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뉴스통 뉴스 카페

'8분 46초'와 차별금지법이강윤 언론인충일(充溢). 그릇이 아무리 커도 계속 물을 붓다 보면 어느 순간 흘러넘친다. 흘러넘치게 하는 그 마지막 한 방울, 충일이다. 안간 힘을 쓰며 물을 어떻게든 그릇 안에 담아두려는 표면장력을 뚫고 흘러넘치게 하는 그 한 방울이 때론 역사를 바꾼다. 김주열, 전태일, 윤상원, 박종철, 이한열, 추모식이나 추모일도 없이 스러져간 수 많은 희생자들…. 모두 시대에 획을 그은 물방울이다. 그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지금의 민주화와 언론자유, 인권 강화를 이뤄왔다. 비무장 시민 플로이드를 압사시킨 '8분 46초'간의 미 경찰 과잉진압건이 미국은 물론, 유럽과 아프리카 등지로 확산됐다.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과거 아프리카 콩고 식민통치시절 수 백만 콩고인을 숨지게 한 국왕 레오폴트2세의 동상이 하룻밤 새 "수치"라는 글자로 먹칠됐다. 오랜 동안 국위를 떨친 대왕으로 추앙받던 그였다. 런던에서는 2차세계대전 영웅이자 (영국의) 위대한 정치인으로 대접받던 처칠 동상도 훼손됐다. 그가 인종차별주의자였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로 모임은 커녕 외출 자체를 기피하던 시민들이 경찰의 살인진압에 항의하며 몰려나와 집회/시위를 벌였다. 파장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구호도 "정의없이 평화없다"(No justice, No peace)로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태의 심각성을 외면한 채-또는 외면하고 싶어서-항의 시민을 좌파라 공격하며 국민분열을 유도했다. 대통령선거 계산 상 그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그는 시대정신을 놓치고 있다. 그의 즉흥성과, 오로지 미국의 '금전적 이익'만을 목적으로 펼친 일방 외교는 '볼턴회고록'을 통해서도 낱낱이 드러났지만, 공권력에 의한 시민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걸 보니, 민주의 옷을 입은 독재의 그림자가 너울거린다. 트럼프는 돈이, 문재인 대통령은 평화가 최우선이었다. 출발부터 방점이 달랐다. 볼턴 집필의 본시 의도는 그게 아니었겠지만, 역설적으로 남북미 교섭과정의 팩트를 잘 보여준다. 중요한 교훈이다. 1914년 사라예보에서 울려퍼진 총성 한 발이 1차세계대전의 도화선이었다. 역사의 긴 흐름에서 보자면 이번 사태도 사라예보의 총성과 같지 않을까. 바야흐로 세계는 '반억압, 반권위, 반차별'의 시대로 이동중이다. 개개의 요구들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면 시대정신을 이룬다. 시대정신을 놓치면 문명에서 뒤처진다. <차별금지법>은 그간 국회에서 일곱 번이나 좌절됐다. 일부 보수 기독교계의 반발때문이었다. 차별금지법은 헌법의 평등이념에 입각, "성별 장애 나이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 등 가족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의견 성적지향 학력 등을 이유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전 영역에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한다"는 것이다. 벌써 13년 전인 2007년 처음 입법예고됐는데, 일부 기독교단체가 '성적 지향' 포함 여부를 두고 강력 반대했다. 동성애 부분이 핵심이었다. 법제처 심의과정에서 학력, 성적 지향, 출신국가 등 7개 항목이 제외된 채 진행됐다. 그러자 여러 단체에서 차별금지법이 아닌 '차별조장법'이라며 반대에 나섰다. 완전한 차별금지가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또,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금지법제정안’에 있던 △시정명령권 △이행강제금 부과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이 입법예고 때는 슬그머니 빠져버려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결국 이 법안은 2008년 5월 국회 회기만료로 폐기됐다. 이후로도 제-개정 시도가 여섯 번이나 있었으나, 매번 비슷한 양상으로 무산됐다. 새 국회 개원을 계기로 재논의되는 핵심사항은, 그 '7개 항목'도 빼지 말고 '완전한 차별금지법'을 만들자는 것이다. 역시 기독교계는 벌써 반발에 나섰다. 정치권은 기독교계 표를 의식해서인지 어쩡쩡한 상태다. 지금도 '성별 출신지 용모 등에 의한 차별 금지'라는 규정이 시행중이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게 문제다. 그 어느 총선보다도 시민들 요구가 명확히 분출돼 사실상의 선거혁명을 이룬 이번 국회에서는 꼭 통과되기를 바란다. 오로지 국민과 시대정신을 보고 뚜벅뚜벅 가는 것이 국회의 존재 이유다. 세계는 연결돼있다. 코로나로도, 기름값으로도, 달러로도, 인권으로도. 촛불혁명으로 무자격 대통령을 하야시킨 한국을 세계는 "민주주의의 위대한 도약"이라고 평가했다. 차별금지법을 계속 묵살하는 것은 민주적이지 않을 뿐더러, 초기 기독교정신과도 배치된다. 이강윤 언론인(pen3379@gmail.com)


달라지지 않은 통합당의 '장내투쟁'미래통합당이 2일 다음주 국회 상임위원회 일정에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의 상임위원장 선출 강행 이후 국회 보이콧을 선언한 지 대략 일주일만이다. 통합당의 국회 복귀 의사는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추경 심사에 불참해 야당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회 보이콧 이후 줄곧 원내투쟁을 강조해왔다. 국회 밖에서 여당과 싸우는 것보다 국회 안에서 싸우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는 이전 황교안 대표 체제의 과오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정부여당의 정책에 일일이 반대해 걸핏하면 장외로 나가 투쟁을 일삼았던 당 지도부 행보의 결말이 총선 결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결국 명분없는 장외투쟁은 국민들에게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주 원내대표가 원내투쟁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일주일 간 통합당의 행보는 정확히 말하면 '원내투쟁'이 아닌 '장내투쟁'이었다. 원내투쟁은 국회 상임위 일정에 참여해 싸우는 것을 의미하지만 통합당의 행보는 그렇지 못했다. 장외투쟁과 다를 바 없는 장내투쟁이었다. 다른 정당들이 예결위에 참석해 추경심사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통합당은 기자회견과 방송출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 등을 통해 추경안의 문제점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민주당의 의회독재 규탄' 리본을 제작해 의원들이 착용하기도 했다. 여론전을 통해 여당 독주의 부당성을 알리겠다는 전략이다. 국정운영에 따른 결과물과 국회 파행의 책임은 야당보다 여당에 있는 것이 정석이다. 다만 야당의 습관적 국회 보이콧이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의 보이콧은 성과 없이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여론의 지지를 이끌어내지도 못했다. 보이콧에 나설 때 명분도 대부분 여당 독주에 대한 항의성 차원이었다. 통합당이 21대 국회에서는 달라지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진 큰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내부라는 공간만 바뀐 장외투쟁이다. 통합당이 국회에 복귀에 원내투쟁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지금이라도 추경 심사에 짧은 시간 만이라도 참여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자체 상임위원 명단을 속히 제출해 국회 일정에 참여해야 한다. 추경심사는 야당이 여당의 일방주의에 항의하는 수단으로 심사를 보이콧해버릴 사안이 아니다. 이제라도 조건 없이 등원하고 진짜 '원내투쟁'에 나서길 바란다. 박주용 정치팀 기자(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