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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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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과 폐쇄 사이

2024-07-30 10:03

조회수 : 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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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토교통부 산하기관들이 돌아가면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가 밀집해 살다보니 '아파트 공화국'으로도 불리는데요. 이 때문에 국토부는 부동산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행정기관으로서 예전부터 힘 있는 부처로 알려져 있습니다. 산하에는 시장형 공기업을 비롯해 다양한 공사들이 있는데요. 그중 최근 간담회를 개최했던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기자간담회가 열리던 날 오전, 다른 일정이 있어 기자단과는 따로 식사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기자단이 타고 온 버스보다 식당에 15분 정도 일찍 오게 됐는데요. 2층 식사장소에 도착하니 담당 직원이 식당 제일 가운데 자리로 친절하게 안내해 주더라고요.
 
앉으려고 보니 테이블에 팻말이 없었습니다. 보통 기자간담회를 할 경우 4인 기준 한 테이블당 사장, 본부장, 실·국장 등 주요 임원들을 한 명씩은 배치하거든요. 기자간담회는 기자들과의 소통을 위해 마련된 자리니까 당연히 섞어 앉도록 하는 거지요. 테이블에는 배치된 임원의 팻말이 있게 마련입니다. 식당을 둘러보니 어떤 테이블은 2명씩 배치됐고 어떤 테이블은 아예 팻말이 없는 식으로 들쭉날쭉했습니다. 그리고 식당 제일 한가운데, HUG 관계자 아무도 배치하지 않은 테이블로 안내를 받은 것이었습니다. "여긴 아무도 안 앉으시지 않나요?"라고 질문하니 직원이 쭈뼛대며 답을 못 하길래 다른 자리에 앉았습니다. 
 
가방을 의자에 놓은 뒤 둘러보니 임원들이 쭉 서 있었습니다. 일찍 온 김에 명함을 돌리려고 일어나니 이번에는 웬 남자 직원이 와서 이따 한꺼번에 인사할 시간이 있으니 그때 하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난번 LH와의 기자간담회 때를 떠올려보면, 기자단이 도착하자마자 식당 바깥 입구에 한 줄로 서 있던 임원들이 명함을 주고받고 인사를 하면서 식당 안으로 들어왔거든요. 그때랑 같은 장소인 것을 감안하면 동일하게 진행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자단 도착하면 1층 입구에서부터 인사하면서 들어오지 않나요? 식사하면 명함 주고받을 시간이 없을 것 같은데요?"라고 질문하니 "따로 시간을 드릴 겁니다"라고 정중하게 말하길래, 알겠다고 하고 앉았습니다. 
 
그리고 15분 뒤 기자단이 도착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식당 입구에서부터 한 줄로 임원들과 명함을 주고받고 전부 인사를 나누며 식당으로 쭈욱 들어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제가 그 직원한테 가서 "저만 인사를 못했네요"라고 하니 정말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모르더라고요. 임원들이 전부 2층 식당으로 들어오길래 따로 인사를 해야겠다 싶었는데 그때부터 PT, 사장 인사말, 질의응답 등이 논스톱으로 이어졌습니다. 5분 뒤 식사가 나온다며 잠깐 휴식시간이 있어 명함을 돌리려 일어나니 갑자기 임원들이 전부 우르르 칸막이가 쳐진 옆 부스로 이동을 했습니다. 기자단과의 소통을 위해 마련된 자리인데 구분된 공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듯싶었습니다.
 
식사가 나온 후에는 식사 중이라 인사를 못 드렸고, 틈틈이 먼저 식사 끝나는 분들을 노리려 했지만 기회가 없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여기저기 혼자 뛰어다니며 그렇게 명함을 돌렸습니다. 몇 분들은 왜 혼자 뛰어다니냐고 질문까지 하시더라고요. 오늘 있었던 웃픈 상황을 얘기했더니 "이런 행사를 해 본 적 없는 것 같다", "굉장히 보수적"이라는 얘기들을 했습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이름처럼 부도·파산 등으로 공사가 중단된 건설 사업장의 공사비용와 분양대금을 환급해 주는 곳입니다. 즉 공급자들에게 보증 업무를 해주는 곳인데요. 그래서 건설사에는 잘 알려져 있지만 일반 소비자, 주택 수요자들에게는 사실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입니다. 그만큼 대중, 언론과 소통할 기회도 적었겠지요. 주택도시기금을 운용, 관리하는 만큼 조직 분위기도 보수적이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돈을 만지는 곳은 어느 곳이나 항상 특유의 폐쇄적인 분위기가 있으니까요. 
 
최근 전세사기 등의 여파로 여야가 각종 구제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HUG가 임차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해 피해자를 우선 구제하고 추후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선구제 후회수' 방식을 내놨는데요. 전세사기 구제기관(?)으로 거듭나면서 일반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던 HUG가 최근 유명세를 타고 있는 모습입니다. 인지도가 높아진 장점이 있지만 일이 너무 많아지면서 젊은 직원들의 줄퇴사도 잇따르고 있다고 하는데요. 전격적으로 문호를 개방하기 시작한 HUG가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공공기관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25일 열린 기자간담회(사진=H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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