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저출생 극복을 원하시나요
입력 : 2024-05-31 06:00:00 수정 : 2024-05-31 06:00:00
저는 아이 둘을 키우는 워킹맘입니다. 오늘 아침에도 초등학교 1학년인 아이를 위해 녹색교통봉사 활동을 마치고 출근했습니다. 이런 저를 보면서 주변에서는 '대단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이게 대단한 건가?'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물론 아이 둘을 키우면서 일까지 병행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어떤 날은 아이를 재우려다 제가 먼저 잠이 들 정도로 심신이 지칠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단 한 순간도 아이를 낳아본 것에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업무 스트레스에 치일 때 아이들 사진 한 번 열어보면서 다시 힘을 낼 수 있을 정도로, 제 삶에서는 소중한 존재들이죠. 
 
그렇지만 주변의 친구, 후배, 동생들에게 선뜻 '아이를 꼭 낳아라'라고 권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서는 물질적인 부담도 해소해야 하지만 아이 보육을 맡아줄 양가 부모님 혹은 시터 이모님, 회사의 배려 등 무형의 지원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와중 최근 눈길을 끄는 기사가 하나 있었습니다. 서울시에서 올해 정·난관 복원 시술비 지원 사업에 1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저출생 해결을 위해 정·난관 복원 시술을 받은 시민 1인당 최대 100만원의 시술비를 지원하겠다는 구상입니다.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아이를 낳고 싶은 부모들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라는데, 정·난관 시술을 받은 사람들 중 아이를 더 낳고 싶은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해당 정책을 내놓은 사람들은 '신박하다'고 좋아했을까요? 아이를 낳고 싶어 고생하고 있는 난임 부부들에게 지원을 강화한다고 했다면 공감이라도 얻었을 겁니다. 조국혁신당은 급기야 "'5세 후니' 같은 발상"이라고 비꼬며 "잘 모르겠거든 차라리 가만히 있길 권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저출생이 사회 문제도 대두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2000년대 이후 출범한 모든 정부는 '저출생 고령화' 해소를 주요 정책 순위에 항상 올려왔고, 지금까지 수조원의 예산도 투입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와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월간 신생아 수는 몇 년째 역대 최저치를 경신 중입니다. 저희 아이들을 통해서도 이 같은 현상은 확인됩니다. 큰 아이가 태어난 2017년 연간 출생아 수가 40만명이 깨졌는데, 둘째가 태어난 2020년에는 30만을 하회했습니다. 단 3년 만에 10만명이나 신생아가 줄어든 겁니다.
 
지난 4·10 총선에서도 저출생과 관련한 공약들은 쏟아져나왔습니다. 출생수당을 지급하겠다, 엄마·아빠의 육아휴직을 의무화시키겠다 등 이런저런 약속이 이어졌지만 귀를 솔깃하게 하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피부에 별로 와닿지도 않고, '과연 진짜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앞섰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만들겠다는 부총리급의 '저출생 대응 기획부'에도 큰 기대가 생기지 않는 것 역시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야는 계속해서 대안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국가정책 전면을 결혼·출산 친화적으로 뜯어고침은 물론, 젊은 세대들이 아이를 낳고 키우고 싶다는 마음이 들 수 있도록 사회·문화적 환경도 개선해야 합니다. 매우 어려운 길이겠지만 누군가는 지고 가야 할 십자가입니다. 새출발을 알린 22대 국회가 그 일을 자처하길 바랍니다.
 
김진양 정치팀장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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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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