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첫 교역부터 '마이너스'…경기 저점 '아리송'·내년 '반등 기회'
수출 10개월 연속 마이너스 우려…무역적자 14억달러
7월 업황 PSI 제조업(99)·내수(95)도 기준치 하회
"반도체 부진과 중국 변수 여전…낙관적 전망 경계"
입력 : 2023-07-23 11:00:00 수정 : 2023-07-23 11:00:00
 
 
 
[뉴스토마토 주혜린·김유진·조용훈 기자] 하반기 경기가 좀처럼 회복의 기색이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하반기 첫 출발을 알리는 7월 중순 수출이 두 자릿수 감소 흐름을 보이는 등 반등 시점에 대한 물음표가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하반기 기대감을 갖은 기업들의 경기 전망도 밝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3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산업경기 전문가 서베이 지수(PSI)' 결과에 따르면 7월 제조업황 현황 PSI는 99를 기록하는 등 기준점인 100을 하회했습니다. 전월 대비 3개월만에 하락 전환하면서 부정적 시그널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PSI는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국내 주요 업종별 경기 판단·전망을 설문 조사, 정량화한 결과입니다. 100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울수록 전월 대비 개선된다는 의견이 많다는 것을 뜻합니다. 반대로 0으로 갈수록 악화한다는 의견이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반기 회복 기대감과 달리 첫 출발 '흐림'
 
7월 내수는 95, 생산도 96을 기록하는 등 기준점인 100을 하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출은 104로 소폭 오른 기대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투자는 95으로 7개월만에 하락세를 기록했습니다.
 
업종 유형별로 보면 기계부문(99)에서는 4개월 만에 100을 다시 하회했습니다. 소재부문(98)에서도 전월(98)에 이어 2개월 연속 100을 하회했습니다. 세부 업종별 PSI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가전, 조선 등에서 100을 상회했습니다. 휴대폰, 기계, 섬유 등 업종들은 100을 하회했습니다. 
 
7월 1∼20일 수출입 현황도 좋지 않습니다. 7월 중순까지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12억33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2% 급감했습니다. 
 
수출은 작년 10월부터 지난달까지 9개월째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는 2018년 12월∼2020년 1월 이후 가장 긴 감소세입니다. 이달에도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수출 감소세는 10개월째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은 1년 전보다 35.4% 줄었습니다. 반도체 수출 감소는 월간 기준 지난달까지 11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중국 수출은 21.2% 줄었습니다. 대중 수출의 감소세는 지난달까지 13개월째 지속되고 있습니다.
 
23일 <뉴스토마토>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하반기 경기 전망에 대해 문의한 결과, 반도체 및 대중국 수출 부진이 지속되면서 경기 반등을 기대하기는 시기상조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수출 불확실성 '여전'…"내년에나 반등의 기회"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7월호'를 통해 내놓은 정부의 경기 진단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진단보다 더 암울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KDI는 지난 9일 "최근 우리 경제는 제조업 부진이 일부 완화되며 경기 저점을 지나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판단은 중국 지표들이 예상보다 지지부진한 모습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우리 수출에 도움이 되려면 중국 제조업과 산업생산 수출이 살아나야 하는데, 중국 내 높은 제조업 재고를 털어낼 때까지 제약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승한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중국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효과가 굉장히 제약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수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기 때문에 좀 더 상황을 지켜보고 경기 저점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 경제 안 좋은게 수출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이다. 중국 시장이 살아나야 반도체 경기도 좋아질텐데 예전처럼 대중 수출이 늘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와 중국 간 관계 문제도 있고 중국 경제 침체도 생각보다 오래 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습니다.
 
강 교수는 "경기가 좋아진다는게 상반기에 비해 나아진다는 건데, 1%대 성장을 가지고 회복됐다고 보는 건 아니다"며 "하반기에도 정상적으로 회복되진 않을 듯 싶다. 내년은 돼야 회복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습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 경기도 그렇고 반도체 수출도 여전히 부진하다"며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지만 생각보다 가시화 되고 있지 않다. 자동차 특수도 이제 좀 사라지게 되면서 수출 증가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양 교수는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고금리 상황으로 전환이 되고 아직 연착륙이 되지 않은 상태이다. 반등을 기대하기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면서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내년에나 반등의 기회를 엿볼 수 있지 않겠느냐 생각이 든다.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여러가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습니다.
 
석병훈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부교수는 "지금 무역 수지가 흑자로 돌아섰지만 대부분이 에너지 수입의 감소가 가장 큰 요인이었다. 자동차가 효자였는데 그것도 엔저가 지속됨에 따라서 일본하고 경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반도체도 4분기는 돼야 수출이 늘어날 걸로 보여 수출이 하반기에 크게 반등하기 쉽지 않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대중 수출 의존도하고 반도체 의존도를 낮추는 게 관건이다"며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반도체 이외에 수출 품목을 지원하고 중국 이외에 10대 수출 유망국을 대상으로 무역사절단을 파견한다고 발표했다. 수출 다변화에 성공한 기업을 대상으로 금융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고 조언했습니다.
 
23일 <뉴스토마토>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하반기 경기 전망에 대해 문의한 결과, 반도체 및 대중국 수출 부진이 지속되면서 경기 반등을 기대하기는 시기상조라고 진단했습니다. 사진은 컨테이너 쌓여가는 부산항. (사진=뉴시스)
 
세종=주혜린·김유진·조용훈 기자 joojoos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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