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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bora11@etomato.com

정확히, 잘 보겠습니다.
사회화된 사람

2024-02-13 18:12

조회수 : 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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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도서관에서 책을 연체해 페널티를 받았습니다. 기본 대여 기간이 2주인데, 대여 시 1주일 연장이 가능해요. 그래서 총 3주간 대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개인 사정으로 3주 내에 가지 못해 연체를 하게 됐습니다. 
 
2~3일에 한 번씩 연체됐다고 알림 문자가 오더군요. 해서는 안 될 일을 한 것 같아 마음이 무겁고, 빚을 진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자마자 도서관으로 뛰어갔습니다. 총 세 권의 책을 반납하고 나니 키오스크에 '2월29일까지 대여금지'라는 문구가 떴습니다. 
 
총 한 달간 대여 금지 처분(?)을 받고 나니 꽤 불편했어요. 제때 반납하지 않은 내 잘못이지만 기분이 나쁘기도 했어요. 특히 꼬마들이 읽고 싶은 책(만화)은 3~4권씩 빌려오곤 하는데, 그것을 다 빌려주지 못하니 미안한 마음까지 들더군요. 
 
그 이후로 도서관이 있는 동네를 서성이면서 괜히 억울한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요? 한 달간 책을 못 빌리게 된다니 관심 있는 분야의 작가, 책들이 우수수 생겨나고 있어요. 수많은 책들이 쌓여있는 도서관에서 '참 읽을 책 없다'며 빈손으로 도서관을 나온 것이 엊그제 같은데… 사람은 참 이상하고 어리석은 동물입니다. 권리를 박탈당하고 나서야 그 권리의 소중함을 알게 되니 말이에요. 
 
도서관 연체로 인해 깨달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오랜만에 규칙을 어겼다는 점이에요. 무단 주차로 벌금을 낸 이후 십여년 만입니다. 지난 기간 꽤나 착하게 살아온 것 같아요. 사람이 한순간에 착해졌다기보다는 '잘 사회화된 직장인사람'이 돼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어딜 가도 튀어서는 안되고, 가만히 있으면 절반 이상 가는, 옛 어른들이 말씀하셨듯 하지 말라는 것은 안 하는 것이 미덕인 그런 사회에서 십여년 넘게 일하다 보니 그냥 규칙 잘 지키는 어른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그냥 그렇다고요.
 
서점가에 책이 진열돼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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