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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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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

2024-08-05 09:07

조회수 :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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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를 둘러싼 상황이 초유의 사태로 점철되고 있습니다. 2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정점으로 치닫는 모습입니다.
 
이 위원장은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직후 직무가 정지됐는데요. 방통위가 출범한 2008년 이후 최초로 탄핵소추된 위원장이 됐습니다. 또한 사흘이라는 이례적인 기간 동안 청문회를 거쳤고 취임 3일 만에 직무가 정지된 것도 전례가 없습니다.
 
직무 정지된 이 위원장은 즉각 거대 야당의 탄핵소추 횡포에 맞서겠다라는 입장을 밝히는데요. 탄핵소추자진사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자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겠다고도 합니다. 이에 발맞추듯 대통령실 역시 강력한 메시지를 내는데요.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야당은 민심의 역풍이 두렵지 않은가. 헌정 파괴 정당은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며 야당의 탄핵 폭주에 맞서 이진숙 위원장은 당당히 헌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방송 장악논란이 시작됐던 이동관 전 위원장이 취임한 지난해 828일 이후 방통위를 둘러싼 정쟁은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 위원장의 탄핵 소추로 정쟁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하는 상황입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쟁점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대통령 추천 몫 2인 체제로만 방통위가 운영되며 여러 민감한 현안을 의결하는 것입니다. 정부·여당은 공영방송 정상화를 기치로 내걸고 있지만 공영방송이 편향됐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방송 장악이라는 야권의 반발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방통위는 5인 합의제 기구지만 야권 추천 몫 상임위원(현 최민희 민주당 의원)을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았으면서 야당이 추천을 하지 않아 방통위 정상화가 되고 있지 않다는 전임 위원장들의 주장도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입니다.
 
이 같은 상황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국회의장 추천 몫으로 위촉된 최선영 연세대 객원교수를 윤 대통령은 9개월가량 임명하지 않습니다. 그 사이 방심위는 류희림 위원장 체제 여권의 압도적인 우위 구도 속 정부 비판 보도에 무더기 중징계를 내리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논란의 류 위원장은 직원들의 거센 반발에도 연임에 성공하며 위원장 자리를 다시 꿰찹니다.
 
다시 방통위 상황으로 돌아오면 방통위는 이 전 위원장 김홍일 전 위원장, 이 위원장까지 3명의 위원장을 거치면서 공허한 상태가 됐습니다. “언론 정상화의 기차는 계속 달릴 것이라는 이 전 위원장의 퇴임 일성처럼 방송 장악으로 의심되는 무언가의 목적에 따른 수단으로 전락했습니다. 그 결과 촌극도 반복됩니다.
 
지난해 1229일 김 전 위원장이 임명된 뒤 이상인 당시 부위원장과 ‘2인 체제를 회복한 방통위는 취임하자마자 이틀 뒤인 31일 마감 시한을 앞둔 지상파 3UHD와 지역 민방 등 방송사들의 재허가 심사를 위한 전체회의를 열겠다고 밝혔는데요. 회의 당일인 310시쯤 이를 취소하는 촌극을 빚습니다. “물리적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 이유였는데요. 재허가 마감 시한을 넘겼어도 방송사에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는 입장도 덧붙입니다.
 
이 위원장이 취임한 뒤 촌극은 반복됩니다. 이 위원장과 김태규 상임위원이 임명된 직후 일부 언론이 오후 2시에 공영방송 이사 선임안을 의결하는 전체회의를 열 것이라고 보도하자 방통위는 오후에 사실과 다르다는 보도설명자료를 배포합니다. 이후 4시간쯤 뒤 홈페이지에 의사 일정을 올려 5시에 공영방송 이사 선임안을 의결하는 전체회의 개최 사실을 알립니다. 반복되는 촌극으로 방통위는 아마추어 상태로 전락한 모습입니다.
 
방통위 설치법에 따르면 방통위는 방송과 통신에 관한 규제와 이용자 보호 등의 업무를 수행합니다. 구체적으로는 방송과 통신 이용자의 복지 및 보편적 서비스의 실현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방송·통신사업의 공정한 경쟁환경의 조성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방송통신사업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될 수 있도록 필요한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방통위는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대통령 추천 몫 2인 체제를 고수하고, 민감한 현안의 의결을 강행하고, 무리하게 서두르다 촌극을 빚는 그 저의가 무엇인지 의심만 듭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 역사를 마주할 날이 머지않아 보입니다.
 
  • 배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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