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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은

모럴해저드 위험 없다더니 이번엔 자부담?

2023-06-01 08:11

조회수 : 6,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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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보험으로 보험금을 받을 때 일부는 내 돈을 내게 될 수도 있습니다. 몇몇 실손보험 가입자분들은 병원비를 보험 처리 하더라도 일부 금액을 내야 하는 것처럼요. 운전자보험 교통사고처리지원금, 변호사선임비 보장입니다.
 
무슨 이야기냐고요? 한줄 요약으로는 '우려가 현실로'입니다.
 
올해 초부터 갑자기 손해보험사들이 운전자보험으로 선심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교통사고처리지원금이나 변호사선임비용을 많이 드리겠다고 저마다 경쟁적으로 보험금 상한을 올렸더랬습니다. 7000만원 받는 게 가능해졌었던 시절이었죠.
 
걱정이 됐습니다. 보장 내용이 좋아지면 무조건 좋은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듯이요. 분명히 이 돈을 받기 위해 변호사랑 혹은 상대 사고 차량과 짬짬이하고 보험금을 높게 받을 수 있도록 꼼수를 부리는 사람들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게 걱정거리였습니다. 그럼 비정상적으로 운전자보험의 손해율이 올라가는데, 손해율은 다시 나중에 보험료를 결정할 때 반영이 됩니다. 이런 꼼수 고객이 늘어난다는 건 보험료가 올라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보험사들은 애초에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지 않도록 적정한 보험 상품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결국 금융당국도 이런 우려를 확인하고 보험사에 방지 대책을 세우라고 했습니다. 상품은 보험사 마음대로 만들더라도, 꼼수 소비자를 만들어내지는 않도록 적당히 하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보험금 상한규모도 제한했습니다.
 
이때까지도 보험사들은 도덕적해이는 없을 것이라 단언했습니다. 법 전문가인 변호사들이 설마 얼마 돈에 눈멀어 보험사기를 치겠느냐는 게 이유였습니다. 도덕적해이 걱정이 없다면 다른 방지 대책도 필요가 없었겠죠.
 
그러더니 솔솔 운전자보험 자기부담금 신설 이야기가 피어오릅니다. 이 말은 도덕적해이를 막겠다는 의도고 또한 도덕적해이 우려가 있다는 건데요. 보험사 입장에서 우려가 현실이 된 건 아닌가 의심스럽습니다.
 
그리고 금융당국, 소비자 입장에서도 우려가 현실이 된 꼴입니다. 담보로 퍼주기 하다가는 소비자가 떠안는 부담이 커질 것이라 걱정됐는데 아예 자기부담금을 넣겠다는 거니까요.
 
물론 소비자들이 높은 도덕성을 발휘해 적정한 피해만큼의 보험금을 받는다면 문제가 없겠죠. 그러나 보험사들이 어느 정도 소비자들의 도덕적해이를 짐작할 수 있다면 이는 경계해야 합니다. 고객 더 끌어오겠다고 무리한 마케팅 경쟁을 벌일 때나 보험 다 팔고 난 뒤에나 고객의 성향이 변할리는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정말로 자기부담금 신설이 현실화된다면 보험사들이 한입으로 두말한 셈입니다. 이럴 줄 몰랐다면, 정말 모른 게 맞는지 아님 모른 척 한건지 의심스럽고요.
 
보장 늘어나는 거 마냥 좋게 볼 일이 아닙니다. 오일남 옹께서는 이런 명대사를 남겼습니다. "이러다간 다 죽어!"
 
제주시 건입동 도로 위 모습.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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