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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이란·리비아·우크라이나까지…"비핵화 전례서 해법 모색해야"

남아공, 핵 해체비용 자체조달…미 정권교체로 합의 뒤집히기도

2019-07-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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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이달 중순 비핵화 방법론을 논의하기 위한 북미 실무협상을 앞두고 과거 다른 국가들의 비핵화 사례도 재조명받고 있다. 각 사례의 한계까지 고려한 한반도형 비핵화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금까지 비핵화에 나선 국가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우크라이나, 리비아, 이란 등이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이 쓴 '한반도 비핵화 리포트'에 따르면 남아공은 1988년 앙골라 내전 종식으로 안보위협이 감소하고 1990년 2월 인종차별정책 폐지로 유엔제재도 풀리자 자발적인 비핵화에 나섰다. 1991년 7월 핵무기 개발프로그램 종료 후 핵무기비확산조약(NPT)에 가입했으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핵안전협정도 체결했다. 1993년에 드 클라크 대통령이 핵무기 포기와 해체 완료를 선언하고 IAEA가 검증을 통해 이를 확인했다. 해체에 필요한 재원(4억달러)은 자체 조달했다.
 
다만 남아공과 달리 북한은 아직 미국과 신뢰가 부족하며 경제·기술적 한계도 있다. 북한이 보유한 핵과 미사일 해체과정에서 국제사회의 재정·기술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이 지적될 경우 이를 누가 맡을지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구소련 해체 당시 승계한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유하고 있었다. 러시아로부터 안보위협을 받고 경제난에도 시달리던 우크라이나는 국제사회의 안전보장·경제지원을 조건으로 핵·ICBM을 포기하고 NPT에 가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체제안전 보장을 위해 미국·러시아·영국이 참여한 '부다페스트 안전보장 각서'가 체결됐고, 경제보상을 위해 이른바 '넌-루가 법안'에 기초한 협력적 위협감소프로그램이 추진됐다. 다만 이 방법은 2014년 2월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막지 못했다. 전문인력·핵물질이 해외로 유출되는 일도 발생했다.
 
리비아는 지난 1988년 팬암기 폭파사건 후 관련자 신병인도를 거부하면서 미국과 유엔의 제재에 마주했다. 리비아 정부는 이후 용의자 2명의 신병을 인도하면서 유엔 경제제재 유예를 얻어내는 한편 비밀리에 핵개발에 나섰다. 그러나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후세인정권이 무너지고, 독일로부터 고농축우라늄(HEU)용 원심분리기를 밀반입하려다 미국에 적발되자 그해 12월 자발적으로 핵포기를 선언했다. 자발적 핵포기인 만큼 22개월만에 관련 작업이 완료되고 미국과 관계정상화·제재해제가 이뤄졌으나, 2011년 2월 리비아 내전 당시 미국 등 서방은 반군을 지원했고 카다피 국가수반은 반군에게 체포·처형됐다. 이를 두고 북한은 "핵개발 초기단계에 있던 리비아를 핵보유국인 우리와 대비하는 것 자체가 아둔하다"고 지적한다.
 
2015년 7월 '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서명으로 일단락된 이란 비핵화는 핵능력을 근본적으로 해체하기보다 우라늄농축시설 신설을 금지하고 기존 원심분리기 수량을 단계적으로 줄여 핵무기를 갖지 못하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오바마 행정부가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동참하고 있던 이란과의 협력관계를 중시한데 따른 것이었다. 이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미친 합의"라고 지적했으며 취임 직후 수정제안을 했지만 이란이 거부하며 파기됐다. 미국의 정권교체로 합의가 뒤집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예다.
 
조 위원은 "외부적 안보환경과 국내적 상황이 다른 외국의 비핵화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며 "과거의 경험과 핵프로그램 특성에 기반해 제시된 미국 싱크탱크들의 비핵화 방식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란 최고지도자 등을 겨냥한 추가제재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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