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 무방비 '입문마약'
입력 : 2023-10-25 06:00:00 수정 : 2023-10-25 06:00:00
뉴욕 맨해튼 거리를 걷다보면 특이한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타임스스퀘어나 소호 등 대표적인 관광지에서 지독한 연기 냄새가 풍기는데요. 냄새의 근원지를 쫒다보면 마리화나(대마)를 피는 미국인들입니다. 어찌나 냄새가 독한지 사람들이 우글거릴수록, 저녁과 밤이 될수록 냄새는 찐해집니다. 이는 뉴욕주가 기호용 대마초를 합법화 했기 때문인데요. 판매와 소유가 합법화되다 보니 맨해튼 곳곳에서 대마초 사용이 밤낮없이 이뤄지고 길거리에서 당당하게 피우는 일상이 된 겁니다.
 
미국 50개주 중에서 21개주가 기호용 대마초를 합법화 했습니다. 대마초를 양성화해 세금을 걷어보겠다는 목적이었습니다. 작년 말 뉴욕 최초로 맨해튼 브로드웨이에 기호용 마리화나 판매점을 열자 수많은 시민들이 새벽부터 몰려 3시간만에 마리화나가 동났다고 합니다. 마리화나는 다른 마약에 비해 사회적 해악이 덜할 뿐 아니라 더 심각한 다른 마약 수요를 억제할 수 있다는 논리로 합법화 한겁니다.
 
문제는 대마초가 중독성이 낮다고 하지만 필로폰 등 중독성이 강한 마약으로 입문하는 게이트웨이(입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 대마는 외국 유학생 시절 해외에서 피우다 국내로 밀반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태국 방콕 시내의 대마초 판매점에는 '대마초 판매'라는 한글 문구가 써진 현수막이 걸려있습니다. 태국의 한 클럽에서 이용객 중 절반 가까운 인원이 마약 양성 반응을 보여 무더기 체포됐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대학가에서는 액상 대마 판매를 광고하는 명함형 전단지를 배포하는 등 마약광고물이 버젓이 등장합니다. 또 해외여행이 늘면서 인천공항을 통한 여행자의 마약 밀수도 급증했습니다.
 
최근에는 배우 이선균씨의 마약의혹이 터졌습니다. 유아인은 마약 상습투약 혐의로 지난 19일 재판에 넘겨지는 등 유명인들의 마약 사건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마약사건 증가가 연예인과 유명인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대검찰청의 마약류 월간동향을 보면 올 1월부터 8월까지 국내에서 마약류 사범으로 단속된 사람이 1년 전보다 48.7% 증가한 총 1만8187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작년 한해 전체 단속 인원이 1만8359명에 이미 육박합니다. 이렇게되면 올해 처음으로 2만명을 넘길 가능성이 확실시 됩니다. 
 
특히 미디어에 영향을 받는 10대 마약사범 수가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10대 청소년 마약 사범도 올해 8월까지 875명으로 작년 481명에 비해 두 배 수준으로 늘었습니다. SNS 등을 이용해 교묘하게 발전하는 마약 유통망과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가격 영향입니다. 연예인들의 잇따른 마약 소식과 솜방망이 처벌도 영향을 끼쳤겠죠. 무엇보다 마약입문 역할을 하는 대마 흡연 비율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주시해야 합니다. 합법화된 외국에서의 밀반입으로 인해 일반인이 접하기 쉽다는 점 때문입니다. 대마의 위험성을 간과하지 않도록 처벌도 강하게 이뤄지고, '예방·단속·중독·재활'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김하늬 콘텐츠·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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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하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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