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코로나 가니 고물가 발목…북적이던 시장 손님 '뚝'
설 앞둔 서울·수원 전통시장 대체로 한산
일부 품목 구하려는 손님 몰려도 '줄'은 없어
대형마트 대비 가격 경쟁력 23.2%→17.9%
입력 : 2023-01-18 06:00:00 수정 : 2023-01-18 15:16:04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1000원만 깎아주세요." 건어물 가게 사장은 손님의 요구에 "물가가 너무 올라 안 된다"며 양해를 구합니다. 설 연휴를 나흘 앞둔 17일 오전 10시. 경기도 수원 영동시장 한 모퉁이에서 7000원짜리 러시아산 황태포가 팔렸습니다. 사장 박모씨는 "황태포 가격이 작년보다 1000원이 올랐는데, 이제는 깎으면 남는 게 없다"며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이날 찾아간 수도권 시장 상인들은 코로나19에 이어 고물가에 발목 잡힌 명절 대목을 아쉬워 했습니다. 박씨는 "작년보다 올해 설이 낫지만, 대목이 지나면 또 그냥 그렇다"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1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문 인근 못골시장에서 손님들이 장을 보고 있다. 상인들은 손님들이 어깨를 부딪히며 밀리던 때에 비해 시장이 한산해졌다고 말했다. (사진=이범종 기자)
 
인근 못골시장 과일가게인 우일상회 표세자 사장도 손님의 얇아진 지갑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표 사장은 "가게 앞을 지나가는 손님들을 보면 3분의1이 줄은 것 같다"며 "그 전에 우리 시장은 손님이 서로 밀고 밀리는 곳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가게 밖 손님들은 분주했지만 통행이 여유로웠습니다. 생선을 포함해 설 음식 파는 곳을 제외하면, 골목 곳곳이 한산했습니다.
 
설 직전 고용하는 임시직 인원도 대폭 줄었습니다. 표 사장은 "그 전에 이 날짜면 아르바이트 직원 너댓명을 구했다"며 "올해는 한 명 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대목인데도 사람이 차질 않으니, 이후 찾아올 평일이 걱정입니다. 표 사장은 정부가 온누리상품권 홍보를 더 해주길 바랐습니다. 그는 "농축산물을 구매하면 최대 30%를 온누리상품권으로 환급받을 수 있는데, 열 분 오시면 한 분 정도 아시는 정도여서 우리가 설명해준다"고 답했습니다. 소비를 장려하는 '동행축제' 같은 행사도 늘려주길 원했습니다.
 
전국 50개 지점을 둔 한과 가게 아리곳간 본점도 고물가 직격탄에 손님 줄이 끊겼습니다. 과잣값은 동결됐지만 소비량은 줄었다고 합니다. 선은숙 사장은 "손님이 전년 대비 약 30% 줄어 힘든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가게 앞 손님은 있어도 줄은 없었습니다. 선 사장은 가게 앞으로 뻗은 손을 왼쪽 끝 골목으로 옮기며 "여기서 저기까지 줄이 있었다"고 회상했습니다. 어깨를 부딪히며 지갑 열던 손님의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고 합니다.
 
17일 오후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손님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사정은 서울 남대문시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오후 2시 남대문 본시장의 나물가게 사장들은 중장년층 손님들이 떠난 뒤 한산한 거리를 둘러봤습니다. 매대에 오른 고사리와 도라지는 한 근에 5000원으로, 지난 설 때와 가격이 같다고 했습니다.
 
이곳에서 상회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줄어든 손님이) 얼마라고 얘기도 못 할 정도"라며 턱으로 가게 앞을 가리켰습니다. "손님이 없잖아요 지금." 손님이 줄을 선 곳은 시장 밖 호떡 가게 뿐이었습니다.
 
상인들은 다른 정책보다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습니다. 선 사장은 "심리적으로 위축되다 보니 1만원어치 살 것을 5000원어치를 사게 된다"며 "언제쯤 (손님이) 나오시려는거지, 이렇게 생각하는데 설 끝나면 참 심각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둘러본 시장 곳곳에서는 과일과 나물 가격을 묻고 떠나는 손님, 3년새 두배로 오른 중국산 들기름 값에 고개 젓는 손님 등이 명절 장바구니 부담을 보여줬습니다. 수원 지동시장 일대를 둘러보던 박채순씨는 "물가 부담으로 과일을 3분의1 줄이기로 했다"며 "(정부가) 고물가를 잡아줬으면 좋겠는데, 전기와 가스 요금도 많이 올랐다"고 답했습니다.
 
이 와중에 전통시장의 가격 경쟁력은 전년보다 낮아졌습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전통시장과 인근 대형마트(각 37곳)의 4인 기준 설 제수용품 가격을 비교한 결과, 2022년에는 평균 26만2645원 대 34만1859원으로 23.2% 저렴했습니다. 올해는 27만656원 대 32만9473원으로 17.9% 가량 저렴합니다. 전통시장 가격은 3.1% 오르고 대형마트는 3.6% 하락한 영향입니다.
 
과일과 채소는 작황 호조로 생산량과 저장량이 늘어 가격이 안정적이지만, 한파와 폭설로 대파와 무 등 일부 채소값이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반면 소고기는 도축 마릿수와 공급 증가로 가격이 안정적이고 돼지고기는 생산량과 공급량이 늘었지만 외식 수요 증가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대한 위기감 확산으로 가격이 올랐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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