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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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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전략이 없다

2024-07-15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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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개발한 파운드리 3나노 2세대 기술. 사진=삼성전자
 
우리나라는 사실상 반도체 전략이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 글로벌 공급망 패권 경쟁에서 반도체가 핵심입니다. 그래서 각국은 저마다 반도체 전략을 정비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나라만 기존과 전략이 크게 다를 게 없다는 것입니다. 반도체 지형 등 세계 환경이 바뀌는 것이 전략 수정의 배경입니다. 그런데 기존 전략을 수정하지 않는 것은 대책이 없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미국은 반도체 동맹과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자국 내 외자유치를 확대해 반도체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전략입니다. 중국은 미국의 견제에도 자립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부족했던 메모리를 강화하고자 국가적 자본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대만은 핵심 장비와 소재 분야를 강화하고자 전략적 지원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일본도 소부장에 집중하는 경향입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기존의 메모리 중심 역량을 기반으로 생태계 확대에 나선다는 전략입니다. 생태계 강화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메모리 중심이라는 데서 걸립니다. 반도체를 가장 잘해왔던 삼성, SK가 하는 말을 경청하다보니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특정 이해관계에 걸린 산업 육성 지원방안을 짤 때 이해 당사자 의견을 구하는 데 집중하면 편향성이 커집니다. 당사자들은 그들에게 필요한 정책만을 강조할 테니까요.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삼성, SK가 못하는 비메모리 분야입니다.
 
비메모리도 삼성과 SK가 직접 하겠다고 추진해왔습니다. 하지만 다품종 소량생산이 특징인 비메모리는 삼성, SK 같은 대기업이 하기 어려운 분야입니다. 기술 벤처가 더 적합합니다. 그럼에도 이들 중심의 지원 정책을 짜는 것은 제자리걸음만 하겠다는 게 아닌지 우려됩니다.
 
기술 벤처가 성장하려면 천장이 없어야 합니다. 기술 탈취에 대한 두려움이 없도록 제도적으로도 잘 보완돼야 합니다. 메모리 중심 분야에서 연계해서 비메모리를 육성하겠다는 것은 결국 원하청 협력 관계를 지원하겠다는 말로 들립니다. 벤처가 기술을 개발해도 대기업에 흡수되고 이후 별개 아닌 기술로 변하는 도돌이표가 되고 있습니다.
 
비메모리를 육성하기 위해 백지 상태서 새롭게 출발해야 합니다. 두 대기업을 떠나서 비메모리가 성장하기 위해, 생태계가 크기 위해선 어떤 지원을 해야 하는지 대기업이 아닌 벤처 기업 입장에서 고민해야 합니다. 그렇게 생태계가 자생하는 게 나중엔 두 대기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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