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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6.26 (월요일)

죽음과 4차 산업혁명김형석 대표허리가 부실하다. 해마다 한 번씩 허리 통증 때문에 병원 신세를 진다. 몇 년 전 시술을 받기도 했는데 호전될 기미가 없다. 안 아파 본 사람은 그 고통과 불편을 모른다. 허리 통증은 겉으로 표시가 나지 않는다. 본인만 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꾀병 같다. 하루 이틀 병원 가서 주사(혹은 침) 맞고 물리치료 받고, 그냥 출근해서 일한다. 더 악화한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오랫동안 허리 때문에 고생하다 보니 그것도 경험이라고 얼치기 전문가 흉내를 내곤 한다.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세수하다 갑자기 허리가 갈라지는 극심한 통증 때문에 그대로 주저앉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짐짓 목소리에 무게를 싣고 이렇게 말했다. “치료 끝나면 운동해. 특히 걷기 운동.” 무거운 짐을 옮긴 것도, 격렬한 운동을 한 것도 아니고 겨우 세수하다가 허리를 이렇게 다칠 수도 있냐고 억울해하는 지인에게 이런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나는 넘어진 우산 세우다 그랬어. 그때 다친 게 아니야. 그때 통증이 나타난 거지.” 허리 이야기를 하니 영화 <엘리시움>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허리를 세우고 본 장면이 하나 떠오른다. 누워있기만 하면 진단부터 치료까지 알아서 자동으로 해주는 자동진단치료 캡슐이 나오는 장면이다. MRI(자기공명영상장치)처럼 생긴 이 캡슐은 그야말로 만병통치 최첨단 의료시스템이다. 폭발로 얼굴의 반이 날아간 사람이 눕자 스캐닝을 한 뒤 곧바로 근육과 피부, 신경을 재생하는 수술에 들어간다. 혼수상태의 아이가 눕자 유전자 검사를 하고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내놓는다. 진단과 동시에 치료가 진행된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프로메테우스>에서도 비슷한 장치가 나온다. 에이리언이 자신의 몸을 숙주로 삼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주인공은 자동진단치료기를 작동시켜 수술을 받는다. 진통제를 맞고 캡슐에 몸을 눕힌 뒤 ‘이물질 제거’ 명령 버튼을 누르자 곧바로 수술에 들어간다. 살을 자르고 새끼 에이리언을 제거하고 봉합하는 전 과정이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두 영화 모두 스캐닝부터 진단과 치료·수술까지 걸리는 시간은 몇 분에 불과하다.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허리 진통 따위는 몇 초면 되겠는데?’ 만약 이런 치료기가 현실로 나타난다면? 인간의 수명은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영생과 불멸을 꿈꾸게 될 것이다. 엘리시움에 사는 선택된 거주민들은 다치거나(그럴 일도 거의 없지만), 치명적인 질병에 걸려도 걱정이 없다. 안마기처럼 거실 한쪽에 놓여 있는 캡슐에 들어가 버튼만 누르면 된다. 인간의 수명과 죽음이 기술적 문제가 되는 시대. ‘기술적 문제’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만 개발되면 해결할 수 있다. 죽음의 종말은 올 것인가? 단언하기는 어렵다. 분명한 사실은 불로장생(不老長生)을 위한 도전은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구글, 페이팔, 페이스북 등 IT 백만장자들은 노화 방지, 인체재생 등 수명연장 프로젝트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고 나섰다. 구글은 이미 2013년 ‘죽음 해결’을 목표로 ‘칼리코(Calico)’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칼리코의 구체적인 연구 내용과 성과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또 인간의 불멸을 믿는 빌 마리스를 구글벤처스 CEO로 영입했다. 그는 지난 2015년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오늘 나에게 500살까지 사는 것이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그렇다’이다.” 페이팔의 공동창립자 피터 틸도 공공연하게 “영원히 사는 것이 나의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분자생물학자와 컴퓨터 과학자에게 수백만 달러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목표는 분명하다. DNA 구조 연구를 통해 인체 장기를 재생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피터 틸은 이렇게 덧붙였다. “죽음에 접근하는 방식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수용하거나 부정하거나 싸우는 것이다. 나는 싸우는 쪽이 좋다.” 인간이 노화와 죽음에 맞서 선전포고를 하게 된 배경에는 과학기술이 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로봇과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은 인간에게 더 큰 자신감을 불어넣을 것이다. 유발 하라리는 자신의 저서 <호모 데우스>에서 이렇게 미래를 예견한다. “전례 없는 수준의 번영, 건강, 평화를 얻은 인류의 다음 목표는 불멸, 행복, 신성이 될 것이다. 굶주림, 질병, 폭력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인 다음 할 일은 노화와 죽음 그 차체를 극복하는 것이다.” 부실한 내 허리의 차원을 넘어 죽음의 종말까지. 내가 상상하는 4차 산업혁명의 화두이자 미래다. 김형석 <과학 칼럼니스트·SCOOP 대표> 


부동산 '갭투자' 막아야일부지역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면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강남 등 투기 과열지구는 매매가와 전세가가 하늘 높은지 모르고 치솟고 있다. 이 같은 여파는 경기도까지 퍼지면서 최근 갭투자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심지어 부동산 카페를 중심으로 ‘갭투자 카페’나 ‘동아리’가 성행을 하면서 현장방문을 다니는 모임까지 쉽게 접할 수 있다. 김영택 산업2부 기자이들은 10년전 노무현 정부 당시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내놨으나, 일시적으로 떨어진 뒤 다시 회복하면서 저점을 높여간 경우를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이번 문재인 정부 역시 이 같은 현상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갭투자’는 매매가와 전세가의 가격차가 거의 없는 지역을 중심으로 적은 돈을 투자해 아파트를 사들이고, 나중에 집값이 오르면 매매해 시세차익을 얻는 투자를 말한다. 전세 보증금을 지렛대 삼는 전형적인 ‘레버리지(leverage) 투자’로 대출규제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다. 실제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매매·전세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성북구 길음동 일대 전세가와 매매가가 엇비슷한 단지가 등장했다. ‘길음래미안1차’ 전용면적 59㎡형은 매매가 3억5000만원으로 전세가와 시세가 큰 차이가 없다. 이 경우 본인의 돈이 거의 들지 않고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는 셈이다. '길음뉴타운래미안6단지' 전용면적 84㎡형 역시 매매가 5억5000만원으로 전세가 5억2000만원과 불과 3000만원 차이밖에 나지 않고 있다. 문제는 갭투자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이 금리인상, 규제강화, 공급과잉 등으로 순간 위축될 경우 ‘깡통주택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거나 집값이 조금이라도 내리면 손실이 불가피하다. 특히 갭투자는 여유자금이 부족한 투자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새 정부는 6.19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부동산 시장의 투기 세력을 근절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하지만,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물론 과도한 개입은 부작용이 될 수도 있다.  이번 부동산 대책은 서울·부산·세종·과천·성남 등 일부지역을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10%씩 내리는 대출 규제로 캡투자 같은 경우는 막기 힘들다. 갭투자 같은 위험한 투자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오히려 깡통전세를 확대하면서 세입자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우선 투기수요와 실수요를 가리는 게 급선무다. 특히 1세대 3주택 이상 수요자의 임대사업자 등록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통해 갭투자를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다. 다소 반발이 예상되지만, 소득별 과세기준 등의 인센티브를 적용하면 실수요를 보호하면서 갭투자를 차단하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 정부는 투명한 부동산 시장을 조성하기 위해 투기 거품을 최소화해야 하는 데 주력해야된다. 이를 위해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원인을 파악해 규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부동산 투기 세력을 뿌리 뽑아 부동산으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와 주거 불안 등을 막을 수 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비웃고,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을 짓밟는 투기 세력을 엄벌해 건전하고 투명한 시장이 형성되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앞장서야 한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