데, 고지의무를 모르나요?" 합니다. 고지의무, 아는 분들 많겠죠. 그러나 보험 가입 경력이 없는 사회초년생들, 모르는 경우 많습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고지의무에 대해 정확히 모르는 보험 가입자들 적지 않을 겁니다. 고지의무와 관련된 법적 분쟁이 계속 되는 것이 방증입니다.
 
잘 모르는 사람이 극소수라 하더라도, 이는 금융당국 관계자의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닙니다. 보험사 관계자라면 모를까요. 맥도날드 뜨거운 커피 소송을 그 이유로 들고 싶습니다.
 
이 소송은 1992년 미국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한 할머니가 드라이브 스루에서 커피를 샀는데, 운전 중에 커피를 쏟고 말았습니다. 3도 화상을 입자 맥도날드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커피를 너무 뜨겁게 줬다는 이유죠. 결국 법원은 34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손님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후 맥도날드는 컵에 '커피가 뜨거우니 조심하라'는 경고문구를 삽입했죠.
 
당연한 일이라 생각해도 소비자에게 주의 안내를 충분히 하지 않았을 경우 판매자의 과실을 인정한 사례입니다. 판매자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것은 너무나 많습니다. 상식이라 보이는 것도 많고요. 하지만 누가 그 상식의 선을 정해주는 것인가요? 만약 상식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면 이는 지극히 소비자의 관점에서 논해야 합니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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