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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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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잘 보겠습니다.
외교관

2023-12-08 08:41

조회수 :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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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은 외국에 주재하며 자국을 대표해 외교 업무에 종사하는 관직입니다. 외교관은 베일에 쌓인 듯 신비롭고 또 비밀스러운 업무가 많을 것 같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외교관'을 통해 확인한 것도 이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모든 업무가 각국의 경제, 정치, 산업에 영향을 줍니다. 외교가 틀어지면 국가 간 갈등, 전쟁까지도 치달을 수 있습니다.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정도겠지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오영주 외교부 제2차관이 임명됐습니다. 
 
중기부는요. 생긴 지 10년도 되지 않은 신생부처입니다. 산업부의 중소기업과에서 시작해 중기청으로 독립했고 이후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중요성이 부각되며 부처로까지 덩치를 키웠어요. 전통시장부터 중소기업, 벤처기업까지 다양한 계층의 정책을 담당합니다. 시장의 상인부터 화이트칼라의 벤처투자자까지 말이지요. 전통시장의 부흥과 골목상권 살리기, 소상공인의 노동 여건과 최저 임금, 스타트업 육성과 벤처기업의 관리 등 담당하는 분야도 다소 광범위합니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7일 오전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을 비롯한 업종별 단체장 등과 차담회를 위해 서울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래도 외교부보다는 정책대상자의 숫자나 영향력이 다소 떨어집니다. 중기부는 외교부에 비해 정치, 사회, 고용, 법무 등 다양한 부처와 맞닿아 있는 데다 부처 간 조율할 업무도 많은 곳입니다. 중요성의 여부를 떠나 더 힘들고 어렵고, 답도 잘 나오지 않아요. 갈등이 첨예하면서 조율도 어려운데 이해집단의 목소리도 작지 않습니다. 조금 과격할 때도 있어요.
 
단적으로 외교부의 업무는 뉴스 가장 맨 앞에 소개되지만 중소기업 이슈는 뉴스에 소개되지 않을 정도로 소외받고, 또 홀대받기도 합니다. 그래서 걱정되는 겁니다. 국가의 명운을 쥐락펴락하는 업무와 생활에 30여 년 길들여진 오 후보자가 중기부에 와서 중소기업인들의 인력난과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애로를 세밀하게 귀담아 들을 수 있을까요. 행여 하찮다고 여기지는 않을까요. 
 
중소기업이나 벤처의 문제를 끊임없이 접하며 고민하고,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오랜 세월에 걸쳐 듣고 경청하며 정책의 흐름을 알고 몸소 경험한, 소위 말하는 '경력자'들에 비교해 탁월할 수 있을까요. 전문성에 대한 우려입니다. 관련 경력이 하나도 없으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경력이 많았던 유경력자들이 모두 장관직을 훌륭히 수행했냐 묻는다면, 대답은 'NO'일 겁니다. 경력이 곧 업무능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고, 경력이 없다고 해서 능력 또한 없을 것이라 단정 짓기는 어려워요.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인지 오 후보자는 후보자 신분임에도 소상공인연합회를 먼저 찾아 협의체 구성을 약속했습니다. 전문성에 대한 우려가 기우였으면 좋겠네요. 외교관으로 쌓아온 경력과 관록, 노하우를 중기부에서 유효한 방식으로 펼쳐주었으면 합니다.
 
  • 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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