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전략사령부 창설, 어떻게 볼 것인가
입력 : 2024-05-24 06:00:00 수정 : 2024-06-04 16:24:52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로 선정되어 추진되던 전략사령부 창설이 가시권에 들어섰다. 4월 28일 자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전략사령부의 초대 사령관에 공군 3성 장군이 이미 내정되었으며, 올 하반기에 관악구 남태령에 위치한 수도방위사령부에 창설될 계획이라고 한다. 북한의 고도화되는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군이 보유한 전략자산을 통합적으로 지휘·운용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이다. 2022년 7월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에 보고된 바와 같이 북핵 위협 대비 구축된 한국형 3축 체계(Kill-chain, KAMD, KMPR)를 총괄하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신설 전략사가 통제하는 주요 자산으로는 육군의 현무 계열 탄도미사일, 공군의 F-35 스텔스 전투기, 3천t급 잠수함 등이 거론되어 왔다. 한마디로 한국군이 보유한 재래식 전력 중 첨단 high급 무기체계를 통합적으로 운용하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략사령부 창설은 그동안 군내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예민하고 중대한 이슈다.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에도 포함되었지만, 오랜 검토 끝에 접었던 바가 있다. 그만큼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가 강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전략사 창설이 무엇이길래, 한편에서는 국정과제에 포함시켜 창설을 추진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강한 우려가 제기되었던 것일까? 창설 필요성을 강조하는 측에서는 현 연합사 중심 전쟁 수행 체계의 한계를 지적한다. 연합사는 한미의 재래식 전력만을 지휘하는 기구인데, 장차 한반도에서 벌어질 무력 충돌은 핵/재래식 전쟁이 융합되는 양상을 띨 것이기 때문이다. 즉, 한반도에서 핵전쟁 위험이 고조되거나 현실화되면 한미연합사가 아니라 미국의 전략사령부나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주요 사령부로서 등장하게 될 텐데, 이렇게 되면 한국군은 연합사에 대부분의 전력이 묶인 채 전쟁 수행의 주도권을 상실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상, 해상, 공중은 물론 우주, 사이버, 인지 영역까지 확장되는 미래 전쟁 양상을 고려할 때 통합적, 다영역 작전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되고 있다. 그래야만 북핵 위협은 물론 주변국의 잠재적 위협에도 대응할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전략사 창설에 우려를 제기하는 측에서는 전략사의 역할과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며, 옥상옥 구조로 지휘통제의 혼선만을 초래할 뿐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원래 전략사는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가 운용하는 군사 조직이다. 핵무기는 재래식 무기와 근본적으로 다르므로 기존 작전 조직과 구분하여 별도의 임무를 부여하고 지휘관계를 설정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핵무기를 통상 장군의 무기가 아니라 정치인의 무기라고 일컫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비핵 국가인 대한민국이 사령부를 하나 더 만든다고 해서 핵무기에 버금가는 전략적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 비판론자들의 생각이다. 더욱이 좁은 한반도 전장 환경에선 일원화된 지휘체계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새로운 작전사급 사령부를 만들 경우 기존의 최적화된 한미 연합의 전투 수행 체계에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또한 기존 육, 해, 공군 작전사급 부대로부터 과도하게 전력이 차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잠재적 문제를 최소화하고 기대하던 효과를 거두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전략사령부의 역할과 임무를 올바로 설정하는 일이다. 전략사는 ‘전투’가 아니라 ‘전략’ 임무를 수행해야 하며, 전략 임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북한의 핵 사용을 억제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함을 뜻한다. 미국을 비롯한 핵 국가들의 전략사령부는 재래식 전쟁이 발발할 경우 바로 작전에 투입되지는 않는다. 그 존재 자체로 전략적 억제 효과를 발휘하며, 핵 사용 결심이 이루어진 이후에도 재래식 작전사령부와는 다르게 통수권 차원에서 운용된다. 한국의 전략사도 창설될 경우 그 자산을 재래식 전쟁의 와중에 바로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억제할 수 있는 ‘전쟁 중의 억제(intra-war deterrence)’ 기제로 운용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고위력 현무 미사일 등의 전략사 자산은 전쟁 초기 연합 작전 계획 실행에 사용되지 않고, 북한의 핵 사용을 억제하는 압도적 응징 보복 수단으로 예비함으로써 북한의 계산식에 영향을 미치는 전략 커뮤니케이션 용도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비록 재래식 자산이지만, 위력이 크기 때문에 북한 지도부를 두렵게 하는 억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전략사가 통제하는 자산은 3축 체계 중에서도 대량응징보복(KMPR) 수단인 고위력 미사일 전력 등으로 좁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킬체인, 미사일 방어 등은 기존 한미 연합작계 수행 체계 내에서 작전적으로 수행하면 되고 전략사가 굳이 통제할 필요가 없다. 또한 공군의 최첨단 전투기, 해군의 신형 잠수함 등도 재래식 전쟁 와중에 연합사령관이 일원적으로 지휘할 필요가 있는 주요 전투자산들이다. 이런 무기들까지 전략사가 통제하게 되면 기존 해, 공군 구성군사령부와 역할이 중복되고 지휘체계에 혼선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전략사 창설 시기가 다가오고 있지만, 지휘체계, 부대 편성, 주요 자산 등 세부 내용은 아직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 임무와 역할이 올바로 설정되어 부작용 없이 북핵 대응에 기여하는 조직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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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순욱