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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자금 800억' 당장 못 쓴다"…구영배 출석에도 더 커진 수습 '의구심'

구영배, 거듭 고개 숙였지만…"진정성도 현실성도 없어"

2024-07-30 18:05

조회수 : 1,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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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는 정확한 피해 규모도 구체적인 정산 계획도 밝히지 못했습니다. 나스닥 상장을 위해 무리하게 인수·합병을 하면서 '티메프'(티몬+위메프) 자금으로 돌려막기 했다는 게 의혹만 커졌습니다. 티메프와 경영개선협약까지 맺었지만 사태를 막지 못한 금융당국과, 재무 상황이 좋지 않은 큐텐에 시장점유율 8%에 해당하는 이커머스 업체 인수를 승인한 공정거래위원회는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섰습니다.
 
구영배 큐텐 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현안질의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시' 인수에 티몬 정산대금 사용" 실토
 
구 대표는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해 그룹에서 동원할 수 있는 자금과 사재가 얼마인지 묻는 말에 "그룹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800억원인데 중국에 있어 당장 정산 자금으로 쓰일 수 없다"며 "큐텐 지분 38%를 갖고 있다. 갖고 있는 모든 것을 다 내놓겠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가진 모든 것을 회사에 투입했다"며 "회사 지분 가치가 잘 나갔을 때는 5000억원까지 밸류(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이 사태 이후에는 지분 담보를…"이라며 말을 흐렸는데요. 전날 "그룹 차원에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하고, 개인 재산도 활용해서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입장을 스스로 무너뜨린 셈입니다. 
 
그러면서 "회사의 자본이 남아있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며 "전자상거래에서 가격경쟁이 중요 이슈가 됐고, 알리·테무로 격화됐다. 대부분 프로모션 비용으로 비용으로 썼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대신 "현재 비즈니스가 중단된다고 하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며 "약간만 도와주면 다시 정상화하고 피해를 완전히 해내겠다"고 언급했는데요. 
 
즉, 빚을 갚지 않고 우선 수익 창출과 현금 흐름을 되살리겠단 겁니다. 그러나 소비자 신뢰가 무너졌다는 점에서 '티메프'가 정상화될 가능성은 극히 작습니다. 결국 기업회생은 노력을 하다가 안되니 법대로 하자는 뜻인데요. 
 
특히 구 대표는 전날 오전 사재 출연 약속을 하고, 당일 오후에 티몬·위메프의 회생 신청을 했는 점에서 "변제의지 자체가 없다"는 야당 의원들의 질책이 쏟아졌습니다. 회생 절차에 들어가면 모든 채권이 동결되고 판매자는 판매대금을 당분간 돌려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위원들은 "판매대금 1조원을 프로모션 비용으로 다 썼다는 말이냐"고 성토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구 대표는 지난 2월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 '위시' 인수에 '티메프' 자금을 쓴 사실도 인정했습니다. 티몬과 위메프 모두 매출 발생 후 정산까지 70여일이 걸리는데, 판매 정산 주기를 늘려 물품 대금을 당겨쓴 정황이 확인된 겁니다. 다만 그는 "다만 이는 한 달 내에 바로 상환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정부는 '티메프'의 정산 지연으로 2100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5월까지의 정산액을 합산한 금액으로, 최악의 경우 1조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공정위·금융당국는 뭐했나
 
결국 구 대표가 그룹 핵심 계열사인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해 무리하게 인수·합병을 하면서 '티메프' 자금으로 돌려막기 했다는 의구심만 커졌습니다. 문제는 공정위가 티몬·위메프(2022년 기준)의 자본잠식 합산액이 9000억원에 이른다는 걸 알면서도 큐텐의 인수를 승인해 줬다는 겁니다. 
 
금융당국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중개업자인 티몬·위메프는 전자금융거래법상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업)도 영위하고 있어 금융감독원의 감독 대상입니다. 전자금융감독규정 63조는 PG업체에 대해 '자기자본이 항상 0을 초과해야 한다'거나 '미정산 잔액 대비 투자위험성이 낮은 자산의 비율을 10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등 경영지도 비율을 규정하고 있는데요.
 
티몬·위메프는 지난 2022년부터 이런 감독 규정상 비율을 지키지 못해 금융당국과 경영개선협약(MOU)을 체결해온 상태였습니다. 다만 MOU는 말 그대로 상호 협정이라, 강제성 있는 개선 조치로 이어지진 않았는데요. 금융당국은 2년 전부터 티몬·위메프의 자본금 및 건전성 비율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파악했지만 감독 수단 미비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겁니다.
 
정부는 티메프 사태로 정산받지 못한 업체들에 5600억원의 유동성을 긴급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민간 기업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피해를 번번이 공공자금으로 메우고, 금융권에 부담을 전가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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