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편편)법인세는 과연 ‘국가의 얼굴’인가
입력 : 2022-12-21 06:00:00 수정 : 2022-12-21 06:00:00
통계청이 지난 13일 발표한 '2021년 광업·제조업 조사 결과(잠정)'에 따르면 광업·제조업의 출하액은 1769조1000억원으로 1년 전년보다 17% 늘어났다. 2010년(18.0%)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었다. 증가액도 261조8000억원으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크다. 반면 광업과 제조업 종사자 고작 1% 늘어났을 뿐이다.
 
그러니 매출과 이익도 당연히 늘어나게 된다. 15일 통계청이 내놓은  '2021년 기업활동 조사(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상용근로자 50인 이상 기업 1만3448곳의 총매출액은 2760조원으로 전년 대비 16.9% 늘었다. 기업당 평균 매출액은 2110억원으로 16.8% 증가했다.
 
법인세 차감 전 이익은 222조4000억원으로 127.6% 증가했다. 매출액 1000원당 순이익은 80.6원으로 39.2원 증가했다.
 
이처럼 경이로운 실적을 낸 결과는 내부유보 증가로 이어진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홍성국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에 의뢰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100대 기업 사내유보금(자본잉여금+이익잉여금)은 2012년 630조원에서 2021년 1025조원으로 395조원 증가했다. 대상을 상장 100대 기업에서 더 넓혀본다면 유보금은 수백조원 가량 불어날 것이다.
 
기업의 내부유보금이 너무 많으니 이를 줄이고 경제 선순환에 유입돼야 한다는 지적은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제기돼 왔다. 그래서 2015년 기업소득환류세제가 도입됐다. 기업이 투자나 임금 혹은 상생협력 등에 쓰지 않고 놔둔 미환류 소득에 법인세 20%를 추가로 물리는 제도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투상세제)로 개편됐지만 올해 말로 '일몰 종료' 된다.
 
한마디로 기업의 이익과 금고가 전례 없이 풍족해진 것이다. 그리고 올해 더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축적된 자금이 많으니 앞으로 공장을 새로 짓거나 인수합병에 나서거나  큰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법인세를 굳이 깎아주려고 한다. 투자와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는 논리다. 그렇지만 적어도 2021년 기업실적과 사내유보 상황을 보면 법인세 인하의 객관적 타당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미 충분한 사내유보가 있으니 세율을 낮추지 않아도 기업의 투자 여력은 충분해 보인다.
 
다만 기획재정부 등의 설명대로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의 법인세 실효세율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집권여당과 재계에서 주로 주장하는 것이다. 그것이 사실인지도 논란이 있거니와, 사실이라고 해도 정말로 투자와 성장을 어렵게 했는지 의문이다.
 
그런데도 기획재정부는 지난 13일 투자 확대와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법인세 인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요지의 자료를 배포했다. 특히 법인세를 ‘국가의 얼굴’이라며 인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렇지만 법인세가 과연 국가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다소 무리한 포장이라고 여겨진다. 고대 그리스의 소피스트처럼 진실을 과대 포장한 것이 아닌가 한다.
 
국회에서 예산심의 과정에서 최후까지 합의를 어렵게 한 것이 바로, 이 법인세 문제였다. 정부·여당이 주장하는 법인세 인하가 난항을 겪은 것은 기업실적 등 객관적 사실의 뒷받침을 받지 못했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니 설득의 여신이 도와주려야 도와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새 정부의 입장에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대통령이나 국무총리라도 나서서 야당에 대한 설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그런 노력도 없었다. 그저 경제단체 등의 재계의 지원사격이나 여론의 반작용만을 기다리는 모양새다. 태만한 자세라고 여겨진다.
 
윤석열 정부 들어와서 정부당국자들의 태만한 자세는 곳곳에서 노출됐다. 미국의 인플레감축법(IRA) 통과 과정에서 사전에 대응하지 못하고 무방비 상태로 당했다. 핼러윈데이에는 치안을 책임지는 당국자들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주어진 책임을 외면했다. 그래서 이태원참사를 야기했다.
 
지금의 그런 태만한 자세는 지금의 법인세 문제에서도 엿보이는 것 같다. 내년 한국경제는 올해보다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더 어려워질 경제 여건을 잘 헤치고 나갈지 걱정된다. 나아가서 기업은 살찌고 시민은 허덕이는 구조가 더욱 강고해지지 않을까 저어된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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