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도 못 갚아요"…좀비기업 된 건설사
우발채무·이자비용 증가에 건설사 부실 우려 확대
두산에너빌리티·HJ중공업·KCC·신세계건설 '빨간불'
입력 : 2023-03-27 06:00:00 수정 : 2023-03-27 10:07:12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고금리와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건설 경기 악화로 중견·중소건설사들이 한계에 몰리고 있습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에도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급증하며 돈을 벌고도 금융이자를 지불할 여력이 줄어드는 등 부실 우려가 커진 까닭입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별도 재무제표 기준 시공능력평가 상위 50대 건설사 가운데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상장 건설사는 27곳으로, 이 중 74.1%(20곳)가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전년대비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아파트 공사 현장 모습.(사진=연합뉴스)
 
통상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채무상환능력 나타내는데, 해당 배율이 1 미만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상환할 수 없는 잠재적 부실기업으로 판단합니다. 만약 3년 연속 이자보상비율이 1미만인 기업은 한계기업 또는 좀비기업으로 분류합니다.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를 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건설사는 저금리와 주택시장 호황에 힘입어 실적 증가세를 이어왔지만, 가파른 금리 인상과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재무구조가 악화한 상황입니다. 특히 대형건설사 보다는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중소, 중견건설사의 위기가 두드러졌습니다.

영업익만으로 이자비용 충당 어려워…3년 연속 1미만 기록도
 
실제 시평 22위인 두산에너빌리티의 지난해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853억원으로 1년 전보다 36.9% 감소했는데 금융(이자)비용은 1417억3500만원으로 영업이익을 넘겼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이자보상배율은 2019년부터 최근 4년간 1배 미만을 밑돌고 있는 상태입니다.
 
최근 5년 간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을 기록했던 HJ중공업의 경우 영업이익이 64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으나 이자비용은 433억원으로 이자보상배율은 0.15배에 그쳤습니다.
 
KCC건설과 신세계건설의 경우 지난해 적자를 시현하며 벌어들인 수익만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건설사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밖에 시평 25위와 31위인 한신공영, HL D&I한라의 작년 말 기준 이자보상배율은 각각 1.3배, 1.5배로 간신히 1배를 넘겼습니다.
 
(표=뉴스토마토)
 
시장에서는 부동산 경기 위축과 미분양 주택 누증 등 건설업 영업환경 악화로 건설기업의 재무건전성이 저하되고 부실위험도 증대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국은행이 최근 내놓은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3분기 상장 건설사 72곳의 이자보상배율은 3.0배로 2021년(6.5배) 대비 하락했으며 취약기업 비중도 36.1%로 전년(28.9%)보다 상승했습니다.
 
김현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를 지나며 금리 인상 추세가 완화된다고 하더라도 원자재, 인건비, 물류비 등 높아진 원가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거시 경제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어 주택 구매 수요가 단기간 내 회복되기는 어려울 전망”라며 “건설산업과 관련해 운전자본부담 통제를 통한 원활한 현금흐름 시현 여부를 중점적으로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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