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테라·루나’ 사태 권도형 신병확보 사활
권도형, 싱가포르·UAE 거쳐 세르비아 체류
‘테라·루나 사태’ 데자뷔 ‘FTX 붕괴 사태’
샘 프리먼 프리드 ‘종신형’·권도형 ‘중형’ 가능성
‘테라·루나’ 증권성 딜레마…“인정 시 국가배상 해야”
입력 : 2022-12-13 06:00:00 수정 : 2022-12-13 06:00:00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지난 6개월 간 ‘테라·루나 폭락 사태’ 수사를 벌여온 검찰이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신병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검찰은 최근 권 대표가 세르비아에 체류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그를 추적하고 있다. 지난 9월 권 대표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뒤 인터폴에 수배를 요청한지 약 3달만이다.
 
이에 법무부는 세르비아 정부에 수사 공조를 요청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다만 권 대표의 여권이 지난달부터 무효화 돼 공식 출입국 기록이 없는 만큼 그가 이미 세르비아를 떠나 인접국에 머물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권 대표는 ‘테라·루나 사태’ 직전인 지난 4월 싱가포르로 출국했다. 이후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권 대표는 지난 9월 싱가포르를 떠나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머무른데 이어 세르비아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은 권 대표에 대한 공소시효를 정지했다. 형사소송법은 형사 처분을 피할 목적으로 해외로 도피한 자에 대해 공소시효를 정지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처럼 인터폴 적색수배와 여권 무효화 조치에도 권 대표 행방이 묘연하자 합수단은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인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 등 주변인들 신병확보를 시도했으나 지난 3일 기각됐다.
 
‘테라·루나 사태’는 한때 시가총액 50조원에 달했던 루나와 그 자매 코인 테라의 가격이 연쇄 급락한 사건이다.
 
권 대표가 개발한 스테이블코인(달러 등 법정화폐에 연동하도록 설계된 코인) ‘테라’는 1코인 당 1달러에 연동되도록 설계됐다. ‘루나’는 테라의 유동성을 조정해 가격을 유지하는 용도로 발행된 일종의 ‘자매 코인’이다.
 
테라폼랩스는 투자자가 루나를 담보로 맡기면 시가의 60%까지 테라를 대출받아 이를 앵커 프로토콜에 예치하고 연 20%의 이자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식으로 투자자를 유지했다. 그러나 테라 가치가 1달러 밑으로 떨어지고 회복하지 못하는 ‘디페깅’ 현상이 발생하며 루나 시총은 99% 증발했다.
 
이로 인해 국내 피해자 수는 28만명에 달하며 피해액은 77조원 상당으로 추산된다.
 
검찰은 테라·루나가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 사태 핵심인물인 권 대표와 신 전 대표 등에 대한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법조계에선 ‘테라·루나’ 증권성 인정 여부가 쟁점이 되고 있다. 블록체인 분야 전문 구태언 변호사(법무법인 린)는 “업비트, 빗썸 등에 ‘테라·루나’를 상장할 수 있도록 금융위원회가 라이센스를 줬고, 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해당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를 할 수 있던 것”이라면서 “그런데 이제 와서 ‘테라·루나’가 증권이라고 본다면 금융위의 당시 판단에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 변호사는 “정부 인가 (코인) 신고를 수리한 거래소에서 불법 증권 거래가 이뤄진 것이 되므로 이 경우 국가배상 책임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가상자산 분야 전문 김경환 변호사(법무법인 민후)는 “(증권성 여부 쟁점 외) 권 대표가 (투자자에게) 보장하겠다고 했던 수익률(19.4%)을 지켰는지, 알고리즘 관련(설계오류 및 하자) 기망행위, 가격을 유지(테라 가치 방어)하기 위한 자전거래 여부 등도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때 세계 2위였다가 지난달 파산한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FTX가 ‘테라·루나’ 사태를 촉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FTX 파산 신청으로 자산 출금이 막힌 FTX 국내 이용자 수는 1만명 이상이다.
 
미국에선 FTX 창업자 샘 프리먼-프리드 전 최고경영자(CEO)가 사기 혐의로 유죄를 받을 경우 최대 종신형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는 현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법무부 등의 조사를 받고 있다. 미 당국은 파산 수개월 전부터 FTX의 증권범죄와 위법 행위 가능성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영기 미국변호사(위더피플 로그룹 법률사무소)는 “미국에서도 가상화폐를 증권으로 볼 것이냐 여부에 관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며 “미 대법 판례상(하위테스트)으로는 ‘증권성’이 있다고 보는 다수 의견이 있으나 다툼의 여지가 있다보니 아직 확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미 SEC는 △자금 투자 여부 △투자를 통해 수익을 얻으리라는 합리적 기대감 △투자금이 공동 사업에 쓰였는지 △그로 인한 수익이 발기인 또는 제3자의 노력으로부터 나오는지 등 ‘하위 테스트’의 4가지 기준을 토대로 증권성 여부를 따진다. 이 같은 기준을 만든 미국 ‘하위(Howey) 판결’은 증권의 종류 중 ‘투자계약증권’에 관한 정의를 세운 대표적 판례다.
 
권 대표 혐의에 대해서는 중형이 예상되나 미국처럼 종신형이 선고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이 변호사는 “미국의 경우 경합범에 대해 형을 모두 합치는 한편 한국에서는 (이득액) 50억원이 넘는 경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이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금융사기범이 자본시장법 위반, 형법상 사기 등 여러 범죄를 저지른 경우(경합범)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 처벌한다. 유기징역 상한(50년)도 없다.
 
반면 한국에서는 사기 경합범이 저지른 범죄 중 가장 중한 범죄를 기준으로 형량의 2분의 1을 가중한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출처=야후파이낸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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