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미쓰비시 강제동원 피해자들 “기다리다 세월 다 간다”
“법원이 언제부터 대일외교까지 신경 쓰는 곳 됐나”
“대법원, 미쓰비시 상표권·특허권 매각 명령 신속 판결하라”
양금덕 할머니 “일본서 악착같이 일했다…그 대가 받을 것”
입력 : 2022-11-29 15:11:06 수정 : 2022-11-29 22:44:02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오석준 대법관 취임 후 다음날인 29일 일본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대법원의 손해배상금 지급 확정 판결을 촉구했다.
 
미쓰비시 강제징용 피해자 측과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등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후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이 본연의 책무인 인권 구제를 위해, 즉각 판결로 응답할 것을 촉구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들은 “허탈하고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4년 전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근로정신대로 동원된 피해 할머니 등에 대해 미쓰비시중공업이 배상하도록 최종 판결했지만, 그로부터 4년이 지나도록 법원 명령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재 대법원에는 4년 전 대법원 배상 판결 관련 양금덕·김성주 할머니 측이 압류한 미쓰비시 상표권·특허권에 대한 특별현금화명령 재항고 사건이 계류 중이다.
 
지난 2018년 대법원은 미쓰비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1인당 1억~1억5000만원의 배상금 지급을 선고했다. 그러나 미쓰비시 측이 이를 묵살하자 양금덕·김성주 할머니는 배상금을 받기 위해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보유 상표권 2건과 특허권 2건의 압류 명령 및 매각 명령을 신청했다.
 
이후 대법원은 지난해 9월 미쓰비시 상표권·특허권 압류 명령을 확정했다. 대전지법에서도 매각 명령 신청을 허가했다.
 
그런데 매각 명령 항소심에서도 패소한 미쓰비시가 지난 4월 재항고하면서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왔다.
 
이처럼 미쓰비시 국내재산 강제매각을 위한 최종 결정만을 남긴 대법원에 외교부는 “우리 정부가 강제징용 문제의 합리적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다각적 외교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판단을 미뤄달라는 외교부 요청에 미쓰비시 측이 특허권 특별현금화 명령에 불복해 낸 재항고 사건의 대법원 심리불속행(심리 없이 바로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 결정은 기약 없이 미뤄졌다.
 
당초 이 사건은 주심을 맡던 김재형 전 대법관이 퇴임하기 전 종결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후임인 오석준 대법관의 인준 절차마저 길어지면서 최종 결정이 더욱 지연된 것이다.
 
피해자 측은 “법원이 언제부터 대일외교까지 신경 쓰는 곳이 됐느냐”며 “법원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개별 분쟁을 판단해 주는 곳이지, 주어진 책무를 넘어 대한민국 외교를 걱정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미쓰비시는 충분한 변제 능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고의로 법원 명령을 대놓고 무시하는 악덕 피고 기업”이라며 “판결 지체 이유가 혹여 대법원이 윤석열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것 때문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이미 구십 중반 나이에 이르렀다. 더 이상 기다릴 이유도 없고, 기다릴 시간도 없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양금덕 할머니(94세)가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양금덕 할머니는 “일본 가서 고생을 (많이) 해서 기어이 악착같이 노력한 대가를 받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미쓰비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94세)가 29일 기자회견에서 대법원 미쓰비시 상표권·특허권 매각 명령 신속한 판결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박효선 기자)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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