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요즘 성대모사 슬럼프에 빠졌습니다. 15년째 하는 최홍만 성대모사 실력에 회의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죠. 요즘 들어 성대모사가 잘 되는 날보다 안 되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이유가 뭔지 생각해 봤습니다. 처음부터 단순히 '웃음'에 초점을 맞춰 연습하다 보니, 중요한 걸 빼먹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저는 가끔 코미디언 조세호(양배추)가 MBC '라디오스타'에서 했던 최홍만 성대모사를 보는데, 최근 다시 이 영상을 보고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거든요.
코미디언 조세호가 양배추로 활동하던 시절, MBC '라디오스타'에서 입술을 세로로 벌리고 최홍만 선수 성대모사를 하고 있다. (사진=MBC 유튜브)
218㎝의 거구에서 나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뱃속 항아리를 울리는 데만 집중하다 보니, 목과 입을 이용해 만드는 '어색한 쇳소리' 만들기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던 겁니다. 진짜 쇳소리가 들리는 건 아니고, 쇳소리를 의도한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들리지 않는 애매한 느낌을 준다는 뜻입니다. 조세호와 저의 차이는 여기서 벌어졌습니다.
오랜 세월 해온 최홍만 성대모사가 우스운 경력에 그치지 않으려면, 조세호 특유의 어색한 쇳소리를 구현하는 데 정성을 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와 함께 '타인에 대한 관점을 바꿔 나를 돌아보기가 이렇게 힘들다'는 걸 배웠습니다. 최홍만이라는 이름을 '홍만초이' 네 글자로 바꿔 부를 수 있듯, 자기 계발은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나는 데서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