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급발진 논란)③소비자 입증 언제까지…제조물 책임법 개정 '답보'
'도현이법' 개정 청원…6일만에 동의 5만건
전문가 "자동차 결함 밝히기 현실적으로 불가"
국회 정무위 입법 논의…공정위 '반대'
입력 : 2023-10-26 14:26:13 수정 : 2023-10-26 19:33:44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도현군이 타고 있던 차량에서 급발진 의심 현상이 일어나 큰 사고로 이어져 도현군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차량 급발진 사고가 의심되고 있지만, 차량을 구매한 소비자가 사고에 대한 경위를 입증 해야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에서 '도현이법'(제조물 책임법 일부법률개정안)이 논의 중이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입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 일명 '도현이 법'은 지난해 급발진 의심 사고로 희생된 12살 이도현 군의 사망을 계기로, 자동차 제조사가 더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하도록 발의된 법안입니다.
 
당시 사고 직후 도현이 유가족은 차량 전문가를 찾아 급발진이 의심된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를 증명할 방법이 없어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도현군의 부친은 지난 2월 제조사가 결함이 없음을 입증하도록 하는 법 개정 청원을 냈습니다. 이후 6일만에 국민 동의 요건 5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에서 전기택시가 신호등을 들이받는 '급발진' 의심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택시기사가 골절상 등 부상을 당했다. (사진=뉴시스)
 
급발진 사고 책임 피해자가 입증 
 
현행법상 자동차 급발진 사고의 책임은 원칙적으로 피해자가 기계 결함을 입증하고, 자동차 제조업체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자동차 급발진이 의심되는 교통사고 발생시 자동차의 결함과 사고발생 간의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것은 전문지식이 필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규명은 자동차제조사가 보유하고 있는 핵심 정보를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비전문가인 소비자가 첨단 기술이 집적된 자동차 결함을 밝히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합니다.
 
실제 국내에서 자동차 결함 의심으로 제기된 소송에서 기업이 패소한 사례는 단 한번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심에서 자동차의 결함이 인정되더라도 2심이나 3심에서 뒤집히기 마련입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 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자동차 급발진 사고 발생 이후에 운전자가 모든 사항을 뒤집어쓴다"며 "병원에서 수술을 잘못한 원인을 피해자 가족이 밝혀야 하는 구조와 같다. 승소는 아예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의를 들으며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 영상을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시스)
 
정무위, 차 급발진 입증 전환 입법 논의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6월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과 박용진·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을 심사했습니다.
 
현행 제조물 책임법은 피해자가 제조물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자신에게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해당 제조물에 결함이 있었고, 그로 인해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 2017년 개정에 따른 것입니다.
 
하지만 박용진 의원은 개정안에서 자동차와 같은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는 제조물의 결함을 피해자가 증명하는 것이 불가능 하다는 이유로 제조사에 입증 책임을 묻도록했습니다. 허영 의원 법안은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법원의 자료제출명령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정우택 의원 발의 법안은 해외에서 생산된 차량의 경우 제조사와 수입사가 공동으로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하고, 피해자가 차량 결함으로 손해가 발생했다고 추정할 수 있는 영상자료, 기록물 등을 법원에 제출하는 경우에는 입증 책임이 제조사로 넘어가도록 하고 있습니다. 
 
세 법안 모두 급발진 사고가 발생하면서 사고원인을 의무적으로 조사하게 하고, 손해 배상책임에 대한 입증책임을 소비자가 아닌 자동차 제조업자에게 돌리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세종 청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공정위, 제조업 책임 산업계 영향에 '반대' 입장
 
현재 정무위원회에 법안이 상정되고 여야 의원들이 5차례에 걸쳐서 대표 발의도 한 상태입니다. 이후 소관위에서 두 차례 회의가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이유로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실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영업비밀 유출이 우려되며 소송남발이 우려된다"는 의견을 냈고,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또한 "소비자 입증책임 완화는 불필요한 분쟁과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자동차 사고 관련 소송의 남발로 인한 기업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했습니다.
 
다만 자료제출명령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긍정적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행 법·제도의 문제점, 해외 입법 사례, 바람직한 입증 책임 분배 방안, 제조물 범위 확대 필요성, 결함 추정 규정의 개선 필요성" 등을 검토하는 제조물 책임법 운용 실태조사에 관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고 밝혔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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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진수

앞만 보고 정론직필의 자세로 취재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