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탄광 근무에 따른 질병 치료 중 백혈병 발생해도 업무상 재해"
입력 : 2021-08-23 07:00:00 수정 : 2021-08-23 07:00:00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탄광 근무로 얻은 폐질환 치료 중 발병한 백혈병도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유환우)는 A씨 아내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망인은 업무상 질병인 만성폐쇄성 폐질환과 급성골수성 백혈병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망에 이르렀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1978년부터 2년 동안 B 광업소 하청업소에서 분진 작업을 했다. 1980년 3월~1991년 1월에는 B광업소에서 같은 작업을 했다.
 
이후 A씨는 2016년 8월 만성폐쇄성 폐질환을 진단받아 이듬해 2월 최초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근로복지공단은 2019년 2월 A씨가 장해등급 3급에 해당한다며 업무상 질병으로 승인했다.
 
A씨 질병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2015년 11월 전립선암을, 2017년 6월에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진단 받고 치료 받다 2017년 9월 숨을 거뒀다. A씨 사망 진단서에는 직접 사인이 '골수성 백혈병'으로 적혀있었다.
 
유족은 A씨가 폐질환 때문에 전립선암에 대해 방사선 치료를 받을 수 밖에 없었고, 이 치료 때문에 백혈병이 발병해 사망했으므로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했다.
 
이에 공단은 A씨의 과거 탄광 업무와 백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2019년 5월 유족급여와 장의비 부지급 결정을 내렸다. 공단은 A씨 백혈병 원인이 방사선 치료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같은해 유족이 처분에 불북해 심사 청구를 했지만 공단은 11월 기각했다. 산업재해 보상보험 심사위원회도 지난해 7월 재심사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전립선암 확진 당시 망인의 폐기능은 매우 불량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전립선암의 치료에 있어서 1차 표준치료는 근치적 절제술이라고 할 것인데, 망인은 폐기능 불량으로 인해 당초 예정되었던 전립선 적출술을 받지 못하고 부득이 방사선 치료로 선회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절제수술만 시행했을 경우와 비교해 급성 골수성 백혈병의 발생 위험도가 유의미하게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존재한다"며 "망인이 폐질환으로 인해 방사선 치료를 받게 됨으로써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방사선 치료를 마친 전립선암 환자에게서 골수 이형성 증후군이나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발생할 경우, 그 평균적인 소요 기간은 약 3.3년"이라며 "치료 종료 후 불과 0.16년
만에 발병하는 경우도 존재하는 점에 비추어, 망인이 방사선 치료를 마친 지 11개월만
에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발병했다고 해서 방사선 치료 사이의 연관성을 쉽게 부정할 수는 없다"고 봤다.
 
주요 사망 원인이 된 폐렴 악화에 대해서는 "망인과 같은 급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에게서 폐렴이 호발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만성폐쇄성 폐질환이 폐렴의 주요 원인이 되거나 급성 골수성 백혈병과 복합적으로 작용해 폐렴 경과를 자연 속도 이상으로 악화시켰다고 봄이 합리적이며, 법원 감정의들의 의학적 소견 역시 이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서울행정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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