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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2021년 겨울 꿀벌 78억 마리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지난해에도 9~11월 단 3개월 사이 약 50만 개의 벌통이 텅텅 비워졌는데 약 100억 마리가 사라진 겁니다. 올해도 벌써 140억 마리의 꿀벌이 실종됐습니다. 문제는 '기후 위기'로 인해 '꿀벌 멸종'이 그리 머지않은 미래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과학계에서는 2035년에 꿀벌이 완전히 멸종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30일(화) 토마토Pick에서는 '꿀벌 실종 사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꿀벌이 사라졌다
꿀벌은 원래 겨울을 나면서 10% 정도 없어집니다. 하지만 몇 년째 정상 범위보다 많은 꿀벌이 사라지면서 텅텅 빈 벌통이 늘어나는 ‘꿀벌 실종’사태를 맞았습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이미 지구촌 곳곳에서도 꿀벌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2006년 갑작스러운 꿀벌 대량 실종 사건이 처음 보고됐는데요. 꿀을 따러 나간 일벌 무리가 돌아오지 않으면서 벌집에 남은 여왕벌과 애벌레가 떼로 죽는 ‘벌집 군집 붕괴 현상’이 나타난 겁니다. 어느 날 갑자기 일벌이 모두 사라져 벌집이 텅 비는, ‘군집 붕괴 현상(CCD·Colony Collapse Disorder)’으로 불과 1년 만에 미국 전역의 벌집 30% 이상이 빈통이 됐고 미국 꿀벌의 개체 수가 40%가량 감소했죠. 유럽 등 세계 여러 지역에서도 해마다 꿀벌이 30~40%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영국 왕립지리학회는 지구상 반드시 필요한 생물 5종 중 하나로 꿀벌을 꼽았습니다. 꿀벌로 대표되는 화분매개자가 없다면 충매화는 번식할 수 없어, 그 종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세계적 환경단체 ‘어스워치’도 ‘지구상에서 절대 사라져서는 안될 5종(꿀벌·플랑크톤·박쥐·균류·영장류)’ 가운데 꿀벌을 지구에서 대체 불가능한 생물로 꼽기도 했습니다.
꿀벌이 사라지는 이유
꿀벌은 한 가지 이유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살충제, 기생충, 응애 등 천적을 비롯해 기후변화와 그로 인한 생태계 엇박자 현상, 인공 사육으로 인한 유전 다양성 감소, 밀원 수 부족으로 인한 영양 실조 등 다양한 원인으로 사라지는데요. 꿀벌이 사라지는 데 대해선 여러 설이 있습니다. 살충제 같은 농약이 문제라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꿀벌에 자생하는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죠. 지구 자기장을 이용해 방향을 인지하고 이동하는 꿀벌이 휴대폰 같은 무선통신 장비의 전자파 때문에 혼선이 생겨 집에 되돌아가지 못한다는 가설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린피스와 전문가들은 이 가운데 기후변화를 주요한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기후변화, 결국 사람이 만든 ‘인재’
꿀벌이 실종되고 폐사되는 가장 큰 원인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입니다. 심각한 기후변화로 인해 온도에 민감한 꿀벌 면역체계가 무너지고, 꽃의 개화시기가 종잡을 수 없어 벌들이 활동을 시작하는 시기에 정작 먹을 것이 없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죠. 기후변화로 인해 피어난 꽃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 온 것입니다. 낮에 바깥이 따듯하니 봄이 온 줄 알고 착각해 꿀을 따러 나가지만, 꿀벌은 날씨가 추우면 날갯짓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오후에 갑자기 온도가 떨어지면 벌통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건데요. 또한 피어난 꽃도 이상기후로 인해 기존보다 더 빨리 꽃이 떨어져, 꿀벌이 필요한 화분과 화밀을 채집할 시간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또 가을과 겨울이 평년보다 따뜻해지자, 동면에 들어가지 못한 벌이 밖으로 나가는 일이 발생하고 최근에는 여왕벌이 겨울 사이에 알을 낳기도 했다죠. 최근 유럽 꿀벌의 월동 폐사율은 30~35%까지 올랐으며, 한국의 꿀벌 폐사율 역시 2023년 초 기준 약 60%를 넘어, 자연적인 수준을 훨씬 상회하고 있습니다.
밀원의 부족
꿀벌이 꿀을 빨아오는 원천이 되는 나무인 매실나무, 동백나무, 해바라기 등의 밀원(蜜源)이 감소한 것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밀원이 사라진 데는 다양한 토지 개발 활동, 잦은 강수 및 이상 고온·저온 현상으로 인한 식물 생태계의 변화, 잦은 산불 등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국립산림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전체 밀원 면적은 2020년 기준 14만6000ha로, 1970~1980년대 대비 약 70% 감소했습니다. 제주도 면적의 1.8배, 여의도 면적의 1145배 수준의 밀원 면적이 사라진 것입니다. 특히 천연 꿀 70%를 생산할 수 있는 아까시나무의 경우 1980년대까지 32만ha 분포하고 있었지만 현재는 3만6000ha 정도만 남았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이 갈수록 심해져, 밀원자원의 감소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밀원자원이 이토록 빠르게 줄어드는 한편, 꿀벌의 사육봉군 밀도는 전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어 문제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보다 약 80배 높은 사육봉군 밀도 속에서, 한국의 벌은 줄어드는 먹이를 두고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죠. 이러한 상황 속에서 벌이 충분한 영양분을 확보할 가능성은 현저히 줄어들게 마련입니다. 무게가 약 100mg 정도가 되는 꿀벌 일벌이 탄생하려면 애벌레 기간에 125-145mg 정도의 꽃가루가 필요합니다.
꿀벌의 가치는 690조원
꿀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수술의 꽃가루를 암술머리에 옮기는 ‘꽃가루받이’인데 꽃으로부터 꿀을 얻는 대신 꽃가루를 다른 식물체로 옮기면서 그 식물의 번식을 돕습니다. 대부분 식물은 꽃가루받이를 통해 열매와 씨를 맺는데 인간이 재배하는 작물 1500여 종 중 꿀벌이 수분 매개하는 종은 30%에 달합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주요 작물 중 꿀벌이 수분 매개를 담당하는 종은 71종일 정도로 식량 공급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꿀벌이 세계 식량생산에 기여하는 경제적 가치는 최대 690조원, 국내 꿀벌의 화분매개 경제적 가치는 5.8조원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국내에서 화분매개에 의존하는 농작물의 생산량은 약 270만 톤으로 전체 농작물 생산량의 약 17.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화분매개곤충의 의존도가 높은 아열대 작목의 종류와 면적이 증가해 화분매개곤충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는데 꿀벌은 유엔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의 17개 항목 중 11개 항목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급격한 기후 변화와 인간의 무분별한 농약 사용은 꿀벌을 멸종 위기로 내몰았고, 만약 이 상태가 지속돼 꿀벌이 멸종한다면 인류는 곧 생태계 파괴와 식량 위기에 따른 영양실조를 겪게 될 수도 있습니다.
“꿀벌 사라지면 인류도 4년 내 멸망”
이는 상대성이론의 저자인 아인슈타인의 예언으로 널리 알려져있지만 검증된 사실은 아닙니다. 꿀벌은 식물의 꽃과 꽃 사이를 다니며 꽃가루를 전파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기르는 농작물의 3분의 1은 곤충의 꽃가루받이를 통해 열매를 맺는데, 그중 80%를 꿀벌이 담당하고 있죠. 꿀벌은 식물의 꽃과 꽃 사이를 다니며 꽃가루를 전파합니다. 그리고 육상 식물의 대부분을 꿀벌의 도움을 받는 속씨식물입니다. 이 속씨식물이 수많은 육상 생물의 식량원이 되기 때문에, 꿀벌이 멸종된다면 식량난과 영양실조 등 수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입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꿀벌이 인간이 먹는 작물 가운데 63%의 수분을 돕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미 하버드대 연구진은 꿀벌 등 꽃가루 매개 곤충이 사라지면 매년 142만명 이상이 숨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과일 생산량이 22.9%, 채소가 16.3%, 견과류가 22.3% 줄면서 임산부와 어린이에게 필요한 비타민A, 비타민B, 엽산 공급이 감소하고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사망자가 늘어날 것이란 분석입니다. 아인슈타인이 말한 것은 아닐지라도 '꿀벌 멸종'은 생태계의 위기일 뿐 아니라, 지구가 인간에게 보내는 '경고 신호'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그만큼 꿀벌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의미입니다. 심지어 최근 화분매개자의 감소로 매년 약 40만 명이 영양 실조로 사망한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도 나왔습니다.
“밀원 확보가 시급하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국내에 있는 250만 군 이상의 양봉꿀벌과 재래꿀벌, 야생벌 등이 살기 위해서는 최소 30만ha의 밀원 면적(축구장 42만8000개 넓이)이 필요합니다. 산불 등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매년 소실되는 산림 면적을 고려하면 그보다도 더 많은 밀원 면적을 최대한 빠른 기간안에 확보해야하는데요. 매년 반복되는 꿀벌의 대량 폐사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각종 전염병에 저항성이 강한 신품종 꿀벌 품종 보급도 시급합니다. 아울러 면역력을 저하시킬 수 있는 살충제 사용 금지 등 기후위기 대응에도 더욱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합니다. 그린피스는 밀원면적 확대를 위해 국유림과 공유림 내 국토 이용 계획과 조림·산림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지역 특화형 밀원수를 심고 보급한다면 현 상황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도심 등 생활권에 녹지를 조성해 화분 매개 서식지를 확대하고, 앞서 제안한 정책들을 실현하기 위해 는 미국의 ‘수분 매개체 파트너’, 유럽 연합의 ‘수분매개체를 위한 뉴딜 정책’ 등과 같이 한국정부도 국무총리 산하 ‘꿀벌 살리기 위원회’ 설립을 해야한다고 제안했습니다.☞관련기사
'세계 벌의 날'을 기억해주세요
세계 벌의 날은 2017년 12월 20일, 국제연합(UN)이 지구촌에 개체 수가 격감하고 있는 꿀벌을 보존하고 전 세계의 식량 생산과 생태계 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꿀벌을 알리기 위해 지정한 날입니다. 매년 5월 20일로, 이는 슬로베니아의 저명한 양봉가 '안톤 얀사(Anton Janša)'의 출생일에서 따온 것이죠. 슬로베니아는 인구 200만명의 작은 국가로 전국민의 0.5%인 1만여명이 양봉업에 종사하고 있는 유럽에서 가장 큰 양봉 국가입니다. 슬로베니아는 2015년 유엔에 벌의 날 지정을 발의했으며, 2017년 12월에 열린 유엔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세계 꿀벌의 날(World Bee Day)''이 공식 제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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