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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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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펀드가 '마중물' 되려면

2024-08-05 16:28

조회수 :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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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펌프 말고 필수적인 게 하나 더 있습니다. '마중물'입니다. 물이 일정량 있어야 초기 압력을 통해 펌프가 작동하는데요. 이를 '마중물'이라 합니다.
 
벤처 투자 업계에서는 모태펀드가 바로 마중물 역할을 하는데요. 영어로는 '펀드를 위한 펀드(Fund-of-Funds)'라고 하는데요. 정부가 기업에 직접 투자하기보다는 개별 펀드(투자조합)에 기금이나 예산을 출자해 직접적인 투자위험을 감소시키면서 수익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펀드를 뜻합니다. '상위 펀드' 혹은 '재간접 펀드'로도 불리죠.
 
국내에선 지난 2005년 4월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해 '한국모태펀드'가 만들어졌습니다. 현재 중소벤처기업부 주도로 만들어 한국벤처투자가 관리·운용 중입니다. 투자 대상은 창업투자조합, 한국벤처투자조합, 기업구조조정조합, 사모투자전문회사 등이 있습니다.
 
최근 중기부는 '2024년 모태펀드 1차 정시' 출자사업에 선정된 43개 펀드 가운데 37개가 선정 4개월 만에 결성을 완료했다고 밝혔습니다. 완료율 86%인데요. 이는 4개월 기간을 놓고 볼 때 모태펀드 출범 이래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지난해 대비 4배 이상 개선된 것이죠.
 
하지만 벤처캐피털(VC) 업계에선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옵니다. 시장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할 모태펀드가 최근 시장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업력이 오래되거나 순자산총액(AUM)이 큰 곳, 또는 고정 펀드 출자자(LP)가 확보된 곳 위주로만 출자했다는 겁니다. 중소기업 진흥을 목적으로 하는 중기부 시행 사업임에도 중소형 VC는 정책 자금 집행에 있어 외면받는다니, 역설적인 상황인데요.
 
한 VC 관계자는 "통상 VC는 모태펀드 출자 뒤 시장을 돌아다니며 자금을 조달하는데, 지금은 모태펀드가 '투자 안정성'을 너무 따지다 보니 반대 상황이 됐다"며 "정책 자금으로서 시장 마중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느냐에 관해 모태펀드 담당 직원들도 그렇다고 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실제로 중소형 VC들의 시장 진입을 돕는 루키리그마저 신생 VC들은 소외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22년 설립된 VC 중 루키리그에서 올해 한국벤처투자의 루키리그를 통해 최종 출자 받은 곳은 노보섹인베스트먼트와 호라이즌인베스트먼트 두 곳밖에 없었습니다. 2023년 설립된 VC는 6곳이 서류를 통과했지만 최종 단계에서 모두 걸러졌습니다.
 
중기부는 이번 조기 결성 성과에 관해 스스로를 치켜세우고 있습니다. 과거 민간 출자자 모집 실적 등에 점수를 높이 준 결과 신속한 펀드 결성을 달성했다는 것입니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올해 모태펀드 출자사업은 벤처 투자 시장 회복을 가속화하기 위해 펀드 결성을 신속히 완료하고 투자금이 빠르게 공급되는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정책 자금 역시 국민 세금과 직결되기에 신속한 자금 공급과 투자 안정성 확보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시장 상황이 안 좋다는 이유로 자주 봐왔던 몸집이 큰 VC 위주로 선별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시장이 안정성에 무게를 둘 때 정책은 혁신성에, 시장이 혁신성에 무게를 둘 때 정책은 안정성에 초점을 맞추며 추를 균형에 맞추는 게 정부 역할일 것입니다. 청산 실적 등 정량 평가 기준에서 떨어지는 VC가 있다면 담당자들이 발 벗고 나서서 정성 평가를 더 기울여야 하는 것 아닌지 의문이 남네요.
 
모태펀드 이름에 '모태'가 붙은 이유에는 자식을 키우는 것에 모든 걸 쏟아붓는 어머니 마음이 있을 겁니다. 내년에는 모태펀드가 이미 쑥쑥 자란 VC뿐만 아니라 신생 VC까지 아우르며 중소벤처기업 진흥을 주도하는 마중물이 되길 기대합니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5월 열린 한·일 벤처·스타트업 투자 서밋 2024에서 개회사 중인 모습.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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