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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시장을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현재 우리 기업의 해외 시장 전략에서 가장 큰 고민은 중국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입니다. 중국 이외의 다른 국가에 대한 접근은 상대적으로 단순합니다. 그 나라에서 요구하는 대로 맞춰주기만 하면 됩니다.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내세워 미국산 제품에 대해서만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하면 미국에 직접 투자해 현지화 요건을 충족하면 됩니다. 유럽이 공급망실사법을 시행하여 ESG 요건을 강화하면 이를 납품기업들에 적용해 EU 기준에 맞추도록 요구하면 됩니다.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뿐 리스크는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다릅니다, 우선,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매우 큽니다. 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되었다고 하지만 우려할 바는 아닙니다. 이전보다 낮기는 하지만 여전히 5%대의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중국 경제에 잠재된 숨은 부실입니다. 중국이 고속성장하는 과정에서 누적된 지방정부의 부채가 심각합니다. 글로벌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 규모를 23조 달러로 추정합니다. 외국 언론은 중국 지방정부의 재정난이 ‘폭발 직전의 압력솥’에 가깝다고 평가합니다. 중국 경제가 연착륙하느냐 경착륙하냐는 지방 정부의 부채를 어떻게 해소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공공부채가 터진다고 중국 경제가 망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과거 우리나라의 IMF외환위기와 같은 충격이 중국 경제를 덮치고 자칫하면 세계경제의 불황으로까지 확산될 수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중국몽’을 내세우며 미국과 정면 대립하는 것도 중국 시장의 리스크를 증폭합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며 중국산 제품에 대한 불이익을 확대하는 조치가 중국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킵니다.    중국 정부의 정책적 경직성은 우리 기업의 중국 진출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중국 시장의 잠재력과 중국 정부의 유혹에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 투자했다가 곤욕을 치른 기업은 수없이 많습니다.  한류 열풍을 타고 중국 시장에 진출한 화장품, 의류, 가전, 자동차 등의 소비재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한한령과 혐한 정서에 부딪혀 고전하였습니다. 중국의 일선도시 곳곳에 대규모로 투자한 롯데그룹은 사드 갈등에 휘말려 무지막지한 행정제재에 시달리다 결국 전면 철수를 단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국에 가장 적극적으로 진출한 대기업은 SK그룹입니다. 중국에서 제2의 창업을 한다는 각오로 ’파부침주‘(破釜沈舟)’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중국 사업에 전력투구했지만, 성과는 지지부진했습니다.  중국에 투자했다가 야반도주한 우리 중소기업의 사례는 부지기수입니다. 중국 시장은 진입장벽이 낮지만, 철수장벽은 높습니다. 일단 들어가면 쉽게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한국과 가까운 중국의 청도, 연태, 대련에는 한때 수천 개의 중소기업이 현지에 투자해 공장을 운영하며 생산하였습니다. 그러나 임금이 상승하고 규제가 강화되어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구조조정이나 공장이전을 추진했지만 여의치 않았습니다. 공장을 매각하면 중국 정부로부터 받은 혜택을 모두 물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감면받은 세금에 가산세를 더하면 매각 대금 이상의 비용이 소요되니 공장과 설비를 두고 몸만 빠져나올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중국 시장에서 직면하는 장애와 난관은 무수히 많고 리스크가 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4억명의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미국의 기업들도 중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줄이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의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공급망을 재배치하는 한편, 우회적으로는 중국 시장에 대한 침투를 강화하는 ‘이중전략’을 구사합니다.  우리 기업들도 최근에는 한국 기업이라는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중국 시장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철저히 현지화하여 중국 시장에 깊이 파고 들어 뿌리를 내려야 정치적 바람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한국에 투자하는 중국 기업들과 협력하는 방안도 유망합니다. 최근에 한국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와 제휴해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중국 시장에 대규모로 투자하여 올인하거나 전면 철수하는 극단적 대안은 현명한 선택이 아닙니다. 투자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시장잠재력을 최대한 뽑아낼 수 있는 정교한 전략을 다각도로 모색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정치인이 군에 개입하면 전쟁에서 패한다"<패배는 지금도 말하고 있다>는 영국의 군사학자 사울 데비이드가 쓴 책입니다. 저자는 책에서 세계 각국 30여개의 전투를 분석한 뒤 패배의 원인을 다섯 가지로 지목했습니다. △무능력한 지휘관이 부대를 지휘할 때 △지휘관이 자만심을 가질 때 △작전계획이 잘못 수립됐을 때 △부대의 임무 수행능력이 부족할 때 △정치인이 군에 개입할 때 등입니다. 전투에서 지는 다섯 가지 원인 중 앞의 넷은 순전히 군 자체의 역량 문제입니다. 흥미로운 건 마지막인데요. 정치인이 군에 개입하는 것도 패배의 원인이라고 한 겁니다. 저자는 무능한 군통수권자가 사사로운 이익을 얻려고, 정치인이 특정 목적을 달성하고자 군에 개입하면 치명적 패배로 이어진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때 군통수권자가 군에 개입한 결과는 단순히 전투에서 이기고 지는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무능한 지휘관은 한 개 부대를 망가뜨릴 뿐이지만 불순한 동기로 군에 개입하는 무능한 군통수권자는 한 국가를 파국으로 이끕니다. 더구나 대한민국은 군 안팎 상황이 간단치 않습니다. 징병제 국가이며, 북한이라는 주적과 주변 4대 강국에 둘러싸여 군사적 긴장감도 높습니다. 군통수권자가 불순한 욕망을 갖고 군에 개입하면 정치·사회·경제·문화 등 거의 모든 영역이 직간접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군과 무관할 줄 알았던 평범한 사람들의 삶까지 고초를 겪는 건 말할 것도 없습니다. 느닷없이 책 이야기를 길게 꺼내는 건 윤석열정부에서 군을 두고 벌어지는 상황이 단순 '우려'의 차원을 넘었기 때문입니다.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 고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수사 외압 논란 등이 대표적입니다. 여기엔 공통적으로 대통령실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사실상 군에 대한 일련의 개입엔 윤석열 대통령이 뒷배로 작용하고 있는 꼴입니다.  특히 채상병 사건 논란의 진행 과정을 보자면 흐름은 충격적이고, 면면은 나라를 위태롭게 합니다. 대통령이 격노로 출발, 신상필벌이라는 군의 가장 중요한 인사원칙을 훼손하고 군의 사기를 떨어트렸습니다. 결과적으로 국가에 충성하고 국민을 위해 봉사할,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군을 정쟁의 한 복판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하나회·알자회처럼 정권과 유력인사에게 줄을 서고 작당모의하는 패거리들이 암약할 틈까지 만들었습니다. 각 의혹과 논란에 대해 대통령실과 국방부, 군이 내놓는 궁색한 해명을 듣자면 신념도 철학도 없이 오로지 사적 이익과 정치적 목적에만 골몰하는 모습이 엿보입니다.  물론 정치가 군에 개입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군에 대한 문민통제입니다. 무력집단인 군을 감시하고 견제하려고 정치인이 군 지휘권·인사권에 개입하는 걸 문민통제라고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두 번의 쿠데타와 오랜 군부독재를 겪었습니다. 전두환은 권력을 찬탈하고자 멀쩡한 시민을 학살한 아픈 역사도 있습니다. 군통수권자가 군에 개입하는 건 문민통제를 하려고 할 때만 비로소 명분을 갖고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조차도 절차적 정당성을 엄격하게 갖춰야 합니다.    지금 윤석열정부에 벌어지는 군에 대한 일련의 개입 의혹은 명분도 없고 절차적 정당성도 상실했으며 국민 지지도 잃었습니다. 오히려 속내만 음흉합니다. 대한민국 군을 망치고 있습니다. 최병호 공동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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