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24년만 방북 초읽기…3대 관전 포인트
무기거래로 밀착한 북·러…'혈맹관계' 복원에 촉각
북·러 연대에 한 발 떨어진 중국…"상황 예의주시"
입력 : 2024-06-14 16:39:42 수정 : 2024-06-14 18:12:05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24년 만에 이뤄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이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남북 대치가 격화한 상황에서 방북하는 만큼 북·러 정상회담의 여파에 이목이 집중되는데요. 푸틴 대통령 방북의 관전 포인트는 북·러 사이의 우호조약 개정 가능성, 그간의 무기거래에 따른 러시아의 보상, 중국의 입장 등이 될 전망입니다.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13일(현지시각)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하면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①북·러 우호조약 개정
 
14일 대통령실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푸틴 대통령의 방북은 오는 18∼19일께 이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러시아 사전협상단을 태운 러시아 대형 항공기는 지난 13일 평안 순안공항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국 정상들이 북한을 방문할 때 묵었던 평양 백화원 영빈관 입구 주변에도 붉은색 형태가 새롭게 확인되는 등 푸틴 대통령 준비 모습이 속속 포착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13일 북·러 정상회담 이후 9개월 만이기도 한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은 양국의 군사협력을 강화시킬 것으로 관측되는데요. 
 
일각에서는 1961년 옛 소련과 북한이 체결했던 '조·소 우호 협조 및 상호원조에 관한 조약'(조·소 우호조약)의 정신을 계승하는 조약이 체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합니다. 
 
당시 조·소 우호조약의 핵심은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의 자동 군사개입이었는데요. 하지만 1996년 폐기됐다가 2000년에 군사 분야를 제외한 채 경제·과학·기술 분야 협력에 대한 조약만 체결해 냉전 시절의 '혈맹'보다는 '일반적 관계'에 머물러 왔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러가 밀착하면서 양국은 협력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는데요. 문화·경제 협력뿐 아니라 군사협력과 관련한 새로운 수준의 조약이 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북·러 사이의 관계가 한·미 동맹 수준까지 올라오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면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군사 분야 협력을 좀 더 긴밀하게 논의하고 교류를 시작할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러 사이의 무기 체계 공동 개발 등 군사협력 밀착에 대해 합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②무기거래 대가
 
북한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한 북한의 재래식 무기 제공에 대해 부인하고 있지만 국제 사회는 양국의 무기 거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습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 1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21회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연설에서 러시아를 향해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위반하는 (북한) 정권으로부터 무기 지원을 받고 있다"고 직격하며 "북한은 무기 거래의 대가로 받은 자금과 기술을 활용해 군사력 강화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꼬집었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이 불러온 북·러 간 군사협력은 불법적인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해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킬 뿐 아니라 유럽의 전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찰스 브라운 미 합동참모의장도 지난달 22일 미 '애틀랜틱 가운슬'이 주최한 대담에서 "러시아가 방위 산업 기반을 확대했다"며 "북한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동시에 러시아는 기술을 전수해 관계를 강화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양국은 지난해 북·러 정상회담에서 공개적으로 양국 우주기술 개발 협력 논의를 언급한 바 있는데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북한의 무기 제공의 대가로 러시아는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필요한 신형 엔진 기술 등을 이전하고 정유를 공급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일각에선 이번 정상회담이 군사기술 이전보다는 경제 교류 협력에 방점이 찍힐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통화에서 "북·러 정상회담이 9개월이 지났음에도 북한이 얼마 전 2차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실패한 걸 보면, 군사 기술 전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며 "미국의 압박을 자초할 군사협력보다는 무기 거래에 대한 대가로 먹고사는 문제인 물적 자원과 에너지 자원 등에 대한 협력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16일 중국 베이징의 베이징 국가대극원에서 열린 중러 수교 75주년 기념 음악회와 중러 문화의 해 기념식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③거리두기 나선 중국
 
지난해 북·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러시아는 중·러 연합군사훈련에 북한의 참여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한국·미국·일본의 밀착에 대응해 '북·중·러' 3각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계산이었는데, 중국은 북한과 러시아에 대한 각각의 협력을 강조하며 사실상 거절했습니다. 
 
러시아의 '북·중·러' 묶기 행보에 일정 부분 거리를 둔 건데, 이는 중국이 미국과 대립하면서도 상황 관리를 병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중·러 정상회담 당시에도 양국은 중러 양자관계 협력에 집중하고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원론적 수준의 입장만 표명했습니다.
 
정 장관은 "북·러 관계가 밀착되면 북한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강화되고, 그 파급효과는 중국으로 밀려들어 갈 수밖에 없다"며 "중국은 북·러 사이의 밀착을 예의주시하며 거리두기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유력한 18~19일 사이 한·중은 9년 만에 서울에서 외교안보대화를 열 예정인데요. 이때 우리 정부는 한·중 관계 개선 메시지와 함께 대북압박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북·중·러 연대에서 약한 고리인 중국을 활용하는 셈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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