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하경방)'상극저하저' 국면…"정부 재정 지출 필요하다"
"반도체 수요 늘면서 상반기보는 다소 나아질 전망"
"대중 수출, 반도체 의존도 낮추는 수출 대책 긍정적"
"정부 지출 늘려야…'세수 펑크' 대책 아예 빠져"
입력 : 2023-07-05 05:00:00 수정 : 2023-07-05 05:00:00
 
 
[뉴스토마토 주혜린·김유진·조용훈·정해훈 기자] '상저하고(상반기 낮고 하반기 높음)'를 강조했던 정부가 해외기관보다 더 낮은 성장률로 하향조정하면서 사실상 '상극저하저(상반기 낮고 하반기 높음)'라는 견해가 나옵니다.
 
특히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없이 경기 대응이 어렵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반응입니다. 또 올해 '세수 펑크'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세수에 대한 대책이 빠졌다는 지적입니다.
 
4일 <뉴스토마토>가 경제전문가 6인을 대상으로 정부의 '2023 하반기 경제방향'에 대해 문의한 결과, 글로벌 경기가 완만한 속도로 회복되는 과정에서 수출·투자에 중점을 두는 것은 적절하다며 '긍적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없이 경기 대응을 할 수 있을지에는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상반기는 이미 다 지나갔고, 연간성장률을 여러 기관들이 다 비슷하게 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상저하고 전망이 많다는 의미"라며 "반도체는 이미 감산도 시작해 그 영향이 퍼지면 하반기는 좀 나아질 것으로 본다. 대내 불안 요인은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금융시장 불안이 나타나던지, 소비력 줄어드는 정도일 것 같다"고 내다봤습니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2023년 상반기 예상하지 못했던 경제 하방 압력들이 추가적으로 작용하면서 하향 조정된 거라고 볼 수 있다"며 "반도체 수요가 하반기에는 조금 늘어나면서 상반기만큼 가혹한 수출 성과를 계속 유지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하반기는 상반기보다는 다소 나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교수는 "글로벌 경기에 사이클이 매우 더디지만 어쨌든 상승 국면, 회복 국면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우리 한국 경제에도 다소 긍정적인 면들이 나타나는 것이지 경기 부양책 때문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했습니다.
 
또 "경제 정책이 맞지 않다고 하더라도 경기가 완만히 회복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상저하저'인데 상반기가 극단적인 저니까 '상극저하저'가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에너지 가격 내려가면서 물가 안정되면 하반기에는 더 좋아질 것 같다. 그러면 정부가 이런 저런 정책을 할 여유가 생길 것 같다"면서도 "추경 여력은 없다. 정부가 부양책하는건 현실적이지 않고, 에너지 가격 안정됐으니 수출이 늘어나서 회복이 되는 쪽을 택하는 게 맞다"고 조언했습니다.
 
석병훈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부교수는 "수출 투자 촉진 정책은 나름 만족스럽다. 기본적으로 반도체 이외에 스마트팜, 방산, 원전 등 이런 수출 동력 분야를 갖다가 육성을 하고 대중 수출 의존도, 반도체 의존도를 낮추는 게 관건"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반도체 이외에 수출 품목을 지원하고 중국 이외에 10대 수출 유망국을 대상으로 무역사절단을 파견한다든지 수출 다변화 성공한 기업을 대상으로 금융 지원하는 등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든지, 이런 식은 상당히 바람직한 방향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세수 펑크 우려가 지금 크다.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봐도 41조 가까이 세수가 펑크가 날 것으로 보이는데 세수 펑크에 대한 대책이 거의 빠져 있다"며 "기존 얘기했던 세계 잉여금 기금 등 여유 재원 활용이나 심지어 불용까지 합쳐봤자 15조원 밖에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다. 세수 펑크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한주 가천대 석좌교수는 "상저하고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지출을 늘려줘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 정부가 취하고 있는 방향은 오히려 긴축 정책이다"며 "기업이 코로나 이전이나 코로나 때에 비해 경기가 조금 나아졌지만 어디 투자하거나 이럴만한 여력이 없다. 여력이 있다 하더라도 좀 불안전한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순수출 부분도 안 좋고, 투자 수요도 안 좋으니 정부 지출이 이걸 커버해줘야 되는데 긴축 정책을 쓰고 있으니 총 수요가 안 늘어나는 것"이라며 "분기별 성장률이 여전히 안 좋고 턴 어라운드가 안 되고 있다. 순수출도 계속 적자고 정부의 결단이 필요한 부분이다"고 조언했습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부 여유 재원을 활용할 수 있는 여지는 있지만, 여전히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정부의 재정 지출, 사회 투자를 필요로 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며 "그 부분에 대한 적극적인 재정 지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존에 정부가 강조해 왔던 재정 건전성과 감세 기조에 대해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강 교수는 "세수 부족의 문제도 올해보다는 내년이 더 심각할 수 있다. 2022년 대규모 부자 감세 정책을 취했고 올해 소득, 자산을 대상으로 적용했을 때 내년도 세수 부족 문제가 심각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국가채무의 증가 폭도 커질 수 있는데 그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책의 방향 선회도 모색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가용한 재원을 활용해 경기 회복을 확실히 뒷받침한다는 복안인데,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없이 경기 대응을 할 수 있을지에는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사진은 컨테이너 가득 찬 부산항. (사진=뉴시스)
 
세종=주혜린·김유진·조용훈·정해훈 기자 joojoos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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