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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진

(기자의눈)정치가 죽어야 개성공단이 산다

2013-08-0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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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경진기자] 남북 평화의 상징이자 경협의 마지막 보루인 개성공단이 존폐 기로에 섰다. 남측 관광객의 총격피살 사건으로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지 5년 만에 개성공단의 운명도 풍전등화처럼 위태로운 형국이다.
 
지난 4월 북한의 통행차단 조치와 북측 근로자 철수 발표에 이어 우리측 기업인의 전원귀환 결정으로 시작된 개성공단 갈등이 5개월째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6차례 진행됐던 남북 당국간 실무회담이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공단 정상화를 기대하는 많은 이들의 실날같은 희망은 물거품이 돼 가고 있다.
 
북한은 자신들이 양보안으로 제시한 합의서를 남측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서 남북합의가 무산되면 개성공단에 군대를 주둔시키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정부는 북측이 우리가 원하는대로 재발방지 약속을 하지 않으면 중대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공단폐쇄를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남북 당국의 입만 쳐다봐야 하는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가슴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느닷없이 실업자가 된 북측 근로자 5만3000여명(올해 2월 기준)도 당장의 생계 위기 때문에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실상 우리측 입주기업과 북한 근로자들 입장에서는 남북 당국이 모두 원망스러울 뿐이다. 공장 운영에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니고, 월급을 못받는 것도 아닌데 양측의 싸움 탓에 애꿎은 피해자가 됐기 때문이다.
 
남북 당국간 실무회담 결렬이 개성공단 정상화를 가로막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남북 간에는 개성공단 운영을 위해 이미 2003년 8월 20일 정식 발효된 경제협력합의서가 있다.남북 경협합의서는 투자보장, 이중과세방지, 상사분쟁조정절차, 청산결제 등을 규정하는 한편 남북 기업인이 상대 지역에서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문제는 분단 이후 처음으로 법적 효력을 갖는 경협합의서조차 양측의 정치적 갈등 때문에 무용지물이 돼버렸다는 점이다. 향후 남북 실무회담이 재개되고 양측이 그 어떤 합의를 하더라도 또 다시 이런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우리가 재발방지 관련해서 북측으로부터 문건을 받아내는 것도 중요할 수 있지만, 문건은 상호 적대관계가 지속되면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궁극적인 개성공단의 정상화는 남북의 정치적 상황과 공단 운영을 분리시키겠다는 양측의 실천 의지에 달려 있다. 개성공단 하늘을 시커멓게 뒤덮고 있는 정치적 먹구름이 영원히 사라져야만 그곳에 남북의 평화와 통일의 희망이 깃들게 된다.
 
올해는 개성공단 1단계 개발 착공식을 한 지 10년째 되는 해이다. 10살배기 남북 화해의 상징을 어린 나이에 죽게 만든다면 그 역사적 책임은 남북 당국 모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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