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라이브톤’ 최태영 대표 “K영화 소리의 비밀 다 공개하죠”
봉준호 김지운 감독 거의 모든 작품 작업…“영화 사운드 의미 작업하며 배워”
“기술 가치 꿰뚫어 보는 글로벌 OTT, ‘오징어 게임’ 흥행 기반 만들었다 여겨”
입력 : 2023-06-13 07:00:43 수정 : 2023-06-13 09:16:48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현재의 할리우드 영화 산업 기본 틀을 만들었다 볼 수 있는 스타워즈시리즈 아버지이자 창조자 조지 루카스 감독이 한 말입니다. ‘영화가 주는 감동과 경험의 절반 이상은 사운드에 있다라고. 기본적으로 영화는 보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부인하기 힘든 명제입니다. 영화 시작은 소리가 없는 무성부터 시작입니다. 하지만 색이 입혀지고 사운드가 들어오면서 영화는 제작이란 단계를 넘어 산업적 측면으로 발돋움할 여지를 스스로 만들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영화가 보는 것에서 듣는 것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집니다. 혁신적으로 진화된 소리의 입체화는 아날로그 필름에서 디지털로의 전환과 함께 보는 것의 몰입감을 드러내는 온전한 필요 조건이 돼 버렸습니다. 가장 일차원적 예를 들어보면 이렇습니다. 극강의 공포 호러 영화를 관람하면서 사운드의 존재 유무를 상상해 보시면 됩니다. 체험 되고 체감되는 공포와 호러의 수치화는 극명함을 넘어 극단적 수준으로 벌어질 겁니다. 하지만 진짜 아이러니는 여기서부터 시작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 플랫폼 영화관이 퇴보 중입니다. 반대로 온라인 플랫폼 OTT가 전 세계 글로벌 시장을 잠식했습니다. 체험이란 영역 안에서 영화 즉 콘텐츠의 관람은 사운드의 존재감은 반대의 지점으로 가버리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니다. 여전히 체험과 체감의 영역에서 사운드는 독보적입니다. 국내 콘텐츠 업계 사운드의 모든 작업이 이뤄지는 곳. 라이브톤. 이곳의 수장 최태영 대표를 만나 영화, 즉 콘텐츠 사운드의 모든 것을 들어봤습니다.
 
최태영 라이브톤 대표. 사진=덱스터스튜디오
 
최태영 대표는 국내 사운드 엔지니어 1세대로 불립니다. 여기서 1세대는 과거 아날로그 시대가 아닌 아날로그와 디지털 전환 시기, 즉 영화가 산업화로 변화를 겪던 시기에 걸쳐진 세대. 다시 말해 음향 기사로 불리던 필름 영화 시대의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 시대의 음향 엔지니어그리고 지금은 영화 산업의 거대한 축을 담당하는 사운드 메커니즘 시스템 전체를 진두지휘하는 인물입니다. 그의 손에서 탄생된 영화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대략적으로 400편 가량을 작업했다 합니다.
 
조금 전 둘러보신 사운드 믹싱룸, 그리고 기자님이 앉았던 그 자리에서 봉준호 감독님이 앉아 기생충작업을 저와 하셨어요(웃음). 그 테이블 앞에 놓인 쌍안경 보셨죠. 그건 박찬욱 감독이 오시면 항상 쓰시는 겁니다. 하하하. 이젠 너무 많이 작업을 해서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정도인데. 봉준호 감독 작품은 데뷔작부터 기생충까지. 연출작은 제가 다 작업한 것 같아요. 지금 칸에 가 있는 김지운 감독 거미집도 가장 최근 작업했고. 아마 일일이 얘기를 풀면 일주일도 모자랄 겁니다(웃음).”
 
영화 산업에서 기술 스태프들은 예민하고 신경질적이란 약간의 선입견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영화 산업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또 알고 있다면 부인하기 힘들 겁니다. 하지만 최태영 대표는 재미있고 또 달변으로 유명합니다. 워낙 입담이 좋아 인터뷰 동안 몇 차례 넋을 놓고 그의 얘기에 빠져 들기도 했습니다. 이런 달변의 원동력은 내로라하는 수 많은 감독들과의 작업에서 단련된 것이랍니다.
 
제가 봉준호 감독 연출작은 전부 다 작업을 했는데. 봉 감독은 이젠 전 세계 최고 감독 중에 한 명 이잖아요. 한 번은 왜 자꾸 나와 작업하냐고 물어봤는데 대답 안해주더라고요(웃음). 지금 제가 생각해 보니 예스맨이 아닌 것 때문에 그랬던 게 아닌가 싶어요. 전 감독님들과 작업할 때 꽤 많이 싸워요(웃음). 근데 그 고집을 꺾어 놓은 게 봉 감독이었어요. 절 꺾으신 게 아니라 제가 수긍을 해 버린 사건이 있었죠. ‘살인의 추억작업 당시 여학생이 빗속에서 걸어가고 범인이 내려다 보는 산길 장면이 있는데, 감독님이 원하시는 대로의 믹싱은 당시 제 기준에선 말이 안되는 것이었죠. 결국 제가 성질 내면서 못하겠다고 화도 내봤죠. 근데 기술 시사에서 제가 설득을 당해 버렸어요. 왜 봉 감독님이 그렇게 해달라고 했던 건지. 최종 믹싱된 결과물을 보고 저래서 그랬구나싶었죠.”
 
라이브톤의 시네마 돌비 애트모스 믹싱 스튜디오 전경. 사진=덱스터스튜디오
 
최태영 대표는 음향 엔지니어에 대해 감독의 느낌과 주관을 관객에게 객관적으로 돌려주는 사람이라 정의했습니다. 이 말을 풀어보면 이렇게 될 수도 있을 듯합니다. 연출자인 감독이 상상하고 만들어 낸 공간의 소리를 보는 관객들에게 그럴 수도 있겠다를 넘어 진짜 그렇구나라고 확신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프로세스를 이어 주는 사람. 이런 과정의 가장 단적인 예가 바로 SF장르입니다. 쉽게 말해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 지점에서 소리는 절대적입니다.
 
대표적으로 국내 SF의 첫 시도였던 우주 공간이 배경인 승리호가 있었죠. 일단 우주는 공기가 없으니 소리가 존재할 수 없어요. 하지만 만들어야 하잖아요. 목표는 단순 했죠. 한국식 ‘SF사운드를 만들자. 우주를 배경으로 한 가장 FM적 사운드는 그래비티가 있었죠. 하지만 그건 그 영화의 소리이고. 우린 우리만의 사운드를 디자인하는 것이었죠. 각각의 상황에 맞는 소리를 가장 낮은 음역대부터 높은 음역대까지 구성해서 적절히 믹스하면서 맞춰 나갔어요.”
 
인터뷰 당시 최태영 대표의 다이얼로그는 지금의 텍스트보다 사실 더 세밀 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 수준에서 풀어내 전달하는 이유는 소리 자체의 목적성과 정체성인 경험이 우선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설명을 하고 거창하게 포장을 해도 소리는 비주얼과 달리 상상의 한계에서 분명 멀리 있습니다. 비주얼은 상상을 통해 그려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리는 온전히 청음이란 단계를 통해 정체를 알 수 밖에 없다로 귀결됩니다. 그래서 아쉬운 면도 있다 합니다. 작품 속 심혈을 기울인 소리의 존재. 정말 알아줬으면 하는 소리의 실체도 정말 많았다고 웃습니다.
 
“‘몸빵이라 하죠(웃음). 몸으로 직접 뛰고 땀을 흘려서 만들어 낸 소리는 더 애착이 가고 알아주셨으면 하는 게 많아요. 한 번은 제가 자전거 타고 출근 하는데 철교 밑을 지날 때 머리 위로 KTX가 지나가더라고요. 그 웅장한 소리가 온 몸을 때려서 이 소리 한 번 꼭 써야겠다싶었죠. 근데 그걸 실제로 쓴 영화가 있어요. 봉 감독 설국열차에서 예카테리나 브릿지를 지날 때의 기차 소리가 나와요. 그게 제가 그 철교 밑에서 마이크 4개로 3시간 동안 따온 소리에요(웃음). 이준익 감독 님은 먼 곳에속 총소리. 실제 총소리에요. 당시 태국 군부의 절대적 지원을 받아 실제로 실탄을 쏴서 얻은 총소리인데, 그때 탄피가 튀어 나오는 소리가 있어요. 그건 실제 탄피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소리인데, 그걸 따 뒀다가 김지운 감독 달콤한 인생에서 활용했죠. 이런 것들 진짜 많아요. 가장 힘들었던 작업은 아마 최종병기 활에 등장하는 곡사장면이죠. 화살이 휘면서 날라가는 소리인데. 그건 진짜 너무 힘들었어요.”
 
라이브톤의 홈 돌비 애트모스 믹싱 스튜디오. 사진=덱스터스튜디오
 
앞서 봉준호 감독과의 작업을 통해 감독의 주관적 생각을 관객들에게 객관적으로 돌려주는 것에 대한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됐단 최태영 대표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영화 음향에 대해 이해를 하기 시작한 것은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간답니다. 사실 최 대표는 사운드를 전공한 음향 전문가이지만 영화 사운드를 위해 이를 공부한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2000년대 초반에는 스스로가 너무 힘들었답니다. 작업의 힘듦이 아니라 사운드를 이해하는 방식의 차이 때문이었답니다.
 
당시만 해도 저도 초짜였죠. 영화의 이해는 하나도 없이 사운드는 사운드다로만 접근했어요. 영화의 미장센이나 연출 의도, 하나도 생각 안했죠(웃음). 저한테는 사운드가 메인 이잖아요. 그러니 영화의 전체 콘셉트와 안 맞는 사운드 디자인이 많이 나왔죠. 한 번 된통 당한 게 김지운 감독 반칙왕때였어요. 굉장히 역동적인 영화라서 제가 너무 신이 나 있었죠. 그렇게 업 된 상태로 작업을 했는데 김 감독님이 제 결과물에 사실상 퇴짜를 놨죠. 당시 김 감독님은 반칙왕을 굉장히 싸늘한 느낌의 코미디로 만들고 싶었는데 제가 디자인한 사운드는 너무 풍성했죠. 제가 잘못한 거죠(웃음).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던 이유. 제가 시나리오를 그때까지도 읽지 않았어요.”
 
그 이후 최 대표는 작품 시나리오를 철저하게 읽고 분석해 영화 전체 콘셉트를 맞춰가며 영화 사운드 엔지니어로서 틀을 깨는 과정에 들어갔답니다. 그 첫 번째 작품이 곽경택 감독의 친구였습니다. 첫 번째 1000만 영화 실미도가 나오기 전까지 국내 영화 사상 최고 흥행작이었습니다. 최태영 대표는 당시를 기억하며 곽경택 감독님이 상당히 좋아하셨던 기억이 난다고 미소를 지었습니다. ‘친구에서도 알아줬으면 하는 사운드 포인트. 당연히 있답니다.
 
좀 끔찍한 장면이긴 한데, 마지막에 한동수(장동건)가 죽는 장면에서 빗소리와 함께 섞인 칼부림 소리가 대략 같은 포인트로 30번 이상이 나와요. 예전 같으면 그걸 같은 톤으로 처리했겠죠. 소리는 당연히 그런 거니. 그런데 시나리오를 읽고 나니 그 장면의 상황과 감정이 보여서 한동수 시점과 관객의 시점으로 나눠서 사운드를 디자인했죠. 같은 칼부림 소리지만 그 장면에선 분명 달라요(웃음). 곽 감독님이 너무 좋아하셨던 기억이 나네요.”
 
최태영 라이브톤 대표. 사진=덱스터스튜디오
 
최태영 대표는 이처럼 영화 관련 사운드 작업을 통해 굳건하고 단단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국내 최고 음향 엔지니어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음향에 대한 산업적 측면으로서 타격이 현격하게 체감되는 변화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극장, 즉 영화관이 퇴색되고 반대로 그 자리를 OTT 플랫폼이 꿰차고 있습니다. 사운드는 영화관에서 최적화로 체험 될 수 있게 구성되고 디자인된 결과물입니다. 하지만 이 결과물이 OTT로 옮겨졌을 때의 허탈감은 분명 존재한답니다. 그럼에도 반대로 OTT의 존재감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단언했습니다. 사운드의 역할, 즉 기술의 가치를 존중하는 시각은 분명 배우고 우리 역시 받아 들여야 할 지점이라 했습니다.
 
포맷의 차이인데, 쉽게 말하면 이런 거죠. 수십 개의 스피커로 구현되는 사운드가 노트북이나 핸드폰으로 갈 경우 체감이 되냐. 당연히 안되죠. 그럼에도 시장에선 이미 OTT가 대세잖아요. 그럼 그 안에서 돌파구를 찾아야죠. 이 부분에서 제가 쓴소리를 하자면, 국내 한 OTT는 사운드 믹싱을 저한테 의뢰하면서 채널이 좌우로만 분리되는 스테레오를 얘기하더라고요. 그에 반해 넷플릭스는 5.1채널에 돌비 애트모스 얘기까지 나오고 있어요. 아무리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 시장을 잠식한다 해도 기술의 가치를 아는 거에요. 이건 정말 다른 지점입니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를 휩쓴 오징어 게임가치도 거기서 나오는 거 아닐까요. 넷플릭스가 먼저 저한테 사운드 아카이빙을 제안할 정도입니다. 지금 만들어지는 높은 품질의 사운드로 10년이고 20년이고 두고두고 사용하고 쓸 수 있는 소스들을 만들어 놓는 거죠. 이건 엄청난 자산입니다. 이런 방식들을 국내에서도 분명 시작해야 한다고 봅니다. 반드시 필요합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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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