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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의 미래)퇴직연금 활성화, 이것이 대안

[기획특집]연금개혁 늦추면 미래도 없다 <2부> 퇴직연금, 갈 길이 멀다

2013-09-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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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지난해 화제가 된 SBS 드라마 '신사의 품격'은 도시형 1인 가구의 모습을 담고 있다. 드라마 주인공은 건축가, 교사,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로 낮에는 적당히 일하고 밤에는 유흥을 통해 싱글라이프를 즐기는 것으로 그려졌다.
 
사람들이 꿈꾸는 삶은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모습과 대부분 겹친다. 그러나 실제 삶은 화려하지 않다. 나이가 들어 직장에서 은퇴하면 고정 수입이 사라지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이는 독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고령화 사회에서 우리가 맞게 될 미래기도 하다.
 
정부는 고령화 사회를 대비한다며 지난 2005년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제도가 제 역할을 못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퇴직연금 가입률 자체가 워낙 낮은데다 대부분 일시에 지급되는 퇴직금처럼 운영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 국민 5명 중 1명 노인..노후대책 마련 시급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전체 인구의 10.7%로 나타났다. 오는 2040년에는 38.2%까지 늘 전망이다. 인구 10명 중 4명은노인이 되는 셈인데 인력 구조가 빠르게 고령화돼 이들의 노후대책 마련이 시급했다.
 
◇우리나라 고령화 추이(자료제공=통계청)
 
하지만 연금제도는 모순으로 가득하다. 우선 올해 상반기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액은 총 70조원이지만 전체 근로자 수 대비 연금 가입률은 42%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지난 2분기 중 연금 수급요건을 갖춘 55세 이상 3만2000명 중 94.5%는 이를 일시금으로 받았다. 노후생활을 꾸준하게 지원하기 위한 연금이 한 번의 목돈처럼 운용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덴마크는 적립률이 높은 사적 연금제도를 운영하는데다 노인을 연금에 의무 가입시켜 안정적 삶을 보장한다"며 "네덜란드와 덴마크의 연금 소득대체율은 80% 수준이지만 우리나라는 42%밖에 안 된다"고 설명했다.
 
◇ 가입률 저조..선진국 의무가입으로 해결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퇴직연금 가입률이 낮을까.
 
이태호 한국채권연구원 연구위원은 "직장인의 퇴직연금을 가입 이유를 보면 '고령화 시대에 안정적인 노후소득을 마련하기 위해'가 32.2%로 가장 많았고, '퇴직금 수급권을 안정적으로 보장 받기 위해'가 31.0%, '회사에서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함에 따라 어쩔 수 없이'가 25.1%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연금에 가입하는 사람들 조차 연금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연금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데 특히 퇴직금을 퇴직연금으로 의무전환하고 세제혜택을 늘려 가입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연금 소득대체율 비교(자료제공=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고용부와 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에서 퇴직연금 의무화를 실무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며 "호주와 프랑스 등 선진국은 연금가입을 강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재정이 어려운 중소기업들 여건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선진국 사례를 봐도 퇴직연금 의무화는 추세가 되고 있다. 영국은 지난 2008년부터 퇴직연금 의무 가입제도를 시행해 연봉 5035파운드(한화 868만원) 이상의 근로자는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했다. 스위스와 폴란드 등도 의무가입형 연금을 운영하고 있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퇴직연금이 시행된 지 10년이 안 돼 선진국에 비해 가입률이나 연금에 대한 인식이 낮을 수 밖에 없다"며 "퇴직연금이 잘 갖춰진 나라들은 연금가입이 의무화 됐다는 점에서 연금 의무화는 결국 연금의 장기 지속성을 결정짓는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제도 정착 위해 세제혜택 확대 절실
 
퇴직연금에 대해 세제혜택도 필요하다. 근로자들이 퇴직연금을 퇴직금 형태로 일시에 받는 이유는 목돈을 저축하거나 투자하는 게 정기적으로 연금을 받는 것보다 더 이득이기 때문. 따라서 세제지원을 통해 연금으로 받는 비율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우리나라 퇴직연금 가입자는 연금 추가납입액과 연금저축액을 합해서 연간 불입액 4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소득 공제금액을 1인당 GDP로 나눈 비율은 19.5%로 미국 35.6%에 절반에 부족하다.
 
또 퇴직연금을 중도 해지하면 이에 따른 비용이 기타 소득세율 22%로 징수되고 가입 후 5년 내 해지할 경우에는 2.2%의 가산세까지 물게 된다. 더군다나 연금을 탈 때는 5.5%를 징수하고 총 연금 소득이 600만원을 넘으면 종합소득 과세대상이 된다.
 
연금을 꾸준히 받으면 그에 따른 세금만 계속 빠져나가는 기이한 구조인 셈.
 
이에 국민연금연구원 관계자는 "연간 불입액 400만원이 넘으면 소득공제한도를 납입 보험료 전액으로 확대하거나 퇴직연금을 수령할 때 부과하는 연금소득세를 100%면제 하는 등 적극적 인센티브로 연금 가입을 활성화 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해외 사례를 봐도 퇴직연금 활성화에는 세제혜택이 필수적이다. 미국은 지난해 개인 퇴직계좌와 퇴직연금의 세제혜택을 확대해 확정기여형 연금의 세제지원 한도를 4만달러에서 4만9000달러로 늘렸다. 추가 납입금도 1만1000달러에서 1만6500달러로 높였다.
 
호주는 1992년 퇴직연금 의무 가입제를 도입한 후 세제개혁을 통해 60세 이상 퇴직연금 수급자에는 비과세 혜택을 부여하고 저소득계층에는 정부가 불입금의 15%를 보조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덕분에 호주의 연금시장은 매년 10% 이상 성장 중이다.
 
영국 역시 납입금 1파운드 당 0.25파운드를 정부가 보조해 주고 최종 납입된 1.25 파운드 중 소득세 기초율에 해당하는 20%는 자동으로 면세돼 납입금에 추가된다. 은퇴할 때는 총 적립금액의 25%를 일시불로 비과세 인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류건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퇴직연금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퇴직연금에 대한 미흡한 세제혜택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며 "호주 사례에서 보듯 세제혜택은 퇴직연금의 성장과 발전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을 고려해 우리나라도 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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