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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2.16 (토요일)

비트코인인가 '빚 꼬인'인가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비트코인 열풍(熱風)이다. 아니 광풍(狂風)이다. 암호화폐이자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한 해 동안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미국에서는 코인당 가격이 지난해와 비교해 무려 1600%이상이나 상승했다. 한국에서도 100만원 정도에 거래되던 코인이 2500만원에 육박하는 폭풍 상승이 연출되기도 했다. 코스피나 코스닥 같은 유가 증권시장과 비교하면 상상하기 힘든 가격 흐름이다. 물론 지난 한 해 동안 줄 곧 상승세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아직 거래 기반이 취약하고 불안한 변수들이 많기 때문에 급락하기도 하고 급등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상화폐 거래대금이 코스닥 시장을 앞설 정도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인생역전을 꿈꾸는 인생들에게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거래는 절호의 기회로 여겨진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24시간 열려있기 때문에 밤새 이를 지켜보던 학생들이 수업에 들어와 졸기 일쑤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들린다. 비트코인 광풍이 투자라기보다 투기 심리가 만연하다는 진단이 나오면서 정부가 전면에 나서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비트코인의 제도권 거래를 인정하지 못하고 선물 거래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시카고옵션거래소에서 내년 1월물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시작하자마자 20% 넘게 가격 급등을 보였다. 장중 두 차례에 걸쳐 거래가 일시 중단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인구 5000만명인 우리나라가 인구 3억2000만명이 넘는 미국보다 거래가 많다는 부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비트코인 열풍을 틈타 다른 가상화폐 상품을 내세우며 투자자들을 현혹시키고 사기 행위로 물의를 저지르는 사건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일확천금을 거머쥐게 된다는 설명에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위험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의 취약한 구조다.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암호화 되어있어 가장 안전한 수단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북한을 비롯한 세력들의 해킹 시도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미국의 가상화폐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거래량 때문에 가격 조작의 심각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오마하의 현인’ 워렌버핏은 비트코인 근처에도 가지 말라고 조언할 정도다. 워렌버핏을 포함한 많은 제도권 경제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비트코인 거품’은 2000년대 초반 세계를 휩쓸었던 ‘닷컴 열풍’의 또 다른 얼굴에 지나지 않을까.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비트코인 열풍은 좀처럼 가라않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개인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에 열광하는 이유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가상화폐가 집중적인 관심을 모으기 시작한 계기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발생한 금융위기였다. 개인투자자들은 금융위기 사태로 빈털터리로 거리에 내몰리고 쪽박을 찼지만 불량 파생 상품을 앞 다투어 팔았던 금융회사와 경영자들은 거의 처벌받지 않았다. 신뢰의 붕괴였다. 더 이상 국가의 금융시스템을 믿지 않고 금융기관들을 신뢰하지 않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지금도 비트코인의 창시자로 알려진 나카모토 사토시는 베일에 가려져있다. 개인이 아니라 제도권 경제가 말아먹은 금융시장을 개인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가상화폐 찬성그룹 모두의 이름이라는 설명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최근 서울대 폴랩이 실시한 공공기관 신뢰도 조사 분석에 따르면 정부와 공공기관의 신뢰가 30%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다른 나라의 사정도 별반 다를 리 없다. 신뢰의 붕괴가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 광풍의 원인 제공자로 풀이된다. 비트코인과 비트골드 등 가상화폐 창시자들의 근본 목적은 투기에 있지 않았다. 국경을 초월해 사용하는 화폐, 누구라도 거래 정보를 알 수 있는 투명성, 기축통화가 일종의 권력으로 군림하지 않는 시스템, 제도권 금융시스템에 농락당하지 않는 혁신 등을 꿈꾸었다. 그러나 현실은 창시자들의 이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개미투자자들에겐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거래가 인생역전의 격투기장이 되고 있으며 큰 손들은 거래소를 손에 넣어 막대한 수수료를 쓸어 담고 있다. 정부는 각종 규제의 칼을 들이대며 비트코인 광풍을 좌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면서 블록체인과 같은 암호화폐 관련 기술은 미래를 위해 육성해야 한다는 뚱딴지같은 해명을 들이대고 있다. 비트코인 광풍은 우리 정부를 비롯한 각국 정부 재정 정책의 신뢰 상실과 제도권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에서 출발했다.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해야만 답이 보인다. 문제는 이 와중에 지속되는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다. 시중에서는 이런 말조차 들린다. 비트코인인가 ‘빚 꼬인’인가.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무술년, 글로벌 금융시장 격동기를 주도하자내년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13일(현지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시작으로, 내년 3차례의 금리인상이 예상되고 있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을 신호탄으로 위기를 맞는 국가도 나올 수 있다. 국가와 개인의 빚 관리 능력 그리고 각 국가 간 화폐, 환율 등을 둘러싼 경제패권 다툼이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역시 요동치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가계부채가 1400조원을 넘어선 지 5년 새 50% 이상 증가했다. 가계부채의 급증이 소비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 경제성장에도 영향을 끼쳐 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를 경우에는 저소득 저신용자들을 중심으로 가계가 무너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가상화폐, 인터넷은행 등의 4차 산업부문을 통한 성장 가능성을 눈여겨봐야 한다. 가상화폐라는 새로운 금융시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IT강국인 우리나라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지폐나 동전과 같은 실물 없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공간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는 채굴을 통해 인터넷 네트워크에 P2P(개인대 개인)방식으로 분산 저장, 운영되는 암호화 화폐를 일컫는다. 무엇보다 가상화폐는 기존의 중앙집권형 시스템 아래에 거래되던 기축통화의 대체재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미국의 연방준비은행은 씨티은행, 뉴욕내셔널상업은행, 하노버은행 등 글로벌 금융재벌기업 소유다. 가상화폐 시장은 이런 중앙집권식 통화 시스템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가상화폐의 한 종류인 비트코인은 전체 거래의 20%가 우리나라에서 이뤄지고 있다. IT선진국인 우리나라에서 가상화폐 시장의 역할이 기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도 가상화폐에 대한 미래 가치를 보고 선물거래가 가능하도록 제도권으로 편입시켜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우리나라 인터넷은행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의 활약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지난 7월 출범한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이라는 메신저를 배경으로 3개월 만에 계좌개설 고객수 400만명을 넘어섰다. 출범 직후 한 달간 개설된 계좌 수는 307만건으로 지난해 1년간 일반은행에서 개설된 비대면 계좌 수 15만500개의 무려 20배에 달했다. 또한 대출 잔액 1조4090억원, 예·적금 잔액은 1조9580억원으로 실적도 가파르다. 우리나라에서의 인터넷은행 성장세는 20년 전에 먼저 시작한 미국 영국 보다 더욱 빠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인터넷은행이 아무리 선전해도 기존 금융시장의 10% 정도를 넘기 힘든 수준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80%에 달하는 압도적인 스마트폰 보급률과 8000만명에 달하는 스마트폰 뱅킹 가입자 등 기본 IT강국의 토양을 갖췄기 때문에 인터넷은행의 글로벌 성장은 상당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2018년 소비 트렌드 키워드로 왝 더 독(Wag the Dogs)을 강조했다. 왝더독은 주식시장에서 쓰는 단어로 선물시장(꼬리)이 현물시장(몸통)을 흔들 때 주로 사용한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는 가상화폐와 인터넷은행 등을 기반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가상화폐의 경우 다행히 우리나라 정부도 소비자보호를 강화하는 조건부 허용 방침을 밝혔지만 제도권으로 끌어 들여 시장 안에서 안정적 성장을 지원해야 한다. 인터넷은행은 은산분리 완화를 통한 자본 확충 지원으로 메기가 아닌 글로벌 메인 금융기업이 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보신주의와 정쟁을 넘어 우리나라 금융시장 뛰어놀 수 있는 ‘판’을 마련해줘야 한다. ‘한국금융’이 보유한 강력한 ‘무기’를 필두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몸통을 뒤흔들 수 있도록 말이다. 고재인 금융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