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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면 우리나라 ‘서민의 술’ 소주의 역사도 100년이 됩니다. 첫 소주는 1924년 나온 진천양조상회(현 하이트진로)의 ‘진로’입니다. 100년동안 소주의 도수는 35도에서 14도로 절반 이하로 낮아졌고 1970년 65원이었던 소주값은 최근 20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30일(목) Pick에서는 소주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소주의 역사
소주와 같은 증류주는 10세기경 아라비아의 연금술사에 의해 전해진 증류방법을 통해 알코올이 제조되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고려 후기에 몽골로부터 들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기화한 술의 모습이 땀방울 같다고 해서 땀이라는 뜻의 ‘아라크(Arak)’라고 불렀는데요. 이것이 각국으로 전파돼 몽골에선 ‘아라키(亞刺吉)’, 만주족은 ‘알키’, 원나라를 통해 증류주를 받아들인 고려에선 ‘아라길주(阿喇吉酒)’라고 했습니다. 몽골의 이슬람 제국 정복전쟁 당시 소주 양조법이 몽골로 다시 몽골을 통해 한반도로 흘러들어왔다는 게 정설입니다. 이때의 소주는 증류식소주였고, 현재의 소주의 대부분인 희석식 소주입니다. 19세기에 연속식 증류기가 발명된 후, 일제시대 때 우리나라에 주정공장이 처음 설립되면서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희석식 소주란?
오늘날 소주의 대세라 할 수 있는 희석식 소주는 일제강점기에 도입됐습니다. 희석식 소주는 명칭처럼 알코올에 물을 타 희석시켜 만든 것으로 옥수수, 수수, 고구마, 타피오카 등의 재료를 발효시킨 다음 연속 증류해 순도 95% 이상의 주정을 생산해 물에 희석시켜 도수를 낮춘 뒤 에탄올 특유의 냄새를 줄이는 탈취 공정을 거치는 방법입니다. 여기에 액상과당 같은 감미료를 첨가해 맛을 조정한 뒤 한 번 더 여과시켜 병입하면 소주가 되는거죠. 1965년 박정희 정부가 개정한 양곡관리법에 따라 쌀을 술을 만드는 데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증류식 대신 알코올 원액인 주정에 물을 희석해 만드는 희석식 소주가 보급됐고, 이때부터 소주는 차츰 대중화하면서 애환을 달래주는 '서민의 술'로 자리 잡게 됐습니다. 1977년 쌀 자급 전까지 한국은 만성적인 쌀 부족 상태였으니, 쌀로 술을 빚어 먹게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쌀 대신에 고구마 또는 옥수수를 재료로 만들어진 주정을 희석한 소주가 점점 주류 시장의 대부분을 점령하기 시작했는데 바로 이때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사실상 '소주 = 희석식'이라는 각인이 생긴겁니다.
100년 역사 ‘진로’
진로의 역사는 1924년 평안남도 용강군의 진천 양조상회에서 시작됐습니다. 진천 양조상회의 진지동 공장에서 나왔기 때문에 진지의 ‘참 진(眞)’과, 소주를 증류할 때 술 방울이 이슬처럼 맺힌다는 의미로 ‘이슬 로(露)’를 선택해 ‘진로’라는 제품명이 탄생했습니다. 창업기에는 서북지방에서 복을 상징하는 영특한 동물로 여겨졌던 원숭이를 상표로 사용했지만, 이후 진로가 전국 대상으로 영업을 개시한 후부턴 두꺼비로 바뀌게 됐습니다. 이북에서 원숭이가 영특함을 뜻하는 동물이었던 것과는 달리, 남쪽에서는 주로 교활하고 음흉하다는 이미지가 강해서 바꿨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당시까지 대부분의 소주는 누룩을 사용해 제조해왔는데 진천양조상회는 단가가 높은 누룩소주 대신 흑국균을 전분질의 원료로 배양해 만드는 데 처음으로 성공을 거둔 양조장이기도 합니다.☞관련자료
점점 순해지는 소주
사람들이 독한 술보다 순한 술을 선호하면서 소주의 알코올 도수는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1924년 진로의 도수는 35도(증류식)였습니다. 한잔 먹으면 "캬~"소리가 절로 나는 고도주였죠. 이후 41년이 지난 1965년 30도로, 다시 8년이 지난 1973년 25도로 5도씩 낮아졌습니다. 이후 20년 넘게 모든 업체가 도수를 유지하면서 '소주=25도'라는 불문율이 생겼죠. 하지만 저도수 경쟁의 열기가 달아오른 건 1998년 하이트진로가 23도의 '참이슬'을 선보이면서 25도 공식도 깨지게 됩니다. 25도라는 장벽이 허물어진 후 술은 더욱 순해집니다. 2001년 22도, 2004년 21도, 2006년 19.8도로 속도가 붙더니 20도도 무너집니다. 그 이후로도 계속 떨어집니다. 이후 2012년 19도, 2014년 18도로 낮아지더니 2018년 17도로 도수를 낮췄고, 2019년 16.9도의 '진로'가 출시되면서 17도도 무너졌습니다. 다시 2023년 16도까지 낮아졌습니다. 이번에는 당까지 뺀 무가당 소주가 쏟아져 저도수 경쟁도 새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최근 충청권 주류업체인 맥키스컴퍼니가 14.9도 소주라는 파격을 선보이며 소주 알코올 도수가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16도를 넘어 단번에 15도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100년만에 도수가 절반 이하로 낮아진 셈입니다.☞관련기사
소주 1병 6000원시대
소주는 1960~70년 65원에 음식점에서도 170원에 사먹을 수 있었다는데, 1980년대 253원으로 출고가격이 올랐고 1990년대는 377원으로 올라 소매가 500원, 음식점에서는 1500~2000원에 팔았습니다. 2000년대 들어 소주 출고가격이 800원으로 오르면서 소주 3000원 시대가 열렸고 2010년 960원, 2016년에 1015원으로 다시 오르면서 출고가 1000원, 소주 5000원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지난 1970~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소주 소매가와 음식점 가격 차이는 2배를 벗어나지 않았는데요. 하지만 1990년대부터 그 차이가 3~4배까지 벌어지기 시작하더니 2015년부터는 출고가 1000원 수준인데, 음식점에는 4000~5000원에 팔리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제 소주 6000원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소주의 출고가격은 200원가량 올라 소주 출고가격은 1200원 정도인데, 개별 식당의 소주 판매가는 2000∼3000원가량 올랐습니다. 1500원에 납품받은 소주를 6000원에 파는 셈입니다. 이러한 추세로 간다면 소주 1병 소매가격이 1460~1950원 정도인 걸 감안했을 때 음식점 판매가가 최대 7000원대 사이에 형성될 수도 있겠네요.☞관련기사
전국 소주의 탄생
1973년 소주가 대중화되면서 소주 알코올 도수가 25도로 낮추어졌고, 소주가 국민 술이 되는 계기가 됩니다. 하지만 소주 업체 간 경쟁이 더욱 심해지자 1976년 결국 박정희 정부가 ‘1도 1사 원칙(자도주법)’의 칼을 빼들었습니다. 시·도별로 1개의 업체만 소주를 생산하고 생산량의 50%를 해당 지역에서 소비하도록 하는 규정인데 이 때 지역별 소주가 나타납니다. 이후 소주의 지역별 판매제는 1992년 사라졌다가 3년 만에 다시 부활했고 1996년 시장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이 나면서 완전히 폐지됐습니다. 서울·경기도 하이트진로(참이슬), 강원도 롯데칠성음료(처음처럼), 대전·충청남도 맥키스컴퍼니(이제우린), 충청북도 충북소주(시원),대구·경상북도 금복주(참소주),광주·전라남도 보해양주(잎새주), 경상남도 무학(좋은데이),부산 대선주조(대선),제주도 한라산(한라산)등입니다.
소주병은 왜 초록색일까
1990년 당시 소주는 투명에 가까운 하늘색 병에 파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롯데주류의 전신인 두산주류가 강원도 경월을 인수해 '두산경월'이라는 회사를 출범시킨 이듬해(1994년) '그린소주'를 출시하면서 이름에 걸맞게 병을 녹색으로 처음으로 바꾼 것이 시초입니다. 자연친화적인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병을 녹색으로 바꿨는데, 이 병의 인기가 폭발적이었습니다. 이에 타 소주업체들도 모두 병 색깔을 녹색으로 바꾼 것이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녹색병은 원가절감에도 도움이 됩니다. 소주 공병 공용화를 통해 소주병을 재활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인데요. 2009년 소주업계는 병디자인까지 하나로 통일해 공병 공용화 협약을 진행했습니다. 가장 많이 유통되는 녹색 소주병(용량 360mL)을 7개 소주 제조사가 공동으로 제작·사용해 공병의 회수와 재사용을 촉진하는 등 자원을 절약하고 온실가스 발생을 감소시키자는 것이 골자죠. 이때부터 제조업체와 관계없이 똑같은 녹색병을 생산한 겁니다. 일반적으로 소주병은 7~20회 재사용이 가능하고 출고가에서 새 병이 차지하는 비율은 대략 30%에 달해 소주업체들은 생산비용을 낮추기 위해 병을 재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주공병 협약은 강제적인 것이 아닌 자발적인 협약인데 2019년 하라이트진로가 진로이즈백을 출시하면서 투명색병으로 협약을 깬 것이죠. 이후 수거한 타사 소주 공병을 자사 공병과 1대 1 맞교환하는데 합의하고 소주병 색깔과 모양이 달라도 '수량'에 따라 병 교환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이후 투명병도 나오게 된 겁니다.
우리가 몰랐던 소주 이야기
-삼학소주를 아시나요 : 해방 이후에는 독특한 명칭의 소주가 많았는데 ‘삼미’ ‘백구’ ‘제비원’ ‘금성’ ‘금련’ ‘삼학’ 등이 대표적이었죠. 이 중 1960~1970년대 초반을 풍미했던 소주가 바로 목포의 삼학소주인데 워낙 인기가 많아 가짜 소주까지 나올 정도였고, 창립자가 가수 남진의 부친이라 더욱 유명했습니다. 하지만 1971년 납세필증을 위조, 탈세로 3억2000만원을 추징당해 1973년 부도 처리됐습니다. 삼학소주가 당시 김대중 대통령 후보에게 정치자금을 지원했다는 음모설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소주는 화학주? : 소주에 대한 대표적 오해 중 하나는 화학주라는 것인데 '희석식'이라는 어감 때문에 그렇지만 법적으로 화학반응을 통해서는 술을 만들 수 없습니다. 앞에서 설명드렸듯이 소주는 곡물,누룩 등 원료를 발효해 밑술을 얻고 이를 또 증류해 만든 알코올(주정)에 물을 부어 희석해 만드는 것으로 즉, 증류주에 물을 희석해 만드는 만큼 화학반응을 통해 만드는 화학주가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소주는 쌀, 보리, 고구마 등을 발효시키고 증류한 뒤 불순물을 제거해 주정을 만들기 때문에 곡주라고 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입장입니다.
-유통기한 : 막걸리나 약주, 맥주, 청주, 와인과 같은 발효주는 기간이 오래되면 술이 변질되기 때문에 유통기한을 따로 정하고 있지만 소주, 위스키, 중국의 고량주 등은 증류주로서 도수도 높고 변질될 소재가 술 안에 없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없습니다.
소주 맛있게 먹는 방법
소주업계에 따르면 소주는 차게 해서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 너무 차게 마시면 그 찬 기운으로 인해 혀의 감각이 무뎌져 소주의 맛을 음미하기가 어렵습니다. 8~10℃ 정도의 온도로 마시면 시원한 느낌과 함께 술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데요. 4~5℃(냉장고)정도로 냉장된 소주를 꺼내서 잔에 따르고 마시면 두 번째 잔의 온도가 대략 8~10℃정도 된다니 한 번 술맛을 음미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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