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재명, 김부겸에 '공동선대위원장' 제안
'영남' 김부겸-'호남' 정세균-'수도권' 이재명 '3각편대' 구상
입력 : 2023-12-26 12:34:11 수정 : 2023-12-26 18:19:48
[뉴스토마토 최신형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김부겸 전 국무총리에게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할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내 비주류 일각의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요구에 '통합 선거대책위원회'로 맞서겠다는 구상입니다. 이 대표는 먼저 김부겸 전 총리에게 손을 내밀었으며, 오는 28일 정세균 전 총리에게도 같은 제안을 던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 경우 수도권(이재명)-영남(김부겸)-호남(정세균) 3각 편대가 꾸려집니다.

이재명(왼쪽) 민주당 대표,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지난 20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대표의 통합 선대위 구상에 이낙연 전 총리는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문재인정부 3총리 연대 고리를 처음부터 끊어, 자신의 당대표 사퇴를 주장하는 이 전 총리를 고립시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물론 이 전 총리의 신당 창당 명분을 희석시키기 위해 이 전 총리에게도 같은 뜻을 내비칠 수도 있지만, 현실 가능성은 떨어진다는 게 이 대표 주위 얘기입니다. 이 전 총리와의 만남 여부도 현재로서는 불투명합니다. 이 전 총리가 실현 불가능한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게 이 대표 측 반론입니다. 
  
통합 비대위? 통합 선대위!…이낙연은 '배제'
 
2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 대표는 지난 20일 서울 중구 모처에서 김 전 총리와 1시간30분가량 오찬 회동을 갖고 공동 선대위원장 직을 제안했습니다. 김 전 총리는 확답은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김 전 총리와 가까운 한 인사는 "이 대표가 김 전 총리에게 공동 선대위원장을 제안한 것으로 안다"면서 "(김 전 총리는)그 자리에서 확답은 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다만, 해당 인사는 "김 전 총리가 이번 총선에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는 강하다"고 귀띔했습니다. 시기의 문제일 뿐, 구원등판은 상수라는 뜻입니다. 
 
이 대표 측도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이 대표의 핵심 측근인 김영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은 김 전 총리 측에 "두세 번은 더 만나야 하지 않겠느냐"며 삼고초려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다른 이 대표 측 관계자도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이 이 대표 뜻"이라면서 "(힘을 모아야 할 대상에)당연히 김부겸·정세균, 두 전직 총리도 포함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그 연장선에서 공동 선대위 구상이 논의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를 '통합 선대위'로 규정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김대중 탄생 100주년 기념 사업 추진위원회 출범식 및 후원의 날' 행사장에 입장하며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비롯한 민주당 원로인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제는 구원등판 '명분'…이재명, 김부겸 이어 정세균 회동
 
문제는 김부겸·정세균, 두 전직 총리가 재등판할 '명분'입니다. 이 대표의 제안만으로 불쑥 나서기에는 충분한 명분이 확보되지 않습니다. 두 사람은 그간 정치권과 거리를 두며 당내 현안에도 말을 아껴왔습니다. 사실상의 정계 은퇴로까지 비쳐졌습니다. 다만 최근에는 목소리가 직설적으로 변하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중입니다. 두 사람은 지난 24일 서울 모처에서 비공개 조찬 회동을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공천 공정성에 심각한 우려도 표명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동시에 필요하면 이 전 총리도 만나기로 했습니다. 비명계 공천 학살에 대한 경고와 함께 분열을 막는 데 힘을 보태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앞서 김 전 총리는 지난 20일 이 대표와의 회동에서 "(이 전 총리와의 갈등에 대한)수습 방안도 찾아보길 바란다"며 대화에 나설 것을 주문했습니다.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 논란에 대해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다양성과 비례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라며 "기본적 취지는 지켜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실제 김부겸·정세균, 두 전 총리는 이재명 대표 체제의 민주당에 대해 그리 높은 점수를 주고 있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대국민 신뢰를 잃는 등 '정치의 실종'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바라봅니다. 그 결과, 대화와 타협의 합리적 정치가 설 자리를 잃었고 극단적 진영논리만 강화됐습니다. 이는 역설적이게도 거대 양당 중심의 적대적 공생을 낳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는 오는 28일 정 전 총리와 회동합니다. 이 대표는 정 전 총리에게도 공동 선대위원장을 제안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 전 총리 역시 즉답 대신 이 전 총리를 포함한 비명계와 조건 없는 대화를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된 3총리 연대설에 대해서는 김부겸·정세균, 두 사람 모두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못을 박았다고 합니다. 여기에는 이 전 총리와의 감정 문제도 얽혀 있다는 게 주변 인사들의 공통된 전언입니다. 
 
최신형 기자 kjordan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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