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검찰 "검수완박, 공범·추가범죄 발견해도 바라만 봐야"
본회의 앞둔 검수완박법…검찰 "최악은 막아야" 막판 총력전
"'동일한 범죄'로만 제한 둔 보완수사, 사실상 유명무실"
"관련범죄 수사를 별건수사로 프레임 씌워선 안돼"
입력 : 2022-04-27 14:08:38 수정 : 2022-04-27 18:22:29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국민들의 머릿속엔 '별건 수사'라는 것은 사건과 관련 없는 부당한 수사라고 인식돼 있습니다. 그러나 수사에는 관련성 있는 범죄, 관련성 없는 범죄가 있습니다. 관련성 없는 것은 당연히 하면 안 되지만, 공범·추가 범행·범죄 수익 은닉 등 관련성 있는 범죄를 찾는 것을 별건 수사라고 프레임 씌워서 못 하게 하는 것은 문제입니다."
 
배성훈 대검찰청 형사1과 과장은 27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담긴 보완수사의 동일성 규정은 삭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되면 공범이나 추가 범죄를 발견해도 검찰은 바라보고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박성진 대검찰청 차장검사(가운데)가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관련 검찰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연합뉴스)
 
배 과장을 비롯한 대검 구성원들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안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밤사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를 통과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의 문제점을 설명했다. 검수완박 법안이 본회의만을 남겨둔 가운데,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막판 총력전에 나선 것이다. 
 
검찰이 문제 삼고 있는 '보완수사 단일성'은 개정 검찰청법 제4조와 형사소송법 제196조에 명시된 검찰 수사 범위에 대한 내용이다. 해당 조문에는 검찰이 경찰로부터 송치받아 보완수사할 수 있는 사건을 "해당 사건과 동일한 범죄사실의 범죄 내에 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초 중재안에는 동일성뿐만 아니라 '단일성'까지 명시하며 보완수사 범주를 좁혔으나, '단일성'은 국회 법사위 수석전문위원 검토 단계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동일성은 여전히 남아있어 검찰 보완수사가 유명무실해진다. 
 
검찰은 이렇게 되면 진범·공범·범죄수익환수·위증과 관련된 수사를 전혀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피의자 A가 피해자를 기망해 5000만원을 편취한 사기 범죄가 발생했을 때, 편취 금액이 5000만원은 맞는지, 피해자를 속인 것은 맞는지, 훔진 5000만원을 어디다 썼거나 숨겼는지, 피해자에게 이 돈을 돌려줄 수 있는지 등을 수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지용 대검 형사부장은 "이걸 막아놨으면 경찰로 하여금 보완수사 요청이라도 하게 해야 하는데 경찰에 요구할 방법도 현재 개정안에는 전혀 없다"며 "제발 관련성 있는 범죄에 대해서 수사할 수 있게 해줬으면 하고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래픽/배한님 기자
 
검찰은 수사 공정성을 저해한다는 지적을 받은 별건 수사, 즉 관련성 없는 수사는 애초부터 할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형사소송법 개정안 제198조에 별건 수사를 할 수 없도록 규정했는데, 동일성 조항까지 포함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해당 조항은 "수사 중인 사건의 범죄 혐의를 밝히기 위한 목적으로 합리적인 근거 없이 별개의 사건을 부당하게 수사해서는 안 되고, 다른 사건의 수사를 통해 확보된 증거 또는 자료를 내세워 관련 없는 사건에 대한 자백이나 진술을 강요해서도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김 형사부장은 "별건(관련성 없는) 사건을 수사하지 말라는 것은 검찰과 경찰이 동일하게 인권보호수칙에 못 하도록 돼 있다"며 "진범 찾고 공범 찾고 여죄 수사하고 범죄 수익 환수하는 것은 별건 수사가 아니다"고 했다. 이근수 대검 공판송무부장도 "아주 예전에는 잘못된 관행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다른 규정이나 내부 규칙에 따라 다른 범죄를 들이밀면서 자백하도록 하는 등 별건 수사는 꽤 한참 전에 못 하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동일성에 대한 해석의 여지가 남아있어 차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형법에서 동일성은 수사되지 않은 혐의가 법정에서 갑작스럽게 기소되면 안 된다는 의미로,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나온 개념이다. 검찰은 이 동일성을 공판이 아닌 '수사' 범위에 적용하는 것은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문홍성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형사소송법상 '동일성'은 공소장 변경 상황에서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보는 것이 통설로 나와 있을 정도로 해석의 여지가 많이 남아있고, 또 관련성 문제라는 것도 있다"며 "법률 전문가인 검사들도 해석하기 모호한 관련성·동일성 부분의 조문이 이렇게 돼 있어서 과거와 달리 수사 범위 내지는 기소 가능 여부 등이 공판 단계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직접수사를 한 범죄는 수사한 검사가 기소할 수 없다는 조문도 정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청법 개정안 제4조 3항에는 "검사는 자신이 수사 개시한 범죄에 대해서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다만,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않는다"고 돼 있는데, 김 형사부장은 "경찰이 송치한 범죄에서 또 다른 공범이 발견됐을 때 공범을 기소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해석의 여지가 남아있다고 꼬집었다. 이 공판송무부장도 "검사가 수사 개시한 건 받은 검사가 수사할 수 있느냐는 조문은 여기에 없어서 명확하지 않다"며 "막 바꾸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고 했다.
 
김진표 법사위 안건조정위원장인 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유상법 의원 등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연합뉴스)
 
현재 여야는 본회의 상정 시 법안에서 보완수사의 '동일성' 부분을 제외시키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6일 국회 법사위 안건조정위 직전 여야가 보완수사의 동일성 부분을 삭제하는 방안에 합의했으나, 안건조정위 성료 직후 의원들 사이 충돌이 발생해 토론이 불가능해지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법안소위에서 단독처리한 대로 동일성 조항을 살린 채 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에서는 본회의가 열리기 전까지 여야 원내대표는 국회의장 주재로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 소식을 들은 김 형사부장은 "동일성이 사라지고 관련성 있는 수사까지는 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전했다. 
 
한편, 검찰은 검수완박 법안과 관련한 헌법 쟁송을 검토 중이다. 검사의 기소권을 제한하는 법안의 내용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검찰청은 공판송무부 산하에 위헌성 판단 TF(태스크포스)를 두고 권한쟁의 심판과 법안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준비 중이다. 이 공판송무부장은 "국회의 법률 재·개정 행위 역시 권한쟁의 심판 처분에 성립한다는 것은 헌법재판소에 확립된 태도"라며 "법안 심사 과정에서는 신청할 수 없고 법안이 만들어진 후에 된다"고 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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