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총파업' 대 정부 '면허취소'…밀리지 않는 '맞불'
비수도권 의대 중심 '집중 배정'…4월 '윤곽'
이필수 의협 회장 사의 표명…의료계 투쟁 '현실화'
개원의 비롯 빅5·국립대병원 전공의 파업 '촉각'
'면허취소' 강수…집단휴진 강행 공정위도 조준할 듯
입력 : 2024-02-06 17:42:17 수정 : 2024-02-06 17:42:17
[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19년째 묶여있는 전국 의과대학 입학 정원수가 '2025학년도 2000명' 확대를 계기로 '+알파(α)'의 단계적 증원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의 증원 발표에 따라 내년도 입시에서 전국 40개 의대는 총 5058명의 신입생을 모집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정부와 의사단체 간 갈등은 더욱 심화될 조짐입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 정원 확대 방안 관련 설명회를 열고 "정부는 부족하게나마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고자 한다"며 '2025학년도 2000명 확대'의 의대 증원안을 밝혔습니다.
 
"2000명도 부족"…추가 확대 시사
 
정부 추계에 따르면 2035년에는 의사 1만5000명이 부족합니다. 당초 정부 내에서는 2500명 수준으로 늘리자는 안이 논의됐지만, 의료계 반발 등을 고려해 단계적 확대에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부족하게나마 1만명을 우선 늘리고 고령화 추이, 감염병 상황, 의료기술 발전 동향 등을 토대로 확대 조정한다는 방침입니다.
 
복지부는 이날 교육부에 총정원을 통보하고, 교육부에서는 대학별 증원 수요를 확인·배정합니다. 대학별 증원 규모가 공개되는 명확한 시점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통상 대입 수시모집이 9월 시작하는 것을 고려하면 4월 말까지는 확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늘어나는 의대 입학정원의 대학별 배정은 비수도권 의대를 중심으로 집중 배정한다는 원칙하에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시니어 의사제 등을 통해 의사가 확충되기 전까지 의료 수요 대응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의대 정원에 대한) 주기적인 조정 기준을 도입해 필요하면 늘리고 필요에 따라 감축하기도 하는 제도를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방안 발표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의정협의 4분 파행, 설 직후 '총파업'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하며 '총파업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정부가 의대증원 규모를 발표하기 직전 의협과 가진 마지막 의정협의체도 서로 간의 입장차이만 확인한 채 4분여만에 파행된 바 있습니다.
 
의협은 지난해 12월 실시한 파업 찬반 전회원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즉각적인 집단행동 절차에 돌입할 계획입니다. 파업 시점은 설 연휴 직후가 될 전망입니다.
 
의협 제41대 집행부는 총사퇴하고 설 연휴 이후 임시대의원총회를 소집,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할 방침입니다. 이날 복지부가 의대 증원 규모를 공개한 직후 이필수 의협 회장은 사의까지 표명한 상태입니다.
 
이필수 의협 전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의료진들을 오로지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만 매몰돼 있는 파렴치한 이기주의 집단으로 규정했다"며 "의대 증원에 따른 사회적 비용 증가, 이공계 교육의 질서 붕괴 등 문제가 예상되고 그에 따른 부담과 불편을 오롯이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성토했습니다.
 
이어 "즉각적인 총파업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전공의들도 집단행동에 나설 전망입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전국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1만여명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 정부의 의대 증원 시 파업 등 단체행동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비율이 88.2%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습니다.
 
이른바 '빅5'으로 불리는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 소속 전공의 86.5%가, 국립대병원 17곳의 전공의 84.8%가 단체행동에 참여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대전협은 오는 12일 온라인 임시 대의원회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할 방침입니다
 
상급의료기관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전공의들의 파업은 개원의 파업보다 영향력이 크다고 평가됩니다. 지난 2020년 의료계 집단 파업 당시에도 전공의들이 나서며 의대 증원 논의가 무산된 바 있습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도 기고문을 통해 "모든 정책 패키지는 단지 정치적 이유밖에 없는 의대 증원을 합리화하기 위한 대국민 선동에 불과하다. 무책임한 정책과 의대 증원에 의협과 함께 반대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저지를 위한 행동에 나서겠다"며 투쟁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증원 정부 발표가 예정된 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법과 원칙"…사실상 '면허취소' 거론
 
복지부는 의료계 반발을 우려하면서도 불법 집단행동을 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복지부가 언급한 단호한 조치는 사실상 의사 면허취소를 의미합니다.
 
조규홍 장관은 설명회에서 "정부는 의료계를 존중했기 때문에 다른 이해관계자와는 별도로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28차례 논의한 바 있다"며 "의대정원 확대의 전제조건인 수가 인상, 의료사고 부담 완화, 근무 여건 개선 등도 논의해 지난주 정책 패키지로 발표하기도 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조 장관은 "국민 80% 이상이 찬성하는 의대정원 문제는 보건의료정책심의회의 논의를 거쳐 방안을 확정한 것"이라며 "정부의 일방적 결정이라는 사실은 의사단체의 일방적인 주장이며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11월 의사가 법을 지키지 않아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면허가 취소되도록 의료법이 개정된 바 있습니다. 복지부 장관은 의료인 파업으로 국민 건강에 해를 끼친다고 판단하면 의료법에 따라 업무개시명령을 할 수 있습니다. 집단행동 참가로 의사가 실형을 받을 경우 면허 취소 처분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집단행동에 돌입할 경우 사정기관인 공정당국도 사업자단체 금지혐의로 압박 수위를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의사단체의 총파업 때마다 집단휴진 주도자를 대상으로 고발 조치를 내린 바 있습니다.
 
 
6일 서울 소재 의과대학 앞에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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