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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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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인터뷰)김찬호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장 "'효율'과 '보호' 간 국토·도시계획 균형추 맞춰야"

인간 활동에 맞는 그릇 만들어주는 것이 국토와 도시 역할

2023-01-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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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우리나라의 국토·도시계획은 균형을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효율'과 '사회적 약자의 보호'의 중간 지점에서 계획이 자기 역할을 다 해야 한다고 본다.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치면 국토·도시계획의 원래 목표에서 벗어나게 된다."
 
김찬호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장(중앙대학교 도시시스템공학과 교수)은 2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에서 본지와 신년인터뷰를 갖고 우리나라의 국토·도시계획이 추구해야 할 방향성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지난 1959년 설립된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는 국토 및 도시계획 분야 연구의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학술 연구 단체다. 국토·지역·도시계획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약 8000명의 회원으로 구성돼 있고, 공공기관, 대학교, 민간 기업 등 단체 회원들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김찬호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장(중앙대학교 도시시스템공학과 교수). (사진=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김찬호 학회장은 "경제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62년이다. 이후 국토·도시의 개념은 경제 개발의 수단으로서 작동을 많이 했다"며 "하지만 우리 학회는 비단 그런 경제 개발이라는 개념뿐만 아니라, 이미 사람과 정주지에 대한 고민을 먼저 시작한 분들을 중심으로 경제 개발 시작 시기보다도 먼저 창립됐다"고 말했다.
 
또 "현재 학회장의 역할은 개인적 가치를 앞세워 회원들이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회원들이 어떤 것을 고민하고 원하는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조율하는 것에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국토·도시계획은 기본적으로 절대적 가치를 가질 수는 없다는 것이 김 학회장의 판단이다. 그는 "국토·도시계획은 상대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이는 공간이라는 것이 '인간의 활동을 담는 그릇'이기 때문"이라며 "즉 그릇에 맞춰서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고, 활동에 맞는 그릇을 만들어주는 것이 국토와 도시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그간 국토·도시계획은 별도의 계획으로 작동하기보다는, 우리나라 전체 정책과 함께 연동되는 특징을 보였다고 김 학회장은 부연했다.
 
김 학회장은 "그간 우리 국토·도시계획은 중앙 정부가 대계를 갖고 주도하고, 이에 맞게끔 나머지 계획들을 수립하고 보완하는 형태의 '톱 다운(Top Down)'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며 "우리 도시계획이 체계화된 것은 지난 1981년 '도시기본계획제도'가 도입된 이후로, 그 이전까지는 도시계획 관련 정보가 일반에 좀처럼 공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980년대 민주화 운동과 함께 도시계획의 방향성에 대해 일반 시민들에게 공청회나 공람을 통한 정보 공개가 이뤄졌다. 아울러 시대의 변화에 맞게 2000년 이후 도시계획은 수립 과정에서 시민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며 "현재는 국토·도시 전문성과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을 적절히 배합해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한 계획을 만드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학회장은 우리 국토·도시계획의 균형 감각이 유지될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민족국가의 개념이 성립된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면, 당시 국토·도시계획의 초기 목적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가 강했다"며 "자유 시장 경쟁 하에서 약자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의 계획 역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는 개념이 스며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계획을 보면 사회적 약자 보호보다는 경제적 효율성에 목표가 맞춰져 있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이에 대한 가치 판단을 '옳다', '그르다'라고 할 수는 없다"며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적 약자 보호의 균형을 맞춘 계획이 수립되는 것이 이상적인 방향"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국토 균형 발전도 이 같은 선상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학계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국토 균형 발전이다. 그런데 효율성 측면에서는 이 균형 발전이라는 어젠다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며 "효율적 입지를 집중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경제적 효용성은 더 클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향을 추구한다면 계획은 필요가 없고 오로지 시장에 맡기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획이 필요한 이유는 이 같은 효용성을 고려하되, 사회적 약자, 공간적 약자를 보호하고 균형을 유지하며 국토·도시계획을 발전시켜 나가기 위함"이라며 "어쩌면 이것이 계획이 추구해야 할 본질이 아닌가 싶다"고 제언했다.
 
그는 우리 국토·도시계획 관련 해외 벤치마킹에 대한 의견도 내놨다. 김 학회장은 "앞서 국토·도시계획이 독자적 계획은 아니라고 언급했다. 이는 그 사회가 공유하고 있는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계획의 목적이라는 의미"라며 "결국 우리와 얼마나 유사한 사회적 가치를 공유한 국가가 있느냐가 벤치마킹의 우선순위다. 결론적으로 이처럼 유사한 나라가 있느냐 하면 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만 방법론적으로만 접근한다면 국토·도시 제도나 현실적으로 드러난 현상과 관련해 일본이 가장 비슷해 보이는 측면이 있다. 또 제한적으로 사회주의 국가들의 정책도 가져다 쓴다"며 "어디까지나 각론적 시각에서는 다양한 방법을 우리 현실에 접목할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계묘년은 그간 숨 가쁘게 진행됐던 사업들을 잠시 돌아보고 지속가능한 국토·도시계획 발전에 대해 모색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는 것이 김 학회장의 제안이다.
 
김찬호 학회장은 "계단을 오르다 보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계단참'이라는 것이 있다"며 "특히 주택 사업 위주로 숨 가쁘게 진행된 계획들이 많은데, 이런 부분들에 가려져 그간 살피지 못했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문제나 균형 발전 등 문제에 대해 올해를 계단참으로 삼아 좀 더 살펴보고 정비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 김찬호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장 프로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도시공학과 학사(1987) △서울대 대학원 도시공학 석사(1989) △서울대 대학원 도시공학과 박사과정 수료(1991) △일본 도쿄대학교 대학원 도시공학 박사(1996) △중앙대학교 공과대학 도시시스템공학과 교수(1997~) △경기도 지방산업단지계획심의위원회 위원 △경기도 물류단지계획심의위원회 위원 △국토교통과학기술위원회 위원
 
김찬호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장(중앙대학교 도시시스템공학과 교수)이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 교수실에서 진행된 뉴스토마토와의 신년인터뷰 이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충범 기자)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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