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네이버웹툰, 작가 건강권·보상 체계 투명성 부족 다시 수면 위로
웹툰 플랫폼들, 유급 아닌 무급 휴재 부여
구체적 작품 수익 정보 공개 미이행
"유급 휴식권, 노동 컷수 제한 필요"
입력 : 2023-03-08 16:47:02 수정 : 2023-03-09 12:54:06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최근 정부가 웹툰 분야 표준계약서에 '50회차 연재시 반드시 2회 휴재' 등 창작자들의 휴재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지만 웹툰 창작자들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유급 휴재를 제대로 쓰지 못하고 '비밀유지 조항' 등 기업이 제시하는 불공정한 계약 조건으로 수익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공유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섭니다. 
 
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진행한 ‘웹툰작가들의 정신 건강 및 신체 건강과 불안전 노동 수준 실태조사’ 발표·토론회에 앞서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웹툰작가노조)
 
8일 웹툰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웹툰과 네이버웹툰 모두 작가들에게 유급보다는 무급 휴재를 부여하는 경향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서 카카오웹툰을 운영하고 있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월 웹툰·웹소설 창작자들의 복지 및 건강권 강화를 위한 계약서 개정안을 발표했습니다. 작가들의 휴재권(40화 기준 2회)을 보장하고 회차별 연재 분량(기존 60컷에서 50컷 조정)을 개정해 창작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는데요. 또 현재 웹툰 계약서에 작품 연재 최소 컷 수를 기재하는 경우에는 한 화당 최소 컷 수를 기존 60컷에서 50컷으로 조정하는 내용을 계약서 내에 명문화했습니다. 
 
그러나 휴재권을 이행은 하고 있지만 사실상 무급 휴가에 그쳐 작가들 사이에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카카오엔터멘트 파트너포털 소개 영상. (사진=카카오엔터 유튜브 화면 캡처)
 
네이버웹툰의 경우 휴재와 컷수 제한을 두지 않고 작가 개인별 자율에 맡긴 상태입니다. 그러나 자율에 맡겨지는 방식이 오히려 작가들의 출혈경쟁을 부추겨 과도한 작업을 유도하고 있다고 작가들은 지적합니다. 또한 유급휴가의 경우 실제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투명한 정산도 현재 양대 플랫폼에서는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카카오웹툰의 경우 지난해 7월 작가가 정산 세부 구조를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파트너 포털'을 구축해 약 3개월의 시범 운영을 거쳐 10월 CP(제작)사 및 CP사와 계약한 작가들을 대상으로 정식 운영을 시작했는데요. 실제 운영방식을 확인한 결과 유무료 조회수 등 구체적인 매출 산정의 근거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를 두고 작가들은 "유통·플랫폼·서비스국가·IP(지식재산권)유형 구분, 정산유형 등의 구분은 해놨지만 이전과 동일한 내용으로 상생협약문에 명시된 내용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네이버웹툰의 경우 일부 웹툰작가들은 "매출 숫자만 알려줄 뿐 구체적인 내역에 대한 작가 수익 정보 공개가 제대로 안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지난해 출범해 운영 중인 웹툰 상생협의체에선 웹툰 작품의 권리자가 수익배분 방식과 관계없이 자신의 수익을 역산할 수 있는 최소한의 매출 관련 정보(판매 수량·조회 수 및 이용 추이·코인당 금액·유료 판매 비율 등)를 적정 절차에 따라 제공받을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수익배분 계약을 해놓고도 작가들은 판매수량, 조회수 등 세부내역을 알지 못하는 셈입니다.
 
더욱이 작가들은 작업 및 휴식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경제적 어려움까지 겪고 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난해 웹툰 작가 실태조사에 의하면 작가들의 근로시간은 주 평균 5.8일(주 60.9시간), 일평균 10.5시간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정부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인지해 휴재권과 분량 제한 조항을 추가하는 방안으로 논의를 해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정부는 지난해 7월 표준계약서 개정작업을 시작해 올해 2월까지 연구 용역을 완료했습니다. 주요 개정 사항은 수익분배와 관련한 정산 투명성 제고 및 연재 계약건에 대한 휴재권 보장 의무 반영안입니다. 유급 휴재도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연재 주기 기준 50회당 2회 보장 등 내용이 담길 전망입니다.
 
안미란 문화체육관광부 대중문화산업과장은 지난 7일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작가들의 건강문제가 매우 중요한 이슈라는 부분에 공감하며 표준계약서 내에 휴재권과 분량 제한 조항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면서 "연구 용역 기간은 종료됐지만 추가 연구가 지속되고 있으며 기존 표준 계약서 6종에 대한 전면 개정과 웹툰 연재 3자간 계약서가 신규로 제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플랫폼을 비롯해 CP사, 창작자, 전문가가 모여 소통할 수 있도록 콘텐츠진흥위원회를 통해 1년에 최소 2번 이상 회의를 열겠다는 방침을 내놨습니다.
 
지난달 웹툰을 만화에 포함하고 만화 분야 표준계약서 사용 확대를 장려하는 '만화진흥에 관한 법률'(만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태입니다. 웹툰작가노동조합은 만진법 개정안 추진 과정에서 작가들이 지적해온 문제 사항을 잘 반영해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신아 웹툰작가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해 상생협의체에서 휴재권이 명시돼야 한다고 얘기하기도 했는데 이런 창작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선 계약만으론 안되고 법적 토대를 마련해 의무화해야 한다"면서 "유급 휴식권, 노동량(컷 수)의 상한을 간접적으로 제한하는 추가수당제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이선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