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윤영혜

younghye.yoon.169@etomato.com

싱싱한 정보와 살아있는 뉴스를 제공하겠습니다!
세대교체의 희생양

2023-11-07 12:41

조회수 : 1,843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정계, 재계를 막론하고 '세대교체'가 인사 키워드가 된 지 벌써 꽤 된 것 같습니다. 실제 취재 현장에 나가보면 젊은 임원들이 눈에 많이 띕니다. 혁신이 중시되는 IT 업계는 더 심하겠지요. 보수적인 금융 분야에 비하면 산업 분야는 덜 한 것 같지만, 비교적 바람을 덜 탔던 중후장대 쪽도 꽤 젊어진 분위기입니다. 한편으로는 내가 벌써 그렇게 나이를 먹었나 싶기도 하고요.
 
이와 달리 노동계에서는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65세로 정년 연장' 논의가 최근 뜨거운 화두입니다. 65세까지 직장을 다니면서 월급 받고 일하고 싶어하는 직원들은 많은데 기업 총수와 임원은 40대인 셈입니다. 머리는 젊은데 손발은 늙은, 뭔가 이상한 그림이 그려졌습니다. 대부분 젊은 총수가 전면에 등장할 때는 유연한 조직 체계 구축, 신사업 진출 등 '젊은 감각'이 필요해서니까요.
 
젊은 총수, 젊은 임원. 그렇다면 우리가 옛날에 흔히 알던 40대 중후반 또는 50대 부장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한 70년대생 기업 임원에게 물어보니 "주변에 또래 임원이 거의 없다"고 하더라고요. 임원들은 대부분 기존에 올라간 60년대생이고,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지면서 80년대생을 끌어올리는 바람에 한때 젊은 피였던 70년대생이 순식간에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는 겁니다. 70년대생은 현역 중 최고 기량을 가진 부장들인데 임원 승진이 안되고 있다는 거죠. 말로만 듣던 '세대교체의 희생양'이라는 설명입니다.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왔고 잘못한 것도 없는데 임원 안 시켜주고 갑자기 집에 가라고 하면 정말 황당할 노릇일 것 같습니다. 
 
다행히 요즘은 갈 곳 없는 70년대생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합니다. 물론 기업마다 문화가 다르겠지만요. 모 기업은 임원 승진에서 탈락하거나 임원 재계약이 안 되는 임직원을 위해 특별한 자리(?)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고 합니다. 일종의 안식년 같은 개념인데요. 이 기간 동안 인생 2막을 준비하기도 한다고요.
 
안식년 기간을 잘 활용하면 회사에 남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매너리즘에 빠져 하던 일들을 위기의식을 갖고 돌아보니 빈틈이 보이고, 이를 틈새 시장으로 연결해 새로운 사업 계획을 구상해 낸다는 건데요. 자기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만들어 발령을 받는다는 겁니다. 조직 내부에서는 이렇게 다시 돌아올 경우 "부활했다"고 표현한다고 합니다. 우리 사회에 이런 좀비들이 많아진다면 좋은 걸까요, 나쁜 걸까요. 
 
 
(사진=픽사베이)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 윤영혜

싱싱한 정보와 살아있는 뉴스를 제공하겠습니다!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