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ETF 다양성은 좋지만 '테마 경쟁' 함몰은 우려
입력 : 2022-04-19 06:00:00 수정 : 2022-04-19 06:00:00
"누가 더 섹시한 이름을 뽑아내느냐의 경쟁이다. 운용보다 마케팅이 중요해졌다."
 
상장된 ETF만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테마형 상장지수펀드(ETF) 봇물 현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반짝 테마를 발굴하는 데만 집중하는 듯한 최근 운용업계의 모습을 꼬집은 말이다.
 
ETF는 증시에 상장돼 주식처럼 매매가 가능한 펀드로, 거래가 쉽고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작년부터는 다양한 분야의 이색 테마형 ETF들이 출시돼 개인투자자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메타버스, 웹툰, K-드라마, 골프 관련주에 투자하는 ETF에 이어 올해에도 우주항공, MZ세대 소비, ETF산업에 투자하는 ETF 등 국내 최초 타이틀을 단 ETF들이 쏟아지고 있다.
 
당분간 테마형 ETF에 대한 시장의 수요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운용업계는 이미 코스피200, 대형주나 소형주 등 기존의 지수로 할 수 있는 ETF들은 레드오션이 된 만큼 새로운 상품 개발을 위해 테마를 찾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투자자들의 관심과 흥미도 높다. 중국의 전기차 산업에 투자하는 '타이거(TIGER) 차이나전기차 SOLACTIVE'에는 최근 1년에만 2조3523억원이 유입됐다. 
 
'국내 ETF의 아버지'로 불리는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올해 취임사에서 자산운용사의 핵심 역량이 '운용'에서 '상품개발'과 '마케팅'으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ETF가 펀드와 달리 실시간 매매가 가능하고 일일 포트폴리오가 공개되는 만큼 시장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는 테마형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운용사들이 수익률 제고를 위해 운용에 힘쓰기보단 마케팅과 이색 테마 발굴에 더 신경써야 하는 시대라는 회의감이 업계에서도 나오고 있다. 펀드매니저의 역량이 드러나는 펀드들이 인정받기 어려운 분위기라는 무력감도 나온다.
 
테마형 ETF들의 성적이 부진한 점도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ETF들의 1개월 수익률을 살펴본 결과 중국 반도체와 전기차, 태양광 관련 ETF들이 10% 이상 빠지고 있으며, 중국 관련이 아니어도 게임, 웹툰·드라마, 메타버스,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등이 5% 이상 하락 중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0.5% 하락했다.
 
일각에선 ETF를 단기 수익률만으로 판단해선 안된다고도 말한다. 당장 '대세' 흐름을 타고 만든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증시 트렌드는 장기적으로 싸이클을 타기 때문에 언제 상승의 시기를 만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의 선택권을 넓히고 원하는 범주의 산업에만 콕 집어 미리 투자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할 수 있단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항변이다.
 
물론 ETF 다양성은 넓어질수록 좋다. 다만 펀드의 운용 철학 그 본질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최근 이색 테마와 메니저의 운용 능력이 강조된 '액티브' 펀드가 결합한 ETF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의 트랙레코드가 쌓인 뒤 투자자들은 알게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테마의 이름이 아닌 운용사의 안목과 운용 능력이었단 것을 말이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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