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위험한' 거래…반서방 연대 '노골화'
북·러 정상, 24년 만에 평양서 정상회담
김정은 "우크라전 지지"…푸틴 "지지 감사"
입력 : 2024-06-19 17:54:17 수정 : 2024-06-19 18:52:47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포괄적 전략동반자 협정'을 체결하며 양국 관계를 '준동맹' 수준으로 격상했습니다. 서방의 경제 제재라는 공통의 어려움과 군사·경제 협력의 필요성을 공유한 양국이 '반서방 연대'의 공동 전선을 구축한 겁니다. 이들은 미국 주도의 일극 체제를 허물고 다극화된 세계를 건설하려는 시도를 이어갈 전망입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19일 새벽 북한 평양의 순안국제공항에 도착해 영접 나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공항 밖으로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러, 미국 주도 '일극 체제' 흔들기
 
러시아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두 정상은 19일 평양 금수산영빈관에서 약 90분 동안 회담을 진행하고, 약 2시간에 걸친 일대일 회담을 이어갔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시작하며 "우크라이나 정책을 포함해 러시아 정책에 대한 북한의 일관되고 흔들리지 않는 지지를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그는 "러시아는 수십 년간 미국과 그 위성국들의 패권 및 제국주의 정책에 맞서 싸우고 있다"며 "양국 간 상호작용은 평등의 원칙과 호혜에 대한 상호 존중을 기반으로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장도 "북한은 러시아의 모든 정책을 무조건 지지할 것"이라며 "지금 세계 정세는 더욱 복잡해지고 급변하고 있어, 세계의 전략적 안정과 균형을 유지하는 데에 강한 러시아의 사명과 역할이 중요하다"고 화답했습니다.
 
양국이 정상회담 직전 '반서방 연대' 구축에 뜻을 모은 건데요.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푸틴 대통령의 평양 도착 사실을 전하며 "친선 관계가 국제적 정의와 평화, 안전을 수호하고 다극화된 새 세계 건설을 추동하는 강력한 전략적 보루로, 견인기로 부상되고 있는 중대한 시기"라는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도 "통상적으로는 상대 국가를 향한 이야기여야 하는데 대미 메시지가 많았다"고 평가했습니다.
 
북러가 미국 주도의 일극 체제를 벗어나, 다극화되는 세계 질서에 북한과 러시아가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건데요. 실제로 러시아는 서방 주도의 일극 체제에 반대하며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를 통한 다극화 세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양국은 또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반서방 연대'에 대한 당위성을 주장했는데요. 실제로 러시아 내부에서도 이번 회담은 한미일의 밀착에 대한 반대급부 차원이라는 해설을 내놨습니다. 
 
러시아 과학원의 콘스탄틴 아스몰로프 선임연구원을 인용한 <타스> 통신은 "워싱턴-도쿄-서울의 삼각 관계는 아시아판 나토(NATO)를 향해 가고 있다"며 "모스크바와 평양 사이의 두렵고 내밀한 협력은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사실상 러시아 정부의 의도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됩니다. 
 
특히 두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포괄적 전략동반자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러시아 현지에서는 이를 놓고 '공식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관계'라고 설명하며 북·러 관계 격상을 알렸습니다.
 
북·러 초밀착에…고조되는 한반도 위기
 
'포괄적 전략동반자 협정'은 양국이 2000년 체결한 '선린·우호' 관계에서 상당한 수준으로 격상되는 것으로, 유사 시 군사 개입이 가능한 동맹 관계 직전 단계입니다. 결과적으로 양국의 군사적 협력 수준을 한층 높인 겁니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은 지난 17일 이번 협정에 대해 "세계와 지역의 지정학적 상황의 심오한 진화와 최근 양국 관계에서 발생한 질적 변화에 의해 조건화됐다"며 "그것은 자연스럽게 국제법의 모든 기본 원칙을 준수할 것이며, 어떠한 대립적인 성격도 갖지 않을 것이고, 어떤 나라에 대해서도 겨냥하지 않을 것이며, 동북아 지역의 더 큰 안정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또 이날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 차관은 푸틴 대통령의 방북 중에 서방 국가를 겨냥할 러시아산 장거리 미사일을 다른 나라에 배치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했는데요.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에 따라 금지된 북한 미사일, 핵 프로그램을 지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북한 평양의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 참석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이날 두 정상의 만남은 푸틴 대통령의 '지각'으로 시작됐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당초 18일 저녁 시간에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지만 '지각 대장'으로 불리는 그는 예정보다 늦은 시간에 출국해 19일 새벽에서야 북한에 도착했습니다. 24시간도 채 되지 않을 것으로 보였던 1박 2일의 일정이 당일치기로 변경됐으며, 늦은 시간이었던 만큼 북한의 대규모 환영행사는 없었습니다.
 
대신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활주로에서 푸틴 대통령을 맞았습니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을 러시아제 최고급 리무진인 아우르스로 인도했고, 서로 먼저 타라고 양보하는 몸짓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공식 일정 시작에는 김 위원장이 김일성광장에서 성대한 환영식을 열었습니다. 10만명 수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김일성광장에는 환영 인파로 가득 찼으며, '조·로(북·러)친선' 문구를 단 애드벌룬도 등장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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